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살인사건
에이-2



원우
그래. 너에 관한 일이었어.


김여주
뭐가?


원우
정말 거의 다 기억났어. 잠시만 기다려줘.

가다리라고 해도.. 뭔가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화제를 좀 바꿔볼까.


김여주
디에잇 씨는 사고였겠지?


원우
아무래도. 자살이나 사고, 타살의 가능성이 높지.


김여주
병사를 빼면 당연히 그 셋 중 하나지 뭐.


원우
하지만 뭔가 묘해.


김여주
뭐가?


원우
일단, 디에잇은 자살할 사람이 아니야.


김여주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사람 속은 모르지.


원우
뭐 그렇지만, 자살할 만한 확실한 이유가 없으니 일단 자살은 제외하자면, 다음은 사고사인데 어떤 상황이어야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까?


김여주
뭐, 옥상 가장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흔들다 균형을 잃은 게 아닐까?


원우
글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성인이 옥상 가장자리에서 다리를 흔드려나?


김여주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원우
그건 그렇지. 하지민 사고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으니 제하고 생각해보자.


원우
다음으로는 타살인데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까?


김여주
목격자가 있었잖아. 그런 건 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아?


원우
아, 그거. 나야.


김여주
어?


원우
내가 목격자라고. 실험동으로 가던 중에 옥상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디에잇을 발견했었지.


김여주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원우
아무것도. 위험하잖아. 괜히 불렀다가 나한테 정신이 팔려서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


김여주
그럼 자살일 수도 있겠네.


원우
음.. 그래보이지는 않았어. 하지만 인간은 으레 돌발적인 행동을 하곤 하지.


원우
어쨋든, 난 경찰이나 소방서에 전화를 걸려고 했어. 그 때 디에잇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기울었지.


김여주
갑자기?


원우
응. 스스로 뛰어내린 건 아니고, 뭔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듯 한.. 그런 느낌이었어. 하지만 결국 떨어지고 말았지.


김여주
누군가가 밀었구나.


원우
그런 식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범인은 보지 못 했어.


원우
뭐, 단순히 각도가 맞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김여주
목격자는 너 하나였어?


원우
아니. 나 말고도 몇 명 더 있었지. 내가 아는 사람은 없더라. 원래 내가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긴 하지만.


김여주
다들 많이 놀랐겠네.


원우
그럴지도. 디에잇이 떨어진 순간 관절이 빠졌는지 손발과 목이 묘하게 늘어나서, 토막 시체 같았거든. 그런 걸 봤으면 놀랄 만 하지.


김여주
으으, 토막 시체라니.(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원우
음,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깨진 물건 같았지만 말야. 유리컵이나.. 달걀 같은.


김여주
..넌 아무렇지도 않아?


원우
아니? 나도 매우 놀랐지.


김여주
그런 말이 아니라.. 안면은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죽었는데.. 아니, 애초에 바로 앞에 시체가 떨어진 거잖아..


김여주
뭔가, 넌 너무 침착하니까..


원우
나도 엄청 놀라고 슬펐지. 단지 감정을 남들보다 빨리 추스를 수 있을 뿐이야.


원우
..그렇게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진 마.


원우
나라고 슬프지 않겠어? 말했다시피 슬픔에 빠져 있기엔 오늘이 너무 바빴을 뿐이야.


김여주
..네가 이상하다는 뜻은 아니었어.


원우
그럼 다행이고.

착각인지 원우의 표정이 안심되어 보인다.


원우
음,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가보면, 아무튼, 곧 경찰이 왔고, 나와 다른 목격자들을 데려가서 이것저것 물어봤어.


원우
아까 말했던 깨진 물건이나, 저항하려는 느낌.. 뭐 그런 얘기를 했지. 하지만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


김여주
넌 살인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원우
뭐, 굳이 따지자면 그쪽일지도. 아주 묘한 인상을 받았거든.


김여주
다른 사람들은?


원우
글쎄? 아까 말했다시피 목격자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취조를 받기 전에 목격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잖아.


김여주
그런가?


원우
서로의 인상이 기억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까.


김여주
취조는 끝났는데, 뭘.


원우
글쎄. 아닐지도 모르지.


김여주
하지만 너처럼 끝난 사람도 있겠지. 그들과는 이야기해도 상관없잖아.


원우
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 찾아내긴 힘들겠네.


김여주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되잖아.


원우
뭣 때문에?


김여주
당연히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지.


원우
안타깝지만 그 방법으로는 진상을 규명하지는 못할 거야. 목격자들의 진술은 어디까지나 인상의 문제니까, 해결할 수 없어.


김여주
범인을 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원우
아래에서는 나에게 가장 잘 보였을거야. 어쩌면 옥상이나 하늘에서 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김여주
그런 사람을 찾아내면 되겠네.


원우
글쎄. 찾아낸다 해도, 그 이야기의 진의여부는 어떻게 파악할건데?


김여주
증언을 토대로 증거를 쌓아 올리는 거야.


원우
그건 경찰이나 언론이 할 일이지.


김여주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없잖아.


원우
안 되는 이유. 분명 경찰 수사에 방해될거야.


김여주
그럼 이 이야기는 끝이네.(자리에서 일어난다)


원우
잠깐만. 넌 이 사건에 흥미가 있는 거지.


김여주
뭐.. 없지는 않지.


원우
대게 주변 사람이 죽었을 때 보이는 반응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김여주
없지만 뭐?


원우
넌 관련돼있는 것 같는 기분이 들어.


김여주
그게 무슨 말이야?


원우
말 그대로.


김여주
내가 디에잇 씨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고?


원우
원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여주
그저 기분일 뿐이잖아. 증거도 없으면서..


원우
있을 거야. 조금만 더 있으면 생각날 것 같은데..

원우는 기억을 꺼내려 노력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김여주
그기 뭐야. 네가 디에잇 씨의 죽음과 나에 관련된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야?


원우
그런 셈이지. 확실친 않지만.


김여주
그럼 너도 관계자란 뜻이네.


원우
그런 셈이지.


김여주
일종의 망상.. 아니야?


원우
현재로썬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원우의 눈에 초점이 나가며 한순간 멍해졌다.

뭐야? 무서워, 얘


김여주
왜, 그래? 괜찮아?

원우의 눈에 초점이 돌아온다.


원우
괜찮아. 드디어 생각났거든.

원우는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답했다.


김여주
사건에 관한 거?


원우
음.. 굳이 따지자면 너에 관한 거지.


김여주
나? 너하고도 관계있는 거야?


원우
응.


김여주
우리 둘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렇게 얘기해 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잖아.


원우
하지만 있어. 그리고 너도 알고 있지.


김여주
난 모르는데.


원우
확인해볼까?

원우는 살짝 비소를 지으며 대답하더니 일순간 무표정이 되며 여주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역시 얘 무서워.

원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우
스나크는.

전기 충격을 맞은 것 같이 온 몸에 오한이 들았다.

입이 얼어붙은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원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대답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이미 되돌릴 수 없나?

이제 원우는 확신에 찬 눈으로 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여주가 올바른 답을 들려줄거라고 믿는 듯이.

이 한 마디로 세계가 무너지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

세계는 원래 이랬잖아. 그렇지?


김여주
부점이었다.

세계가 확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