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첫사랑이 살아 돌아왔다.
05 | 버드나무 아래에서



털썩-

그렇게 석진과 지연은 무덤 앞에 한참을 서로 닿지 못했던 그날의 기억을 상기하곤 차에 탔다.



전지연
이제, 어디 갈거야


김석진
...


김석진
집, 가야지


전지연
나도?


김석진
그럼, 어디서 지내게


전지연
...헤헤

지연은 마땅히 갈 곳 없는 처지였기에 석진을 향해 그저 미소를 지었다.


김석진
...'피식'


김석진
출발한다, 벨트 매


전지연
응!

...

...부웅-


뒤적뒤적


김석진
뭐해?


전지연
응?


전지연
아니, 아까··


전지연
무덤 옆에 있던건데..



전지연
읽어 보려고~

지연은 편지 뭉텅이를 들어올렸다.


김석진
..!

그것은 석진 13년동안 지연에게 보내는 편지들이었다.


김석진
야,; ㄱ그 그건;;

석진은 당황한 듯 한 손으로 지연이 든 편지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전지연
아아, 왜~!


전지연
어차피 나한테 쓴 거 였잖아~ㅋㅋ

지연은 짓궂게 석진을 놀려댔다


김석진
ㅇ..아 그건;;


전지연
아아, 사고나겠어요~


전지연
운전대 꽉 안 잡아?


김석진
...아, 씨

석진은 지연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손을 운전대를 붙잡았다



전지연
ㅎㅎ


전지연
어디 읽어볼까요~?ㅎㅎ


김석진
...하


전지연
2011년, 7월 19일


전지연
안녕, 지연아. 어느새 너가 없는 세상이 1년이 되었어


전지연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흘러가는지 몰랐어. 하루하루 네 생각에 반쯤 정신이 나간 채 살아간지 1년이나 됐다는게... 믿기지 않아.


전지연
오늘 지연이 너 기일이라서 네가 좋아하던 할매 분식에서 떡볶이랑 순대 사왔어. 그리고 할머니께 내장도 빼 먹지 않고 가득 담아달라고 했어 너 내장 없으면 순대 안 먹잖아. 지연아 비밀하나 말해줄까?


전지연
나 사실 순대 내장 안 좋아해, 항상 너 때문에 먹었던거야. 너가 좋아하니까. 근데 요즘 자꾸 너랑 먹던 순대 내장 맛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막상 먹으면 너랑 먹던 그 맛이 안나..


전지연
...분명 똑같은 할매분식집에서 주문한건데 말이야


전지연
이상하지..?


전지연
지연아,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지? 거기에서는 편안했으면 좋겠다. 내가 분식 많이 가져왔으니까 그곳에서 다 같이 나눠먹어. 사이 좋게..


전지연
그럼, 잘지내.


전지연
또 올게


전지연
...

지연은 첫번째 편지를 읽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김석진
...


김석진
...그러게 그걸 왜 읽어..


전지연
..


전지연
..ㅋㅋ


전지연
바보냐,


전지연
떡볶이랑 순대 나 주려고 가져왔다면서 나눠 먹으라니..ㅋㅋ 나 혼자 다~ 먹으라 해야지!


김석진
거기서도


김석진
그렇게 욕심 많아서 따 당하면 어떡해


전지연
...뭐?^^


김석진
어디서든 사랑 받고 지냈으면 해서 그래..-


전지연
...


전지연
...칫-


전지연
말은 잘해요-


전지연
암튼 다음거 읽어 본다~


김석진
왜 또..굳이..


전지연
당연히 다 봐야지!


전지연
내 편지인데-


김석진
...그래


전지연
2012년 7월 19일


전지연
지연아, 안녕


전지연
나 왔어. 기다린거 아니지? 오늘은 귀국이 좀 늦어져서 밤에 도착했어. 나 있잖아. 작년 9월에 유럽으로 유학 왔어. 네가 항상 응원했던 내 꿈.. 있잖아 그거 꼭 이룰려고. 내가 잘 하는지 봐줄거지? 봐줘야 돼 알았지?


전지연
나 너한테 멋진 남자로 보이고 싶어. 그곳에서도 응원해줄 거지?


전지연
흐응~? 그랬어?


김석진
...(화악)


김석진
21살..어릴때 잖아..


전지연
ㅎㅎ


전지연
멋지게 컸네, 우리 석진이~ㅎ

토닥토닥*

지연은 석진의 한쪽 어깨를 두들겼다.


김석진
...//


전지연
자, 다음~


김석진
...

저러다 다 읽겠네, 정말......


...

그렇게 12번째 편지를 다 읽어내린 지연이었다.


전지연
...와, 다 읽었어


김석진
속이 후련하냐..


전지연
ㅋㅋㅋ


전지연
너도 진짜 지극정성이다.


전지연
13년동안 어떻게 했냐..


김석진
...감동이야?ㅋㅋ


전지연
응, 뭐 조금-?


