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남친과 권태기인 나를 꼬시는 전 남친
32. 프러포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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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랑 결혼해줄래?"

해변을 빙 두른 가로등만이 어두운 새벽 공기를 빛나게 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반쪽 얼굴을 서로 바라봤다.

여주는 손을 펴 살짝 반짝이는 반지를 뚫어져라 봤다.

처음 받아보는 프러포즈였다.


김석진
"생각 많이 해봤는데, 부담스러울 건 알아. 근데 너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

굳건한 시선이 흔들림 없이 여주를 향했다.

반면 여주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시선이 갈피를 못 잡았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송여주
"생각이 좀 필요한데..."


김석진
"응, 원하는 만큼 시간 가져. 당황해서 미안하네..."

송여주
"프러포즈는 언제부터 준비한 거야?"


김석진
"한 달 전?부터 생각했었어."

송여주
"오래 준비했구나..."

여주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은색깔 솔리테어 반지가 아른거렸다.

송여주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해줄게."

여주는 그의 손을 잡았다.

송여주
"...고마워."

짧게 한 마디를 던지고 숙소 쪽으로 조심스럽게 뛰어갔다.

석진은 그녀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고개를 돌리고 지켜봤다.


하루 뒤, 짧았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송여주
"오빠 잘 가, 연락할게."

여주는 귀 옆에서 전화한다는 듯한 표시를 취했다.


김석진
"응, 푹 쉬어. 생일 축하하고."

석진도 여주를 보며 순수하게 웃었다.

그가 차를 타고 집 쪽으로 차를 돌리는 것까지 본 후, 문 손잡이를 잡았다.

익숙하지 않은 반지가 자신의 손가락과 딱 맞게 끼워져있었다.


산뜻한 기운이 맴도는 촬영장.

이곳에서는 오늘,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촬영된다.

그리고 지금 모두가 숨죽인 채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김태형
"나의 아우의 사랑이지만 나의 낭자이기도 하네. 마음을 무시하지 말아주시오."


정은비
"이미 저는 혼인을 약속한 이가 있습니다, 이만 가주십시오."


김태형
"그것이 나의 형인 것은 압니다! 이제 볼 수 없다는 것도."

그가 고개를 떨궜다.

신인 배우답지 않은 연기력이었다.

송여주
'역시 배우는 배우네...'

실제 상황인 것 마냥 모두가 몰입해 안방 1열에 착석한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정은비
"...볼 수 없다는 것을 어찌 아시나요?"


김태형
"질투심이 강한 형님이 저를 당신과 있게 하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거지요."

태형이 그녀와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김태형
"...한 번 안아볼 수 없겠습니까? 미련을 당신에게 모두 버릴 수 있도록."


정은비
"손은 잡아드릴 수 있습니다."

은비는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잡아줄 뿐이었고 태형은 이해한다는 얼굴이었다.


김태형
"...행복해라."

그리곤 미련 없이 뒤를 돌아 걸어갔다.


김남준
"오케이 컷!"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김태형
"으아아아, 오글거려 미치는 줄..."


정은비
"나도, 웃음 참느라 힘들었어!"

태형과 은비는 그제야 마음 편히 깔깔거렸다.


김태형
"난 이제 한 장면만 더 찍으면 끝인데 너는 어떡하냐."


정은비
"전정국이랑 개고생 좀 해야지 뭐..."


김태형
"큭, 힘내라."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며 잠시 쉬자 촬영은 다시 시작됐다.

.

..

...

"촬영 끝! 수고하셨습니다."

송여주
"아우, 이제 퇴근이다..."

여주가 기지개를 편 뒤 고개를 숙여 촬영장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김태형
"누나!"

송여주
"응?"

익숙한 부름에 뒤를 돌자 익숙한 그가 서있었다.


김태형
"누나 오늘 저녁 같이 먹을래요?"

송여주
"...그래, 할 얘기도 있고."


김태형
"할 얘기?"

그는 아리송했지만 여주와 함께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주문한 메뉴가 다 나오고 태형이 먼저 운을 뗐다.


김태형
"할 얘기가 뭐예요?"

송여주
"

고민하던 여주는 결심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송여주
"나 청혼 받았어. 어제, 김석진한테."

그리곤 손을 펴 반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