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뜨거웠던 그 여름날의 추억
1화



최범규
이제 그만 놓으세요

어느새 범규의 손목을 이끌고 창고 쪽까지 온 연준에게 범규가 소리쳤다.


최연준
야 최범규 난 너하고 얘기하러 온 거야


최범규
아니잖아요


최범규
형이 그거 한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상황의 시작은 이랬다.

꽤나 부유했던 집안에서 태어난 연준은 원하는 건 쉽게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연준은 친구도 돈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원하면 모든지 돈으로만 해결하려 들었다.

하지만 어느날 연준의 아버지는 다른 집에서 도둑질을 하다 적발되고 연준은 그때부터 어머니와 둘이 살게 됐다.

어머니께 겨우 졸라 간 학교에서 연준은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깨닫게 된다.

동성애자인 것을 말해도 쉽게 받아들일 줄 알았던 교우들은 연준이 커밍아웃을 한 시점부터 더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강태현
연준이 형 게이였어요? 충격이네요... 더럽다


최연준
더럽다고...?

강태현
형은 뭐 게이니까 더럽다고 생각 안 하겠죠

강태현
제가 게이를 혐오하는 게 아니에요. 세상이 형을 혐오하는 거죠.

그날 태현의 말을 듣고 가슴 아픈 저림을 느낀 연준은 골똘히 고민했다.

다음날 마주친 태현은 연준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태현
형 전 형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친한 척 하지 말아주세요.


최연준
어... 어... 응...

마지못해 답한 말은 저거였다.

학년이 바뀌고 졸업을 한 연준이 첫눈에 반한 상대는

카페 알바생으로 일하던 범규였다.

당시 연준은 범규과 자신과 동갑일 거라고 예측했고 혹시 모를 범규의 게이설을 생각하며 매일마다 그 카페를 들렀다.

그러다 어느새 범규도 자신을 의식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 연준은 범규를 불러세웠다.


최연준
저기요... 혹시 성명이...?


최범규
최범규예요.


최연준
전 최연준인데 그쪽 나이 몇인가요?


최범규
저 개인정보는 묻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철벽을 당한 후 연준은 범규가 이상하게 당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에 다시 찾아가 범규에게 쪽지를 남겼다.

그쪽 맘에 들어서 그런데 ㅇㅇ 공원 역에서 볼 수 있을까요? 전화번호는 010-xxxx-yyyy예요. 오시기 전에 연락주세요.

쪽지를 본 범규의 볼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고 연준이 고개를 다시 돌려 범규를 보려고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범규의 얼굴은 다시 무뚝뚝함을 찾아갔다.

그날 저녁 연준의 폰이 울렸다.

전에는 한 번도 울리지 않던 폰이 울리자 연준은 얼른 폰을 집어 수신인을 찾아봤다.

010-vvvv-uuuu 안녕하세요, 아까 쪽지 남기신 분 맞나요?

헐 미친 이게 무슨 기회래

연준은 자신의 폰 화면을 웃으며 쳐다보곤 답장을 보냈다.

010-xxxx-yyyy 아 네 쪽지 남긴 사람 맞아요! 오늘 보실 건가요?

1 분도 안 지나 연준의 폰은 경쾌한 진동음 소리를 냈다.

010-vvvv-uuuu 혹시 여자 분이세요??

이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 거지...?

연준은 슬그머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급 거짓말을 시작했다.

010-xxxx-yyyy 네 저 여자예요

010-vvvv-uuuu 아... 저 여자는 안 만나요...

돌아온 답변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기에 연준의 속마음은 울렸다.

010-xxxx-yyyy 사실 저 여자 아니고 남자예요! 인증도 가능해요

010-vvvv-uuuu 몇 시에 만날래요?

이미 예상 했다는 듯 범규의 답변은 매우 빨랐다.

010-xxxx-yyyy 지금 봐요

010-vvvv-uuuu 좋아요

연준은 범규의 답장을 듣고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옷을 입기 시작했다.

평소에 신경 쓰지 않아도 패션감각이 있는 연준에게는 문제가 없었지만 오늘 만큼은 옷을 평소보다 멋지게 입고 싶었다.

먼저 도착한 연준은 범규를 찾기 시작했다.


최범규
쪽지 남겨주신 분 맞으시죠?

밖에서 마주친 범규는 사뭇 달랐다.

졸업을 한 연준에게는 낯설기만 한 교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 위에 항상 있던 모자가 사라지니 한껏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다.


최연준
어... 어... 네 맞아요


최범규
그쪽 나이가...?


최연준
갓 스물 된 최연준이예요


최범규
저는 열여덟이고 이름은 이미 알 거라고 생각해요


최범규
형이라고 부를게요


최연준
말 놓을게


최범규
그래요 형

그렇게 첫 만남은 쉽게 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집에 갈 때쯤 범규가 말도 안 되는 개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말꼬리도 잔뜩 흐리며 말하는 범규에 연준은 홀딱 넘어가버렸다.


최범규
혀엉... 저 집에서 재워줄 수 있어요?


최연준
내 집?


최범규
네


최연준
형 집 작은데 괜찮아?


최범규
괜찮아요... 제 집은 작다못해 없어요

없다고?

연준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애에게 집 하나 없다니...


최연준
알겠어. 그런데 내일 평일인데 너 학교 가야되지 않아?


최범규
형이 데려다주면 안 돼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연준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연준은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