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놈은 남을 놀리기를 좋아한다.


놈은 그 일말의 희망도 주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소중해도, 그런 생각을 할 여지를 주면 안됐는데.

아이는 놈이 내쳐도, 내쳐도 세상을 다 담은 듯 황홀한 눈으로 놈을 올곧게 바라봤다. 심한 감기로 열이 나고 코가 막혀 쌕쌕대면서도 놈에게 같이만 있어달라며 버티던 아이가.

결국 그 말을 뱉어버리는구나 -.

-


이 연
"..? 뭐야 저기 아저씨! 거기 자판기 음료수 제 꺼에요!!!"

그래, 아이는 갓 성인이 된 세상물정 모르는 햇병아리 대학생 20살이다. 아이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다 옛 단짝을 만나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만 음료를 꺼내가지 않았더라.


최승철
"...그럴거면 뽑자마자 바로 가져가지 왜 딴 짓을 하고 있어요?"


최승철
"-그리고 내가 아저씨로 보여요?"

그리 친절하지 않은 놈은 한껏 갈라지는 낮고 나른한 목소리로 반존대를 쓰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자기가 그렇게 늙어보이냐며-.


이 연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구요. 음료수.. 주실거에요, 말거에요?"


최승철
".."


최승철
"주려했는데 .. 주지말까"


이 연
"아저씨 저 그게 전재산이었다구요~!!!!"


최승철
"그건 제가 신경쓸거 아니구요. 아줌마-."

놈은 아이를 비웃듯 빙긋-. 웃고 태연하게 타박타박 지나가버렸다. 남겨지듯 홀로 남아버린 아이는 어이없고도 남겠지.


이 연
"와...와 진짜 뭐지 저 아저씨?"


이 연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르냐고!"


이 연
"내 2천원 어쩔거냐구요 아저씨~!!!! 더럽게 잘생겨가지고는!!!"


이 연
"하아...혼자 뭐한대니.."

아이는 무슨 저런 사람이 다 있냐며 한참을 더 툴툴대다 갔겠지.

같은 과 선배 일 줄은 상상도 못하고 말이야.

오늘도 어김없이 조별과제를 내주시는 교수님이었다. 이번에는 꼭 별 탈 없이 조가 짜일 것 같다고, 느낌이 좋다는 아이는 곧 넋이 빠지게 되겠지.


이 연
"오늘은 그래도 이상한 사람들 없을 것 같다. 완전 느낌 좋아"


이 연
"어"


이 연
"....아니, 아니.. 우리 조에 왜 저 재수없는 아저씨가 있지..?"


최승철
"어, 뭐야 후배였네. 아줌마."

힐끔 보고는 픽 웃으며 꼬박꼬박 아줌마라 불러대는 놈이었다. 아이는 왜 저 놈이랑, '하필' 왜 저 놈이랑 같은 조인지, 느낌이 좋다던 자신이 비참해지겠지


이 연
"과제 하는 내내 계속 아줌마라 부를거예요?"


이 연
"나 그럼 그 잘생긴 얼굴 몇 대든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최승철
"그럼 너도 아저씨라 부르지 마요. 내가 실질적으로 나이가 많더라도 너보다 더 늙어보이진 않을걸요."


이 연
"아...사람 열받게 하는거 엄청 잘하시네."


최승철
"내 취미에요. 남 놀리는거."


이 연
"나도 그거 잘하거든요. 남 놀리기. 잘됐네 얼마나 가나 봅시다."


이 연
"아저씨-"

지지 않겠다는 듯 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