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놈은 얄밉다.



최승철
아줌마- 이거 제대로 조사 한 거 맞아? 여기저기 좀 구멍이 많은 것 같은데.

놈이 능청맞은 얼굴로 아이를 비꼬며 말했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게 그리도 재미있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지.


이 연
아 좀..; 아저씨 나 제대로 했다니까요? 아저씨꺼나 줘봐요 얼마나 잘했나 좀 보자.


최승철
아이구~~ 보세요, 봐

놈은 아이에게 자료를 넘겼다. 아이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마냥 놈의 자료만 뚫어지게 봤겠지. ....와...이거 뭐야..? 놀랍도록 흠 하나 잡을 수가 없이 깔끔하고 정확하게 쓴 놈의 자료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이 연
말이 안나오네


최승철
왜~~ 왜, 너무 잘해서 말이 안나오나?


이 연
아니....


이 연
어떻게 아저씨 머리에서 이런 언어 구사력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서.

딱. 놈이 조금은 짜증 섞인 얼굴로 눈이 휘어지도록 웃으며 아이의 머리에 약하게 딱밤을 때렸다. 이 오빠가 이렇게 똑똑한 줄 몰랐으니까 그럴 수 있지..응응 그래 이해 할게. 아줌마는 머리가 안좋으니까.


이 연
아! 아파요..!!! 그리고 나 머리 엄청 좋거든!!


최승철
머리기 좋다구~? 자료 조사해온건 중간중간 다 말이 안 맞지.. 안 정확한 자료도 있는 것 같고..사실 구분도 못해..저번에 맡았던 ppt도 날려버려..


최승철
어리버리한 것도 모자라서 머리도 안 좋은 것 같은데?


이 연
아니....

반박할 수 없는 팩트폭력에 너덜너덜해진 아이겠지. 놈의 이런 독설에도 뻔뻔하고 당당한 아이도 좀 웃기지만, 항상 아이를 이겨먹고는 재미있어하는 놈도 웃길 따름이었다.


최승철
됐어요, 됐어. 내가 할테니까 나중에 말대꾸 할 거리라도 찾아봐. 아줌마 맨날 나한테 상대도 안되는 게 너무 안타깝네.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아이는 우산이 없었고, 비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있어 학교 밖으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벌벌 떨고 있었겠지.


이 연
아...왜 또 비오고 난린데...짜증나 진짜

약간의 울음섞인 목소리로 앉아서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천둥은 왜 치는데... 너무 짜증나 비 싫어.. 슬슬 아이의 눈가는 촉촉해지고 있었다.


최승철
이야~ 비 참 많이도 온다. 천둥 왜 치는지도 모르나봐, 바보네.

능청스레 아이에게 또 시비를 거는 놈이었지. 아이의 상태를 알면서 그러는건지 몰라서 그러는지. 잔뜩 날이 서있는 아이는 짜증을 냈다.


이 연
적당히 해요. 진짜 나 지금 안보여요? 안보이냐고..

아이의 두 볼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참 서럽게도 운다. 사람이 좀 상태가 안좋아보이면 건들지 말라구요... 좀...


최승철
그래? 그럼... 아줌마는 왜 상태가 나쁜거야? 비가 무서워서? 천둥이 무서워서?

놈은 허리를 숙여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아무렇지않게 말했지. 굳이 옛날 일은 안 꺼내도 돼. 이미 지나간거고 지금은 지금이야. 아줌마, 너 나한테 하던거 처럼 뻔뻔하게 하라구.


최승철
왜? 내가 왜 잘못했는데요? 비 그런거 내 일이랑 무슨 상관 인데요? 이렇게 말야~ 잘하잖아.


이 연
진짜 미운 말 밖에 안한다.


최승철
이제 알았어?


이 연
얄미워. 진짜 짜증나


최승철
그래 바보야, 새삼..나 항상 얄미운거 알면서?


이 연
알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요..한 번만 더 말해봐 입 막아버릴거야

아이는 좀 진정이 된 듯 보였다. 항상 얄밉지만 의외로 다정한 부분은 있구나 싶어서, 귀는 한참 붉어지고, 괜히 이유없이 심장이 쿵쾅대던 아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