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에서 만난 유치원 첫사랑
02. 입학식과 과거



오늘은 기다리던

아니 사실 기다리지 않았던 입학식이다.


이승기
1번부터 9번은 첫번째 줄에 앉아.


이승기
10번부터 19번은 두번째 줄.


이승기
20부터 나머지는 세번째 줄.

난 제일 뒤에 앉았다.


한주연
왜 하필 맨 뒤냐...

시력도 안 좋은데 안경을 두고오고 렌즈도 못 꼈다.


한주연
안 보이네...


정재현
안 보이면 경수한테 바꿔달라고 해.


한주연
으응...?

처음 보는 애지만 내 앞에 앉은거 보니 우리반인것 같다.


정재현
아 경수 누군지 모르려나.

경수가 누구지...


정재현
기다려봐.

처음본 애는 저 앞으로 가더니 남자애를 한 명 데려왔다.


도경수
안 보이면 나랑 바꿀까?


한주연
어? 나 괜찮은데...


도경수
얘 어깨 넓어서 앞에 잘 안 보일거야.


도경수
그냥 바꾸자.


한주연
고마워.


도경수
응.

난 일어나서 담임 선생님께 말씀 드린 다음 경수...? 자리를 찾는데 안 보여서 좀 헤매고 있을 때.


변백현
여기야 여기!

예비소집일날 본 애가 손을 흔들었다.

난 그 애 앞으로 가서 앉았다.


한주연
고마워.


변백현
에이 별것도 아닌데 뭘.


변백현
넌 이름이 뭐야?


한주연
한주연.


변백현
오 이름 예쁘다. 난 변백현이야.


변백현
성 붙이고 부르는거 싫어하니까 성 때고 불러주면 좋아.


한주연
응 그래.

되게 친화력이 좋은 애 같다.


변백현
백현 이란 이름이 발음이 조금 어려울수도 있으니까 현이라고 불러도 돼.


한주연
응 알겠어.

좀 많이 좋은것 같다.



이승기
입학식이라고 다들 단축 기대하는건 아니지?


김준면
단축인줄 알았는데요?


이승기
꿈 깨라. 5교시부터는 정상수업이니까 땡땡이 치지 말고


이승기
수업 잘 듣자.


도경수
넵.


이승기
자리는 번호순 대로 앉을건데 바꾸고싶은 사람 있니?


도경수
아까 누구더라. 여자애가 시력이 안 좋대요.


이승기
아 그래? 주연이 앉고싶은 자리 있니?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반 아이들은 모두 나를 쳐다봤다.


한주연
어... 음.


도경수
그냥 제가 바꿔줄게요.


이승기
경수도 안경 쓰는데 괜찮니?


도경수
네.


이승기
그럼 주연이는 지금 경수랑 자리 바꾸렴.


한주연
넵...

의도치 않게 자리가 바뀌었다.

안 보이긴 했으니까...


변백현
안녕! 또 보네.


한주연
응 그러게.


변백현
우리 5교시 어떤건지 알아?


한주연
아마 미술일걸.


변백현
나 그림 되게 잘 그린다?


한주연
그래?

백현이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메모에 들어가 선을 쓱쓱 그었다.



변백현
짠.


변백현
잘 그리지?

음 이게 뭐랄까.

선만 찍찍 그었는데

예술적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한주연
으음... 그러네 잘 그리네.


변백현
그치. 넌 그림 잘 그려?


한주연
아니 완전 못 그려.


변백현
그려줄수 있어?


한주연
응...?

난 메모에 들어가 그림을 그려봤다.



한주연
... 음.


변백현
...


한주연
그림은 못 그려도 음악은 잘 해.


변백현
오 진짜? 난 노래 부르는거 좋아하는데 넌 어떤거 좋아해?


한주연
난 피아노.


변백현
그럼 나중에 우리 음악실 갈래?


한주연
음악실?


변백현
응. 너가 피아노 반주 해주면 내가 거기에 맞춰서 노래 부를게.


한주연
음... 그래.

얜 친화력이 왜이리 좋은걸까.


이제야 집에 가네...


변백현
주연이 잘 가!


한주연
어? 너도.

진짜 뭐지...?

친화력이 하늘을 찌르는것 같다.



김민석
근데 아까 걘 누구야?


변백현
누구?


김민석
아까 너가 인사한 여자애.


김종인
너가 여자애한테 먼저 인사한거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본다.


김민석
그니까.


변백현
응? 아아.



변백현
첫사랑.


* 승기씨 빼고 모두가 어릴 때 *

4월 초.

벚꽃이 피고 가족들이 벚꽃 나들이를 왔을 때다.

변백현
와아아 엄마! 아빠!

우리 가족은 샌드위치와 생과일쥬스를 싸왔다.

형도 같이 오면 좋았을 텐데 형은 아쉽게도 학교 방과후에 갔다.

변백현
히히 엄마가 한 샌드위치 맛있어요!!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 주변에서 나 말고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치원에서 소풍 온건가...

