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남친과 권태기인 나를 꼬시는 전 남친
31. 프러포즈


어느새 밤이 내려앉자 그들은 다시 펜션으로 돌아와 2층 베란다에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최지수
"송여주 생일까지 달려!"

각자 캔맥주를 하나씩 따 들고 가운데로 캔을 모아 부딪쳤다.

생일까지 남은 4시간, 충분히 버틸 만큼의 고기와 술이 쌓여있다.


김석진
"여주야, 고기는 내가 구워도 되는데..."

송여주
"원래 생일인 사람이 굽는 거야, 앉아서 먹기만 해."

앉지도 못하고 고기를 굽는 여주에게 뭔가 해줄게 없나 고민하던 중 갑자기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들고 그녀에게 가 얼굴에 씌워줬다.

송여주
"선글라스 뭐야."

선글라스를 씌어주는 그가 웃긴지 키득댔다.


김석진
"눈 아플까 봐, 좀 괜찮아?"

송여주
"응, 훨씬 낫다."


최지수
"야, 그래도 힘들어지면 아무나랑 교대해!"

송여주
"알겠어."


김석진
"근데 두 분은 어쩌다 여주랑 친해지신 거예요?"


민윤기
"저는 중학교 같이 나왔고 지수 누나는 대학 선후배였대요."


김석진
"아~, 두 분도 여주 덕에 알게 된 거예요?"


최지수
"그렇죠, 그때 민윤기 제대한지 얼마 안 돼서 밤톨 같았는데."

지수가 윤기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엉클어뜨렸다.


민윤기
"아악, 미쳤냐?"

윤기도 바둥거리며 지수의 손을 쳐냈다.


민윤기
"아무튼, 어쩌다 보니 다 같은 회사에서 모이게 됐는데 뭔 상황인가.. 싶었어요."


김석진
"셋이 인연이네요, 같은 분야라도 그렇게 모이기 쉽지 않잖아요."


최지수
"그렇긴 하죠. 아, 석진 씨는 여주랑 어쩌다 만났어요?"


김석진
"여주가 말 안 했어요?"


최지수
"맨날 비밀이라면서 안 말해요."

송여주
"아니, 내 기준에서는 좀 창피하단 말이야."


김석진
"하긴... 보자마자 돈 좀 있냐고..."

송여주
"아아아아, 조용히 해."


민윤기
"쟤가 삥 뜯었어요?"

송여주
"아니야, 오해하지 마."


최지수
"그럼 뭔지 한 번 들어봐야지."


김석진
"말한다?"

석진이 여주를 향해 물었다.

송여주
"응..."


김석진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저는 그냥 길 가는 중이었고, 여주는 회사 미팅이 있었나 봐요. 힐 신고 급하게 뛰어가더라고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걷는데 뒤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 거예요.

보니까 굽이 맨홀 뚜껑에 껴서 낑낑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신발 벗고 빼려고 애쓰는데 저는 멍 때리고 보고만 있었어요.

송여주
"아... 어떡하냐..."

뒤늦게 정신 차리고 가서 빼는 거 도와줬는데, 굽이 부러져서...


김석진
"헐...?"

송여주
"아아..."

둘이서 멍하니 그거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제 손 턱 잡더니 하는 말이,

송여주
"저기 돈 좀 있으세요?"

였어요.

그러더니 자기가 오늘 지갑을 두고 왔는데 급한 미팅이 얼마 안 남았다고...

송여주
"이거 제 명함이니까 오늘 꿔 주신 거 꼭 갚을 테니까 제발..."


김석진
"아... 알겠어요."

그러고 둘이 근처 매장 가서 신발 하나 사고 연신 감사하다고 하더니 갔어요.

이틀 뒤쯤에 연락했더니 계좌로 돈 보내주더라고요, 1만 원 더.

또 어찌어찌 연락 이어나가고 아는 사이로 지내다...

송여주
"엇, 여기 내 신발 빠졌던 데다."


김석진
"헐, 굽 아직도 껴있네."

송여주
"근데 그거 알아? 나 오빠 좋아한다?"

진짜 뜬금없이 갑자기.


김석진
"응? 갑자기?"

송여주
"그냥."

너무 당황해서 1분간 바라만 보는데 여주가

송여주
"오빤 나 어떤데?"


김석진
"첫눈에 반했지."

송여주
"사귀자 그럼."

진짜 덤덤하게, 사귀고 집 가서 난리 쳤죠. 여주도 집에서 막 난리 쳤다고 하더라고요.



민윤기
"너 진짜 뜬금없다."

송여주
"내가 미쳤지."

여주는 창피한지 고개를 푹 숙였다.

.

이야기꽃이 피어나자 시간은 금방 흘러 12시.

송여주
"내 생일!"

미리 준비한 케이크 초를 불고 외쳤다.

지수가 케이크 크림을 코에 묻혔다.


김석진
"생일 축하해."

송여주
"고마워."


민윤기
"야, 선물."

윤기가 작은 쇼핑백을 건넸다.

송여주
"오올, 뭐야?"

쇼핑백 안에는 작은 상자와 그 안에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송여주
"오오, 겁나 예뻐."


최지수
"야야 내 것도."

송여주
"뭐야?"


최지수
"시계."

여주는 시계와 목걸이를 차고 말했다.

송여주
"어때?"


최지수
"예뻐."


김석진
"저기 내 것도."

송여주
"헐, 고마워."

석진이 건넨 예쁘게 포장된 상자 안에는 틴트와 블러셔가 들어있었다.

송여주
"색 진짜 예뻐... 다들 고마워!"

12시를 시작으로 그들은 몇 시간을 더 달리다 정리하고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굿나잇."

지수와 윤기는 방 안으로 들어갔고 석진과 여주만 거실에 나갔다.


김석진
"이제 다 먹었으니까 내가 준 것들 한 번만 써보면 안 돼?"

송여주
"당연히 써봐야지, 내 방 들어가자."


석진은 의자에 앉고 여주가 가장 가까이 침대 끝에 앉아 틴트를 바르고 블러셔를 발랐다.

송여주
"블러셔까지 바르니까 완전 취한 애 같다."


김석진
"괜찮아, 귀여워."

석진이 배시시 웃으며 여주를 껴안았다.

그리고 여주는 취기가 오른 건지 쪽 소리를 내며 짧게 입을 맞췄다가 혀로 서로의 입술을 핥으며 키스를 했다.

.

입이 떼지고 방금 바른 틴트 때문에 둘의 얼굴은 엉망이 되었다.

가쁜 숨과 가까워진 거리에서 석진이 말했다.


김석진
"바다 보러 갈래?"


밤바다는 아침과는 달리 고요하고 엄중한 분위기가 흘렀다.

송여주
"시원하니까 술 좀 깬다..."


김석진
"그러게."

파도가 철썩 거리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김석진
"한 달쯤 뒤에 1주년인 거 알지?"

송여주
"당연하지, 오늘이 332일... 이었나."


김석진
"응, 맞아."

석진이 여주의 양손을 잡고 마주 봤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작은 반지 함을 꺼냈다.

송여주
"어..."

넋이 나간 여주는 그를 바라만 봤다.

그는 말없이 여주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다.


김석진
"나랑 결혼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