꼭두각시

03. 아니야

변백현

하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늦은 밤, 오지 않는 잠에 뒤척이며 허공을 멍하니 주시한다.

변백현

왜?

그깟 아이돌인 게 뭐 어때서?

고작 이정도 일 가지고 화 낸 건 너무 했던 것 같다.

변백현

.. 내가 왜 이래

신경질이 나 몸을 일으켜 세운다.

난 알파고, 쟨 오메가 일 뿐이었다.

아무리 사랑이란 감정이 궁금해서 데려왔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변백현

뭐 하는 거냐고 이게.

그녀에게 마음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 또한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비춰진 나의 모습은 그저,

변백현

.. 영락없는 추악하고 잔인한 알파겠지.

아니야.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눈이 온다, 12월이니 곧 크리스마스 인가.

폭설로 인해 오늘 스케줄은 다 취소됐고, 000은 말이 없는 채 벌써 저녁이 되었다.

평소엔 그렇게 말이 많았는데.

변백현

000.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날 돌아보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변백현

.. 화 많이 났어?

아, 내 자존심.

000

.. 아니에요.

아니긴.

변백현

내가 미안해.

변백현

화 풀어, 응?

000

ㅈ, 제가 언제 화 냈는데요?

변백현

이거 봐, 말하는 데 쳐다보지도 않잖아.

아, 귀여워 죽겠어 진짜.

000

그런 적 ㅇ..!

확 뒤를 돌아보는 그녀와 눈이 마추졌고, 정적이 흘렀다.

000

.. 어.. 없으니까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마요.

다시 돌아가려는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변백현

어젠 너무 세게 잡았지.

아, 페로몬.

변백현

내가 미안해.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머리만 쓰다듬어 주곤 놓아준다.

잘 한 걸까, 나?

000

.. 고마워요.

나도 고마워.

궁금증, 해결한 것 같아.

" 아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