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에서 만난 유치원 첫사랑
03. 졸업사진




변백현
오늘 밥 진짜 별로야.


김민석
그니까. 생선가스가 뭐냐 생선가스가.


도경수
난 생선가스 맛있었는데.


김민석
난 도경수 혀가 제일 신기해.


변백현
생선가스는 나도 괜찮았는데 닭꼬치가 무슨 벽돌같았어.


김준면
내 소중한 앞니야... 잘 살아있니?


김종인
주먹으로 쳐주고싶다.


김준면
넌 내가 오늘 공구 두고온거에 감사해라.


김종인
너야말로.

... 생선가스랑 닭꼬치 다 맛있었는데...


변백현
주연이 안녕!


한주연
어? 어 안녕.


변백현
오늘 급식 별로였다. 그치.

난 좋았는데...


한주연
으응 그러게.


변백현
매점 갈래?


한주연
매점 음 난 안 갈래.


변백현
그래? 알겠어.


한주연
응.



변백현
이모! 초코우유랑 슈크림빵 하나씩 주세요!!

초코우유랑 슈크림빵을 양 손에 들고 건너편에 자판기 앞에 섰다.


변백현
포도가 있나...

그때 걔가 제일 좋아하던게 자판기 포도쥬스다.

우리끼리 100원 200원씩 조금씩 모아서 유치원 근처 자판기에서 뽑아 먹었었다.

포도쥬스를 들고 교실로 가면서

그 애가 웃으면서 마시는것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


교실에 오니 주연이는 책상에 엎드려 자고있었다.

블라인드가 고장나서 못 내리는데 하필 자리는 창가다.


변백현
으음...

난 조심스럽게 앉아서 손으로 햇빛을 가려봤다.

한 손으로 가리다가 얼굴이 뜨거울것 같아서 두 손으로 가렸다.

자세는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한 10분을 넘게 그러고 있더니 팔이 저려왔다.

심호흡을 하며 버텨보지만 한 쪽 어깨에 담이왔다.

블라인드는 왜 망가진건지

좀 원망스럽다.


도경수
? 야 너 뭐하냐?


김종인
그러게. 자세 되게 웃기네.


김민석
찍어찍어.


김준면
그럴줄 알고 이미 찍었지.

저것들이 진짜...


변백현
조용히해라...


한주연
현아! 얼른 동전 넣자!

변백현
웅! 잠깐만 너무 높아...

한주연
으음... 저기 벽돌있어! 저거 쓰자!

변백현
그래!

고작 6살이란 어린 나이에 자기 얼굴만한 벽돌을 끌고 왔다.

손은 흙투성이었지만 자판기를 뽑을수 있다는거에 기뻤다.

한주연
자! 이제 해봐!

변백현
응웅!

현이는 자판기에 100원 5개를 넣었고 난 포도 칸을 꾹 눌렀다.

시끄러운 굉음이 들리고 자판기를 열어보니 포도쥬스가 있었다.

한주연
맛있겠다.

변백현
기다려봐 내가 까줄게!

입을 앙 물고 볼은 엄청 빵빵해진 상태로 캔뚜껑을 따고 있었다.

힘보단 소리를 더 내는것 같았지만 포도쥬스를 먹을 생각에 신이나 그런건 상관 없었다.

그리고 기분좋는 탁 소리가 나면서 캔이 따졌다.

변백현
자! 연이 먹어!

한주연
고마워 현아!


눈을 뜨니 내 앞엔 변백현이 두 손으로 해를 가리는것처럼 보였다.


변백현
야 좀 조용히해. 애 깨겠다.


김민석
너 자세 진짜 웃긴거 알아?


변백현
나도 알아. 그니까 좀 조ㅇ... 어?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한주연
어...?

변백현은 쭈뼛거리며 팔을 내렸고 포도쥬스를 건냈다.


변백현
이거 마셔.

내가 포도쥬스를 좋아하는건 어떻게 안걸까.

꿈에 나온 자판기 포도쥬스와 똑같이 생겼었다.


한주연
고마워. 잘 마실게.


변백현
응.

변백현은 친구들과 교실을 나갔다.

포도쥬스는 어릴 때 부터 마셨지만 아직도 좋은것 같다.

근데 꿈에 나온 그 애는 누구지?

누구든 상관은 없는것 같다.

지금은 지금에 집중해야하니까.


한주연
... 좀 달아졌네.

요즘 자판기를 잘 못 봐서 못 마셨더니 좀 달아진것같다.

그래도 포도쥬스니까

다 괜찮다.



김민석
본인 첫사랑 참 많이 챙기네.


김종인
그러게. 우리한테도 그렇게좀 해주지.


변백현
내가 미쳤냐.


김민석
첫사랑한텐 그러면서 우리한텐 왜그래.


변백현
주연이는 주연이고 너넨 너네야.


김준면
벌써 주연이 주연이 하는거봐.


김종인
난 이 코인 떡락에 만 원.


김민석
나도.


도경수
난 떡상에 이만 원.


김준면
흠. 난 떡락에 오만 원.


도경수
너네 떡상하면 돈 다 나한테 줘야하는거 알지?