그때 유독 한 여자애가 밝게 웃었다.

변백현
엄마! 나 저기 유치원 다닐래요.

유치원보단 집에서 생활을 보내서 옮기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변백현
응? 제발요오...

변백현
백현이가 집 안 어지를게요!

변백현
웅? 제바아아알.


결국 나는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집처럼 생겨서 되게 편안했다.

쑥스럽지만 인사는 제대로 했다.

인사가 끝나고 선생님은 모두와 친하게 지내라면서 점심을 준비하러 나가셨다.

모두와 친하게 지낼수 있다는 내 기대와는 다르게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괴롭혔달까.

남자애들 몇명이 나한테 와서 안 좋은 말들을 하며 밀쳤고

난 겁이나 울었다.

남자애들이 가고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을 때

한주연
괜찮아? 나랑 놀자!

그 애가 말을 걸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오자 그 애는 더이상 못 보게 됐다.

초등학교는 나름 잘 적응 했다.

더이상 남자애들도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김종인
백현아! 나랑 딱지 치자!

변백현
오늘은 내가 꼭 이길거야! 지고 울지나 마라!!

도경수
시이작.

역시

깔끔하게 졌다.

난 또 딱지를 뺏겼고 동전지갑안에 있는 500원을 생각하며 어떤 딱지를 사야 이길수 있을지 생각했다.


초등학교 6학년.

셋이 아닌 네명이서 스키장에 왔다.

김민석
우리 제일 위에 있는 곳에서 내려오자.

도경수
너무 높아.

김종인
에이 저건 별것도 아니지.

변백현
속이 안 좋네?

김종인
발 빼지 말고 가자.

생에 첫 스키는 엉망진창이었다.

10초에 한 번 꼴로 넘어졌다고 해야할까.

결국 스키는 별로 못 타고

구석에서 둘 둘로 나눠 눈싸움만 했다.

눈싸움이 얼마나 재밌던지.


중학교 2학년.


변백현
책 읽기 싫다.


김민석
그래도 고등학교 가려면 읽어야지.


김종인
특히 넌 예고 간다며.


변백현
가야지 예고.


도경수
그 말만 6학년 때 부터 들었다.


변백현
벌써 그렇게 됐냐...


김종인
쟨 그렇다 치고 너네 둘은 어디 갈건데.


김민석
음... 과학고.


도경수
난 공고나 가야지.


김종인
진짜 너네답다.


변백현
너는 어디 갈건데.


김종인
나도 예고.


변백현
실무과?


김종인
뻔하지.


변백현
너도 나처럼 뻔하네.


김종인
그러게.


도경수
쟤가 이거 주래.

작은 쪽지가 나한테 왔고 난 쪽지를 읽었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학교 끝나고 신관 2층에서 만나자는 말 말고는 없었다.



변백현
나 왔다.


김민석
얘기는 끝난거야?


변백현
응.


김종인
아까 걔 표정 보니까 딱 봐도 고백이고.


도경수
지금 네 표정 보니까 딱 봐도 찬거고.


김민석
이유는 뻔하고.


변백현
라임 맞추지마.


김민석
넌 왜 만나지도 못 하는 애를 계속 그리워하는거야?


변백현
음... 글쎄?


김민석
무슨 대답이 글쎄냐.


도경수
원래 저러잖아.


김종인
농구나 마자 하자.


변백현
난 쉴래.


김종인
너 필참.


변백현
아 왜.


김종인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은 애한테 고백도 받았는데 그걸 찼잖아.


김민석
자기 복을 자기가 찼네.


도경수
어차피 쟤 그애 아니면 여자로도 안 볼걸.


김종인
그치.


김민석
그냥 우리끼리 하자.


변백현
아 그냥 할래.


김종인
왜이리 이랬다 저랬다 해.


중2는 그럭저럭 보냈지만

중3 때 가내신을 보고 예고는 포기했다.

우린 결국 모두 공고로 갔고

예비소집일날 그 애를 봤다.


도경수
아니 그니까 아까 그 여자애가 너가 맨날 말 한 애라고?


변백현
응 분명 걔야.


도경수
근데 6살 때 이후로 못 봤다며.


변백현
그렇긴 한데 확실하다니까?


김민석
고럼 확실하지. 변백현씨 첫사랑인데.


변백현
너 내가 성 붙이지 말라고 했지.


김준면
넌 아직도 그런거에 예민하냐.


도경수
그러게.


변백현
사람은 바뀌면 안 돼.


김종인
그래서 한 사람을 12년동안 좋아하는건가.


변백현
당연하지.


김민석
기분 좋겠네? 첫사랑도 만나고.


김종인
놀랐겠네.


변백현
별로 안 놀랐거든.

사실 많이 놀랐다.

정말 더이상 못 볼줄 알고 그만 좋아하려던 찰나에

그 애가 다시 나타난거 보면

아직 더 좋아해도 된다는 뜻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