김석진
..조금;


김석진
야, 그래도 내가 그거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쓴건데...


전지연
...ㅎㅎ


전지연
당연히..고맙지 그건


전지연
그리고 새로웠어


전지연
내가 모르는 미래 13년의 김석진이, 이렇게 살아왔구나를 압축시켜서 엿 본 기분?


전지연
너, 진짜 열심히 살았네


전지연
..고생했겠다


김석진
...


김석진
...별로

석진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지연의 모습에 묵혀있던 굳은 마음들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지연
근데, 13번째 편지는?


전지연
지금은 2023년이니까 오늘 것도 써왔어?


김석진
..아, 그-


전지연
여깄나-?

달깍.-

지연은 편지가 있는지 차량 서랍을 열어 본다.


김석진
..!


김석진
야야!! 함부로..;;



전지연
오, 있다?

지연은 서랍 안에 달랑 들어있는 편지 하나를 발견하였다.



김석진
야..!;;

석진은 허겁지겁 편지를 찾은 지연을 말렸다.


전지연
왜~, 이게 하이라이트인데~^^


김석진
...


김석진
...나 없을 때 읽어


전지연
왜


전지연
부끄러워?ㅋㅋ


김석진
...아니, 그런건 아니고··


전지연
알겠어, 혼자 있을때 읽어볼게ㅋㅋ

지연은 편지를 주머니에 쏙 넣었다.


김석진
...

...




-



" 할매, 나 왔어 ! "

등장인물
할머니 | 어딜, 또 쏘다녔다 이제 와


전정국
윤기형네에서 밥 먹고 왔지ㅋㅋ

등장인물
할머니 | 으이구, 배고프면 할머니한테 와야지


전정국
할매는..밥을 너무 많이 주잖아;


전정국
1주일에 1번..만 가도 일주일치를 다 먹은 기분이라고..

등장인물
할머니 | 허이구?

등장인물
할머니 | 사내가 그정도는 먹어야지.


전정국
..맨날 사내가 사내가--


전정국
할매, 그거 너무 옛날 마인드이거든여..-

등장인물
할머니 | 할미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거 우야노- (팍팍)

할머니는 효자손으로 정국을 툭툭 쳤다.


전정국
아악!


전정국
아 진짜루..;;

등장인물
할머니 | 엄살은-


전정국
..아픈데 진짜;


전정국
아무튼여,, 나 물어볼게 있는데

등장인물
할머니 | 뭔디, 빨리 말해랑-


전정국
그게..


전정국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어?

등장인물
할머니 | ...

등장인물
할머니 | ...갑자기 뭔 정신나간 소리여.


전정국
아니~, 그냥 궁금해서;

등장인물
할머니 | ...

등장인물
할머니 | ...정국아, 할미가 어릴적에 얘기해주던 이야기 기억 나니.


전정국
..응?

등장인물
할머니 | 잠들 때, 얘기해준 이야기말이여


전정국
..아?


전정국
그 무슨 옛날 설화?


전정국
기억..


전정국
기억..하지?

...




13년전,,



전정국
할머니, 나 안 졸려--

6살 정국이

등장인물
할머니 | 그래도 자야 혀.

등장인물
할머니 | 일찍 일찍 자야지, 쑥쑥 크지.


전정국
...그치만,,


전정국
안 졸린데..--

등장인물
할머니 | 그럼, 이 할미가 옛날 얘기 해주리?


전정국
옛날 얘기?

등장인물
할머니 | 그려.

등장인물
할머니 | 그럼 잘거여?


전정국
...우응, 알겠어.

등장인물
할머니 | 옛날 옛적에···

...





그날은

아주 어엿븐 새 색시의 혼사가 있던 날이었어.

달그락..달그락..-

새 색시는 가마를 타고 고개 넘어 넘어 서방님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길이었지.

새 색시는 그 순간이 얼마나 설레이던지 어젯밤 잠까지 이루지 못했었단다.

그날이 새 색시가 서방님과는 첫 만남이지만, 사실 이미 색시는 자신의 서방님이 될 분을 알고 있었거든.

그분은 고을 마을에 김씨 가문 4대 독자였는데 떠도는 소문으로 그 분의 용모가 아름답기로 자자했었던 분이었어.

새색시는 혼사 전에 서로에 얼굴을 만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에 그분을 몰래 찾아갔다가 되려 사랑에 빠졌단다.

뛰어난 용모뿐만 아니라, 윗사람, 아랫사람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다정한 그의 인품에 서서히 빠져들 수 밖에 없었지.

그런데 마침이면 그런 그분과 혼사가 결정 되었다니 기뿔 수 밖에!

새색시는 그 분을 만나러 가는 그 순간이 날아갈 듯이 행복한 순간이었겠지.

...그런데

그 행복이 오래가진 않았어.

덜컥.-

으아아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가마가 뒤집혀진거야.

