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첫사랑이 살아 돌아왔다.
01 | 13년 전, 죽었던 첫시랑이 살아 돌아왔다.



다들, 한 번쯤 첫사랑을 앓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모두들

그때에는 어려서, 서툴어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 되었을 수도, 아프게 끝이 났을 수도 있겠지

시간이 흘러

나중엔 기억 속에 자신의 서툰 사랑에 후회하기도, 우스워하기도 한다.

나에게도 그런 첫사랑이 있었다.

그리고

내 첫사랑은

아프게 끝이 맺어진 사랑이었다.

...

13년전, 내 첫사랑은 죽었다.

사고였다.

빗길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때는 그녀가 나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나를 만나러 오던 와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

있잖아

그때 날 만나러 오지 않았더라면, 너는 죽지 않았을까.

그후 비가 오는 날에는 난 항상 너가 생각이나

그때 내게 오지 말라고 말 했었으면 하곤 후회돼서, 그리고 미안해서


7월 19일

오늘 너의 기일이야

오늘 우리가 함께 했던 동네에 왔어

여긴 13년전 그때에 비해 많이 달라졌어

매 하굣길에 갔던 네가 좋아하던 분식집도 사라졌고, 동네 놀이터는 곳곳에 녹이 슬어 많던 아이들도 없이 조용해

이 동네엔 이젠 어린애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어

다들 이사 가고 자리를 뜬지 오랜가봐

그래도, 이곳에서 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되짚어보면 잊고 있던 기억들도 떠올라.

...

지연아, 잘 지냈어?

오랜만에 찾아와서 미안해

부웅..-



삑.-

전화 표시 (-)


김석진
- 어, 왜

등장인물
- 대표님, 보름전에는 오셔야 하시는 거 아시죠?


김석진
- 걱정마, 하루면 충분해

등장인물
- 저..대표님?


김석진
- 왜

등장인물
- 궁금한게 있는데, 7월 19일마다 어딜 가시는겁니까?


김석진
- 비서가 내 사생활도 알아야 하나?

등장인물
- ..아, 아닙니다.

등장인물
- 죄송합ㄴ..


김석진
- '피식'


김석진
- 기일이야, 소중했던 사람

등장인물
- 아, 그렇군요..

등장인물
- 알겠습니다. 그럼 보름 뒤에 봬요


김석진
- 그래, 들어가

...

...뚝-



김석진
하,


김석진
안개가 끝도 없네

차안에서 보이는 밖은 뿌연 안개가 심할 정도로 앞을 가로 막았다.


띠리링.-

다시 진동이 울린다.


김석진
...다 왔다니까 그러네

삑.-


김석진
- 김여사~, 왜 또 전화하셨어

등장인물
- 가는길 괜찮은가 하고 전화했지


김석진
- 괜찮아요, 걱정하지마 김여사~!

등장인물
- 오늘 안개가 심할거라는데..

등장인물
- 항상 운전 조심. 알제?


김석진
- 응, 조심할게


김석진
- 그니까 걱정말고 들ㅇ

번쩍-

우르릉 쾅-!!


김석진
..!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다 이내 천둥이 요란스럽게 내리 쳤다.


김석진
..아, 깜짝이야

...뚜..뚜..-

통화가 끊겼는지 핸드폰에선 뚝뚝 끊기는 신호음만 들려왔다.


김석진
아..


김석진
김여사 또 자기 혼자 끊지..

석진은 다시 아무렇지 않은듯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그때

안개 사이로 뿌옇게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


김석진
...뭐지?

도로 앞에 우뚝 서 있는 까만 형체에 석진은 속도를 점점 늦췄다.


김석진
...고라니인가


김석진
하긴 시골에 종종 고라니가 나타난다고들 하니까..

근데..., 이상하다

야생동물이라고 치기엔 도로에서 꿈쩍도 하질 않는다.

겁을 먹은 걸까 싶다가도

생각해보니 저건 야생동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김석진
...

그리고 잠시

까만 형체는 힘 없이 푹 주저 앉았다.


김석진
..!?


김석진
...사람인가

석진은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 검은 형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


김석진
저기, 괜찮으세요?

...

말을 걸어보았지만 아무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점점 그형체에 다가갈 수 록 확신이 들었다.

이건, 사람이라고.



김석진
...여자?

석진은 검은 형체가 여자였음을 알아차렸다.

긴 머리에 힌 피부와 가느다란 팔과 다리...

여자가 도로 한 가운데 쓰러져 있었다.


김석진
...얼른 119를

석진은 다급해진 마음에 급하게 119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기 넘어론 신호가 안 가는지 계속 뚜-뚜- 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김석진
..하씨,,

석진은 신호가 안 잡히는 핸드폰 탓에 애가 타기만 했다.

번쩍..-

어쩔 수 없이 석진은 쓰러진 여자를 번쩍 들어 올린곤 차에 태웠다.

가까운 병원이라도 데려다 줘야 될 것만 같아서

...

부웅.-


김석진
저기요, 내말 들려요?

등장인물
...


김석진
들리면 대답해요

석진은 계속해서 여자의 반응을 살폈다

의식이 있는건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 것인지

룸 미러를 통해 여자를 살폈다.

그런데, 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김석진
..?


전지연
...


김석진
...에이, 설마

닮은 사람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상하게도 너무 닮아있었다

긴 생 머리에 힌 피부에 가냘픈 팔 다리, 긴 속눈썹그리고 미세하게 보이는 눈 밑점까지..

내 첫사랑의 그녀와 똑 닮아있었다.


김석진
...


김석진
...닮은 사람이겠지

다시 한번 되뇌인다.

하지만

그 순간이 무색하게도...


전지연
...


전지연
...으


김석진
..!?


김석진
정신이 들어요?


전지연
..?


김석진
도로에 쓰러져 있길래, 가까운 병원에 가고 있어요


김석진
여긴 전화도 신호도 안 통해서..


전지연
...아

여자는 잠시 벙찐 채 가만히 차 밖을 바라보았다


김석진
괜찮아요?


전지연
...(끄덕)


김석진
그런데, 그 도로엔 왜 혼자 있었어요?


전지연
...모르겠어요


전지연
기억이 안나요


김석진
...


김석진
이름은 생각 나요?


전지연
이름..


전지연
전..지연이요


김석진
...네?


전지연
전지연이에요, 고등학생..


김석진
...

설마,

석진은 다시 한번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 석진의 눈 앞에 있는 저 여자는

고교시절 그의 첫 사랑이었던 전지연..

이란 걸 깨달았다.

...




_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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