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세 걸음

여주는 슬쩍 열린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 줄기를 받고 눈을 떴다. 또 다시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귀찮음을 느꼈지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임무에 무거운 몸을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보스, 다녀오겠습니다. 의자에 앉아 강아지풀로 고양이와 함께 놀고있던 그에게 짧게 인사를 한 여주는 총과 단검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

민윤기

아가, 안녕. 잘 잤어?

이여주

아저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

민윤기

너희 보스 좀 만나러. 임무 나가나 보네, 잘 해. 힘들면 도와줄게.

됐거든요. 여주는 윤기를 뒤로한 채 밀린 임무를 끝내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여주

대체 뭐야, 그 사람. 멋대로 사람 흔들어놓고.

여주는 짜증이 가득 묻은 얼굴로 한 발 한 발 총을 쐈다. 하나 둘씩 피를 흘리며 쓰러져가는 모습에도 여주는 단 한 번의 동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이 가득 묻은 그 얼굴을 무표정으로 바꾼 채 점점 차분해져갔다.

이여주

총알 다 떨어졌다. 검은 내 주무기가 아닌데.

여주는 이만 끝낼까, 생각하며 총을 집어넣었다. 대충 오늘 끝내야 할 것들은 전부 끝냈으니 이제 돌아갈 생각이었다. 내일 조금 더 바쁘게 움직이면 되니까. 여주는 발걸음을 돌려 조직으로 향했다.

민윤기

어, 도와주려고 왔는데 벌써 끝났어?

이여주

뭐에요. 아저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

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제 앞에 서있는 그를 쳐다봤다. 그는 여주의 미간을 꾹꾹 누르며 주름 생긴다, 라며 여주의 신경을 긁었다.

이여주

아, 이거 놔요.

민윤기

왜 이리 까칠해.

윤기는 돌아가려는 여주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여주

왜요.

민윤기

가지 마.

여주는 처음 듣는 윤기의 진지한 목소리에 그를 돌아봤다. 인상을 쓰며 저를 붙잡는 윤기에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

아저씨 집으로 갈래?

이여주

하아... 마음대로 하세요.

여주는 윤기에게서 왜인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