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에서 만난 유치원 첫사랑
01. 예비소집일



중학교 3년 생활이 끝났고 이제 예비소집일이 코앞이다.


한주연
뭐 했는데 벌써 예비소집일이냐...


현승희
그러게... 뭔데 벌써 예비소집일이야...


최예나
나랑 승희는 같은 곳이라 괜찮은데...


현승희
넌 혼자 공고잖아.


한주연
그러게... 벌써부터 걱정이 어깨를 짓누르는것 같다.


최예나
그냥 1학기 좀 넘기다가 방학때 우리쪽으로 전학오는건 어때?


한주연
이미 집 구해서 못 가요 못 가.


최예나
얼마나 걸리더라?


현승희
새로 구한 집에서 우리쪽이면 1시간 조금 넘게 걸리지.


최예나
멀다 멀어...


한주연
그러게...


현승희
너네 예비소집 언제지?


한주연
다음주 목요일.


현승희
우린 내일인데...


한주연
왜이리 빨라?


현승희
그러게... 왜이리 빠른지 참.


한주연
너네도 고생이다...


최예나
너가 제일 고생일걸.


한주연
왜?


현승희
혼자 공고 가잖아. 여학생도 얼마 없을텐데.


한주연
음 그렇긴 하지...


최예나
작년엔 여학생 아예 없었다고 들었는데.


현승희
그게 가능해?


한주연
가능한거야?


최예나
난 거기 교장이 아니라서 몰라.


한주연
으음... 올해는 있겠지 뭐.


현승희
맞아 올해는 주연이가 있으니까 여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어.


한주연
너는 진짜...


최예나
근데 맞는 말이잖아.


한주연
... 그치...?


현승희
ㅋㅋㅋ 밥이나 먹으러 가자.


최예나
그래.


한주연
응...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승희와 예나는 다른 반으로 배정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한주연
예비... 소집일...

벌써 예비소집일이다.


한주연
화장은 하는게 좋으려나?


한주연
아니야 하면 혼날수도 있잖아...


한주연
근데 그렇다고 안 하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고...


한주연
아니야 아무도 나한테 관심 없을거야.


한주연
아니 그래도 예의상 초면인데 조금만 할까...?

이 생각만 한 10분은 넘게 한것 같다.

결국 톤업크림과 입술만 살짝 발랐다.


한주연
눈썹문신은 하길 잘 한것같네.

가방엔 필통과 물통을 넣고 더 챙길건 없는지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화장대 옆에 놓여져있는 노트를 가방에 넣었다.


한주연
근데 노트 누구한테 받은거였지...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오래 쓴건 확실하다.


한주연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받았었나.

내 예상엔 초등학교 입학선물이 틀림 없다.


한주연
음... 나가야겠지...?

가방을 매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문을 다시 닫았다.


한주연
생각보다 좀 많이 춥네...?

옷장을 열어 구석에 둔 패딩을 꺼냈다.


한주연
오우 냄새...

옷걸이에 걸려있는 다른 패딩을 봤다.

작년 초에 산 검은색 롱패딩이었다.


한주연
이거면 안 춥겠지?

패딩을 입고 머리를 다시 묶었다.

구석에 미리 까둔 핫팩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왔다.


뭔가 제대로 잘못된게 분명하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여학생이 없다.


한주연
있을거야.

앞, 뒤, 양 옆을 봐도 여학생이 없다.

난 이제서야 학교를 잘못 선택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주연
고작 과 하나만 보고 온게... 후회되네.

진로 때문에 선택한 학교인데 고등학교 3년동안 친구 한 명 없게 생겼다.


한주연
체육관에 가면 있을거야.

없다.

정말 없다.

한숨을 푹 쉬며 체육관 중앙에 가서 용지를 받았다.


한주연
C반...

C발...

반별로 체육관 바닥에 앉아서 학교 구조와 교칙, 교복 등등 이것저것 들었지만


한주연
졸려.

너무 졸리다.


이승기
이제 다들 각 반에 가세요.

말 끝나기 무섭게 애들은 우르르 나갔다.

남자애들을 따라서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우리반엔 아직 나밖에 안 온것 같다.


한주연
분명 많이 나갔는데 왜 나밖에 없지.

솔직히 누가 있으나 마나 똑같을것 같긴 하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칠판을 보고 있을 때

앞문으로 남자애 두 명이 들어왔다.


도경수
그니까 거기서 백업을 했어야지.


변백현
난 그게 통으로 날라갈줄 알았겠냐?


