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은 언제나 너였다.
03 | 사실 나 태형이 좋아하는데



이지안.
좋아하는 사람?


배주현.
응, 좋아하는 사람.

여태 시도때도 없이 주현이도 태형이를 좋아하면 어떡하나 싶은 나였는데, 주현이가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놀라웠다. 근데 놀라는 것도 잠시, 혹여 그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태형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버렸다.


이지안.
아.. 누군데?


배주현.
일단 나 정말 용기내서 하는 말이니까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이지안.
야, 당연하지.

말로는 무얼 못하겠는가, 불안한 상태면서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 하나는 잘한다. 그 입에서 태형이의 이름이 나올까 많이 조바심이 났지만 정작 주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치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배주현.
나 사실 여자 좋아해.


이지안.
뭐..? 여자? 여태 그런 티 하나도 안 났는데?


배주현.
끝까지 좀 들어봐.. 다시 말하지만 용기내서 말 꺼내는 거고, 별 의미 없이 말만 꺼내는거니까 알아둬.


배주현.
지안아, 내가 널 좋아하면 어떨것 같아?

아까의 그 불안감은 대체 어딜 간건지 그래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여태 조금도 눈치를 못 챌 정도면 내가 얼마나 무딘 사람인가 싶어졌다.


이지안.
어? 근데 주현아 난..


배주현.
뭘 그리 쫄아? 오랜만에 둘이 노는거라 장난 좀 해본거야. 친구야, 난 잘생긴 남자 좋아해.

솔직히 말하면 차라리 아까의 그 말이 진짜였음 했다. 동성을 좋아한다는 주현이의 말에 태형이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없을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녀의 말로 인해 내가 안도감을 느꼈으니까.


배주현.
알았어, 자 이제 말해줄게.


이지안.
너 또 막 태형이를 좋아한다거나 그러면 죽는다?


배주현.
뭐야.. 알고있었어?

혹여 태형일까 떠본 거였는데, 정말 태형이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황하며 맞다고 하는 주현이의 행동에 장난이냐며 다그칠 수도 없을 뿐더러 다그칠 정신조차 없었다.


이지안.
진심이야?


배주현.
응, 그래서 그런데 밀어줄 수 있어?


이지안.
당연하지..!

근데 생각보다, 크게 충격으로 와닿진 않았다. 너무 충격이라 그런가 온 몸이 마취가 된것 마냥 그 어떤 감정도, 어떤 기분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저 주현이의 밀어달라는 말에 당연하다는 대답만 할 수 있을뿐.


배주현.
진짜 보는 재미 쏠쏠하다. 미안해 표정이 너무 일품이길래 해봤어.


이지안.
야.. 너 진짜 죽었어.


배주현.
근데 이거는 놀랄만 했다. 내가 김태형이라니 으..

그리곤 다시 한번 크게 웃는 주현이를 보니 아무 감정도 못 느끼던 로봇이 감정이란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된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정말, 나랑 친한 친구와 내가 좋아하는 애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데 어떻게 멀정하겠어.


이지안.
자 이제 장난 그만치는걸로 하고 누군데 그래서?


배주현.
넌 모를 수도 있어. 우리보다 1살 많은 선배라서


이지안.
우리학교?


배주현.
응, 박지민이라고 알아..?


이지안.
아니,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근데 너 선배들이랑 딱히 접점이 없지 않아?


배주현.
아 그치. 근데 최근에 쌤 심부름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그 선배랑 부딪혔었거든. 근데, 진짜 세상 다정 얼굴도 상위권 그냥 치고 들어온다니까?

하여간, 이상형 한번 한결같다. 스윗다정남, 나도 그런쪽이 이상형이라 불안했지 같은 사람을 좋아할까봐서.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태형이를 좋아하고나서부터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


배주현.
너 알지? 내 한결같은 이상형. 다정한것도 미쳤는데, 세상 스윗하더라.


이지안.
알지, 니 그 더럽게 한결같은 이상형. 좋아하는 사람 얘기하면 말 많아지는것도 참 한결같고.


배주현.
아, 민망하네. 너무 텐션이 높아졌어. 내가 더 얘기하면 우리 오늘 못 자니까, 다른 얘기하자.


이지안.
잘 알고있네.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을때부터 불안했다. 그래서 뭔 얘기 할건데? 할 얘기가 더 남았나..?


배주현.
음.. 넌 좋아하는 사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