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남친과 권태기인 나를 꼬시는 전 남친
35. 떠나는 날


송여주
"헤어지자."


김석진
"어?"

말을 내뱉은 여주도 그 말을 들은 석진도, 순간적으로 눈앞이 흐릿해졌다.


김석진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닐까."

송여주
"난 빨리 끝내는 게 낫다고 봐. 5년간 오빠 외롭게 있는 것도 안 바라고..."


김석진
"...그래, 어린 나이에 팀장 될 만큼 실력 좋은 애가 좋은 기회 잡았는데 나 때문에 놓치게 할 수는 없지."

석진은 여주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김석진
"너 떠나는 날에 공항으로 가도 되지?"

송여주
"응, 올 수 있으면 와줘."


김석진
"나 이제 가볼게, 다음에 보자."

석진은 그대로 뒤를 돌아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문이 열렸다 닫히고 여주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일주일 뒤.

똑똑

"상무 님, 송 팀장님이 찾아왔습니다."

끼익

문이 열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상무가 눈에 들어왔다.

상무
"결정하신 건가요?"

송여주
"네, 가겠습니다."

상무
"그래요, 선택 잘 하셨습니다. 공지할 내용은 여기에 다 적혀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커다란 갈색 봉투를 넘겨받았다.

꽤나 두툼한 것이 피곤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로 한 것은 팀장 인수인계였다.


민윤기
"송 여주 가지 마아..."

송여주
"인수인계나 받아..."

팀장은 민윤기가 됐고 엄청 찡징댔다.

인수인계를 마친 뒤부터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집도 팔아버렸고, 회사가 제공해 주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물품만 있는 작은 오피스텔에서 살았다.


송여주
"너무 백수 라이프 아닌가..."

떠나는 것이 일주일 남은 월요일 오후, 늦잠 자고 일어나서 느끼는 여유로움이었다.

송여주
"아, 김태형한테 말해줘야 되는데..."

여주는 뭉그적 거리며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고.


김태형
#여보세요? 누나 왜 촬영장 안 와요?

송여주
"나 파리 가거든."


김태형
#헐, 부럽다. 몇 박 며칠?

송여주
"5년?"


김태형
#네?

송여주
"말하는 거 미루고 이루다가 이제 말하는데... 회사에서 지원해 줘서 파리로 5년 배우러 가."


김태형
#네?

태형은 당황한 목소리로 네?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김태형
#어... 축하해요.

송여주
"...고마워."


김태형
#언제 가는데요?

송여주
#일주일 뒤에.


김태형
#출국하는 시간 톡으로 보내줘요, 마중 나가도 되죠?

송여주
"알겠어. 촬영 중이지?"


김태형
#네, 이제 끊을게요...

뚝

넋이 나간 그의 목소리를 끝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공항에는 여주를 배웅해 주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가족들, 직장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구 남친 2명.

?
"밥 잘 챙겨 먹고, 일주일에 한 번은 전화해. 알았지?"

송여주
"네, 건강하세요..."

부모님과는 따뜻하게 포옹하여 작별 인사를 했다.


최지수
"민윤기 저거 일 잘할지 걱정인데... 많이 배워서 돌아와."

송여주
"윤기 실력 있는 건 알잖아, 팀원들이랑 잘하고 있어라."


민윤기
"너 가면 연락해... 알았지?"

송여주
"당연하지."


김석진
"여주야!"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자 급하게 뛰어오는 석진이 눈에 들어왔다.

송여주
"어, 왔어?"


김석진
"차 막혀서 좀 늦었어, 그동안 잘 지냈지?"

송여주
"난 잘 지냈지, 오빠는?"


김석진
"나도 그럭저럭."

송여주
"나 없는 동안 잘 살고, 돌아오면 한 번 보자."


김석진
"그래, 잘 다녀와."

인사를 다 마치고 나자 태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는 보이더니 그새 어딜 간 걸까.


김태형
"누나!"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어깨를 톡톡 쳐대는 바람에 경기를 일으키듯 움찔했다.

송여주
"아 씨, 깜짝아."


김태형
"이거 선물이에요."

태형의 손에 가려져 뭔지 보이지 않던 선물은 여주의 손에 내려지고 나서 뭔지 모습을 드러냈다.

송여주
"웬 시계?"

여주의 손에는 상자에 담겨 있는 시계가 올려졌다.


김태형
"파리 시간이에요, 누나 시계 자주 차고 다니는데 그쪽 시간으로 맞춰진 건 없잖아요."

송여주
"아... 고마워."

초점이 흘러가는 시계를 보며 울컥하는데 안내방송이 흘렀다.

"오후 4시 파리행 비행기를 타시는 분들은 줄을 서주시길 바랍니다."

송여주
"아... 다들 안녕히 계세요."

모두를 향해 크게 허리를 숙이고 천천히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