하필이면 또 뒤집힌 그 자리가 경사 높은 비탈길이 있던 곳이었단다.

그래서 데굴데굴 가마는 아래로 점점 아래로 굴러 떨어져나갔지.

새색시는 영문도 모른 채 가마 안에서 온 몸이 나뒹굴면서 그 충격을 모두 받았단다.

그리고 그날이 새색시의 마지막 순간이었어.

안타깝게도

가마 안에서 죽은게지.

...

그 후, 새색시의 소식을 들은 서방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밤 낮을 가릴 것 없이 남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세웠지.

사실, 남자는 알고 있었거든.

예전부터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새색시를.

숨어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런 당돌하고 귀여운 새색시의 모습을 보고 남자도 사랑에 빠졌었던 거야.

그런데 그런 새색시가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고 해봐, 이 어찌 한스럽지 않은가.

하늘이 잔인하기도 하지..

어찌 이런 시련을 주었을고..

...

그렇게 남자는 하루하루를 넉 빠지게 지내다

어느날, 이웃마을 스님을 만나게 되었어.

스님은 새색시를 잃은 남자를 보고 쯔쯔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지.

스님은 그런 안쓰러운 남자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어.

" 그리 울고만 있으면, 어찌합니까 "

" 하늘에 있는 그분이 슬퍼하십니다 "

라고 스님은 말했지만 남자에겐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어.

그러자 스님은 또 한 번 천천히 입을 뗐지.

" 그분이 마지막에 살아 계셨던 그곳에 굵고 큰 버드 나무 한 그루가 있을 겁니다. "

" 축시에 그곳에 찾아가, 그 버드 나무를 향해 재를 올리세요 "

" 그 마음이 닿을때까지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

" 그럼, 당신의 그분이 다시 나타날 것 입니다 "

" 하지만, "

" 보름입니다. "

" 보름 뒤에는 그분을 하늘로 보내셔야 해요 "

" 그래야, 이 지상에 남아 떠도는 '귀'가 되지 않습니다. "

" 명심하십시오. "

스님은 그렇게 당부하고는 이내 사라졌어.

남자는 스님의 말에 조금의 의심 조차 없이 스님의 말대로 매일 밤 축시에 그 버드 나무 아래에서 재를 올렸어.

그렇게, 1년을

그렇게, 10년을

빠짐 없이 그 나무를 향해 재를 올렸지.

정말...

그 정성이 하늘까지 닿았을까.

그날도 남자는 재를 올리기 위해 버드 나무를 찾았어

하지만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무가 안 보이는 거야?

그런데,

그런 그곳에 뿌연 안개가 서리고, 누군가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어.

남자는 설마 하는 마음에 그 형체에 다가갔더니.

정말, 10년전의 새색시가 서 있는거야.

남자는 너무 반가웠지, 드디어 새색시를 만났다는 기쁨에 몸들바 몰랐을게야

그리고 새색시 또한 서방을 만나 얼마나 행복했으려나.

그 둘은 보름동안 정말정말 서로를 사랑했어.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달콤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참 야속하게도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지

어느새, 보름이 다 되었던 것이야

...

그날 밤, 남자는 여인을 안고 놓아주지 않았어.

다시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보름 동안 함께 사랑했던 이를 어찌 이리 쉽게 보내겠어.

여인은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고 숨죽여 울음을 닦았지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입을 천천히 열었어.

" 서방님, 놓아주세요 "

" 저는 이제 떠나야 합니다 "

" 이곳에 이제 머무를 수 없어요 "

남자는 말했어.

" 색시, 안 됩니다.. "

" 우리가 어찌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

" 나는 그대를 보낼 수 없어요 "

그리고 또 여자가 말했지.

" ...서방님, 이제 나를 그만 잊어요 "

" 저는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

" 서방님은, 어서 새 부인을 만나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 저 같은 것은 얼른 훌훌 털어 버리고요.. "

...

" 내, 어찌 그대를 그저 먼지 마냥 털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

" 저는 못합니다.. "

남자는 울면서 애원했어.

" 서방님, 저는 서방님을 만나 이 짧은 보름동안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

" 저는 서방님이 남은 세월을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

" 그러니, 저와 약조 하나 해주세요 "

" 서방님의 저 없이도 행복한 생을 살기로요 "

"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때까지 "

" ...알게지요? "

" 제, 약조를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

여인은 남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어.

" 사랑합니다, 서방님. "

그리고 이내

뿌옇게 뿌옇게.. 여인의 모습은 희미해져갔지

그렇게 여인은 남자의 곁을 떠났어.

...


" 곧 만나요, 부인 "

" 사랑합니다. "

남자도 마지막 순간까지 여인을 향해 고백했지.

...




-



* 본 이야기는 작가의 픽션입니다!

* 실제로 저런 설화는 없어요!


아무튼, 재밌게 보셨다면 손팅 한 번 씩 부탁드립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