변백현
당사자는 난데 왜 너가 받아.


도경수
넌 떡상이면 사귀는거잖아.


변백현
그거야 그렇지.


도경수
그거 말고 첫사랑한테 더 바라는게 있어?


변백현
...

생각해보니까 난 12년을 좋아하는동안

바란게 없었다.

있다면 딱 하나 있었다.

그 애가 밝게 웃으면서 지내는거.


변백현
아니. 더 없어.



이승기
수업 시작인데 얘네는 왜 안 들어와.


도경수
늦어서 죄송합니다.


김종인
죄송합니다.


김민석
늦어서 죄송합니다.


김준면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요.


이승기
준면이는 나르시시즘 언제 없어지는지 궁금하네.


김준면
승기씨 나르시시즘이라뇨.


김준면
나 자신을 사랑하라 모르시나요?


이승기
넌 너를 너무 사랑해.


김준면
제가 이렇게 아름다운걸 어떡합니까.


이승기
조용하하고 앉아.


변백현
저 쌤. 저 팔에 담왔는데.


이승기
보건실 가.


변백현
넵.

아까 나 때문에 담 온건가...


변백현
저 선생님.


이승기
왜.


변백현
팔에 힘이 없어서 문이 안 열립니다.


이승기
하... 경수가 같이 갔다와.


도경수
저보단 짝인 한주연을 시키시는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승기
그래. 그럼 주연이가 같이 갔다와.


한주연
네?

뭐 나 때문에 이렇게 된건 맞으니까.


한주연
네.



변백현
괜히 나 때문에 여기까지 오고...


한주연
아니야 괜찮아.

보건실에 들어오니 선생님은 잠시 자리를 비우신것 같았다.


변백현
수업내용 못 들을텐데 괜찮아?

아 수업내용...


한주연
음... 괜찮아.

담임과목이니까 괜찮겠지 뭐.

더이상 할 말도 없고 너무 조용해서

숨 막힐듯이 어색했다.


변백현
저.


한주연
그.


한주연
어?


변백현
너 먼저 말 해.


한주연
응...


한주연
아깐 고마웠어.


변백현
응?


한주연
포도쥬스랑 햇빛 가려준거.


한주연
나 포도쥬스 제일 좋아하거든.


변백현
다행이다.


한주연
넌 할 말 뭐야?


변백현
포도쥬스 잘 마셨나 해서.


한주연
아아 엄청 잘 마셨어.


변백현
정말?


한주연
응.


변백현
다행이다.

다행이라면서 해맑게 웃는 변백현이다.

조금의 정적이 더 흐른 후 보건선생님이 오셨고

선생님은 파스를 발라주셨다.

약간의 마사지는 덤으로 해주셨다.


하교 하다가 전화가 걸려왔다.

승희다.


한주연
📞응 왜?


현승희
📞지금 어디야?


한주연
📞 아직 학교지. 이제 하교하는중.


현승희
📞 그래? 그럼 우리 너네집 가있을게.


한주연
📞 으응? 그래.

전화가 끊겼다.


한주연
이건 통보 아닌가...


변백현
주연이 잘 가!


한주연
너도 잘 가.

친화력은 진짜 좋는것 같다.



현승희
왔어?


한주연
너가 집주인이냐.


현승희
아니?


최예나
빨리 가방 내려놓고 일로 와.


한주연
왜?


최예나
치즈떡볶이.


한주연
역시 너네야.

가방을 대충 구석게 던져두고 식탁에 앉았다.


한주연
사랑하는 친구들아.


현승희
징그럽게 왜그래.


최예나
오늘 밥이 맛없었나봐.


한주연
밥은 괜찮았고...


현승희
그럼 왜그래.


한주연
학교에 엄청 친화력이 좋은 애가 있거든?


최예나
응.


한주연
어떻게 친해지지.


한주연
내 옆자리야.


현승희
친화력 좋다며.


최예나
그럼 금방 친해지겠네.


한주연
... 그런가?


최예나
당연하지.


현승희
야 걔가 친화력이 좋은건 너가 걔랑 친해지고 있으니까 알고있는거잖아.


한주연
아 그러네.


한주연
아 맞다.


한주연
너네 온 김에 이거나 보고 가.


현승희
뭔데.


한주연
한주연 리즈시절.

난 유치원 졸업앨범을 꺼냈다.


최예나
너 유치원 두곳 다녔다고 하지 않았어?


한주연
응. 한 곳은 4살부터 6살까지 다니다가


한주연
7살 때 졸업사진 찍은 곳으로 갔어.


현승희
그럼 여기 애들이랑 별로 안 친했겠네?


한주연
조금?


최예나
넌 어릴 때 부터 낯가렸구나...


한주연
아니거든.


한주연
어?

내 개인 사진을 보니 내가 오래 쓴 노트가 있었다.


한주연
이게 왜 여기도 있지?


최예나
위에 써져있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 두고 찍는거잖아.


한주연
나 이거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았을텐데?


최예나
아닌가보지 뭐.


현승희
흠.


한주연
그런가...

그럼 누구한테 받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