도경수
애초에 매장에 가서 백업을 해달라 해야지 왜 너 혼자 하냐고.


변백현
아 그래도 찾긴 했잖아.


도경수
너 나 아니면 어떡하려고 했어.


변백현
너 아니면 누구한테 가. 너한테 가지.

남자애 둘은 얘기를 하며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도경수
아 오지마 징그러.


변백현
내가 그렇게 싫어?


도경수
우리 10년 봤어.


변백현
징그러울만 하네.


도경수
떨어져서 앉아.


변백현
아 싫어.


도경수
그럼 내가 맨 뒷자리 간다.


변백현
아 나도 갈래.


도경수
... 알아서 해.

맨 뒷자리면...

내 옆자리 밖에 안 남았는데?

음?????

난 두 사람이 내가 앉은 자리 앞에 오자 두 명을 번갈아 가면서 봤다.


도경수
음... 그냥 앞자리 앉을까?


한주연
어...? 아니야 내가 앞으로 갈게. 둘이 여기 앉아.


도경수
아 고마워.

난 서둘러 교탁 바로 앞 자리에 앉았다.


도경수
그나마 우리반에 착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변백현
나 착하잖아.


도경수
착한 사람이 UBS 물에 넣냐.


변백현
아니 그건...


변백현
그래도 잘 말려서 복구 됐잖아.


도경수
1분이라도 더 있었으면 복구도 못 했어.


변백현
넵 죄송합니다.


도경수
그래.

저 둘은 친한가보다.

하긴 10년 친구라고 하니까 친할만 하지.

나도 10년 친구 있으면 좋겠다.

가방에서 노트와 필통을 꺼내 맨 뒷장을 펼쳤다.

맨 뒷장엔 큥♡연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연은 나 같은데 큥은 대체 누구야...

초등학교때 사귄 사람이 있었나...

맨 뒷장에 조그맣게 낙서를 하고 있자 사람들이 점점 들어와서 교실은 금방 시끄러워졌다.

어떻게 반에 여학생이 나 한 명이지...

앞문이 다시 열리더니 어떤 남자분이 들어와서 교탁 앞에 섰다.


김준면
오늘 예비소집일 다들 수고 많았다.


김준면
난 너네들의 담임 김준면이라고 한다.


김준면
앞으로 잘 부탁하고 이 학교에 처음 왔으니까 모르는건 계속 물어볼 예정이다.


이승기
인사는 그만 하고 들어가자 준면아.


김준면
넵 선생님.


김준면
앞으로 너네와 함께 지낼 김준면이라고 한다.


김준면
학생이니까 오해하지 말고.


이승기
곱게 들어가자 준면아.


김준면
넵.

이 반 뭔가 이상하다.


이승기
흠. 자 오늘 아침부터 예비소집 오느라 다들 고생 많았고


이승기
나는 1년동안 담임인 이승기 라고 해.


이승기
승기씨, 승기쌤, 승기선생님 이렇게 3개중에 골라서 부르고


이승기
그냥 승기야 라고 하면 팔만대장경 읽고 감상문 쓰기다.


이승기
교탁 본 친구들은 알겠지만 교탁에 있는 종이 별건 아니고


이승기
교복 관련 유인물이야. 다들 잘 받아서 교복 사 입길 바래.


이승기
등교때 교복 안 입어도 팔만대장경이야.


이승기
질문 있는 사람?


변백현
승기쌤, 쌤은 팔만대장경 읽어봤나요?


이승기
아니. 그래서 읽은 사람한테 내용 물어보려고.


이승기
더 질문 없니?


한주연
저기...


이승기
응 말 해보렴.


한주연
여학생은 더 없나요...?


이승기
올해 입학한 여학생이 두명밖에 없어서 우리반엔 너가 끝이야.


한주연
아...


이승기
이제 진짜 없는거지?


김준면
승기씨 첫사랑 궁금합니다.


이승기
예비소집일에 무슨 첫사랑이야. 꼰대소리 듣기 싫으니까 여기서 끝.


이승기
교과서는 앞에 있는 국영수만 갖고가. 나머지는 입학식날 다 줄거야.


이승기
입학식 3월 2일이니까 다들 까먹지 말고 학교 잘 나오고.


이승기
교실은 여기니까 헷갈리지 말고.


이승기
여긴 5층이니까 운동 열심히 해서 잘 올라오고.


이승기
교과서 가져간 사람들은 각자 갈 길 가자.

선생님은 말씀을 끝으로 나가셨다.

애들이 우르르 교탁 옆에 몰렸다.

뭔가 벌써부터 되게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