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은 언제나 너였다.
04 | 각자의 우선순위



이지안.
웃을때 예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쩔땐 오해하게 만드는 사람.


배주현.
오해하게 만드는 사람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아. 다 알 수 있더라 날 안좋아한다는거. 근데, 정말 그냥 하는 행동일뿐인데 혼자 설레하는 날 보면 한심하긴 해도 좋아.. 그냥 그 애가 너무 좋아.

절대 태형이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나까지 어색해질것만 같아서. 행복하고 싶었지만 행복해질 수 없었다. 주현이가 존재하는 이상


배주현.
그래서 포기할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며.


이지안.
포기하고 싶진 않아. 근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걸 보는게 너무 힘들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도 그 사람을 안봐주거든.


배주현.
되게 복잡하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도 널 봐주지 않을까? 근데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지거든. 난 친구가 먼저야


이지안.
응? 뭐라고 했어? 마지막 말 못들었어.


배주현.
아니 그냥 응원한다고.

그녀와 얘기할때조차 김태형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웃고있었다 환하게. 주현이의 말대로 기다려야만 하는걸까? 그의 일상적인 행동과 말을 다시 생각해보고 하나씩 의미부여를 하며 계속 혼자만의 상상을 하고 싶진 않았다.


김태형.
이지안, 나 없으니까 심심했지?


이지안.
허전하긴 했지. 매일 세명이기도 했으니까


김태형.
역시 너밖에 없다. 배추는 저리가.


배주현.
진짜 간다.


김태형.
장난이지. 어제 영화 쏘기로 한거나 잊지마. 그대신 내가 팝콘 쏠게.


배주현.
개이득. 너 약속했다.

셋에서 시작하고 매번 대화는 둘로 끝이난다. 그의 시선에 내가 존재하려고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매번 끝은 둘이었다. 주현이는 알까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비참해지는지.


이지안.
근데, 주현아 그 선배랑 자주 만나?


김태형.
무슨 선배?

결국 뱉어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파할거란걸 알면서도. 어쩌면 내 자존심 때문에 포기하지도 못하고 그들 사이에 계속 끼어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아프지 않았으면 했지만 나 또한 더이상 힘들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의 짐이라도 덜고 싶었고, 결국 난 그와 나라는 선택지 중 날 택했다.


배주현.
아.. 좋아하는 사람 생겼거든.


김태형.
누군데..?


배주현.
박지민 선배. 완벽한 내 이상형을 만났어 대박이지?

[주현 시점]

태어났을때부터,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컸다. 그래서 내가 무언갈 원하기만 하면 어른들이 내 손에 쥐어줬었다. 그렇게 누구와도 나쁜 관계는 없었지만 그 관계들 속 날 그냥 배주현이라고 봐주는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곤 지안이와 태형이 딱 둘 뿐이었다.


배주현.
아싸. 셋 다 같은반이다.

언제부터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평소에 눈치가 좀 빨랐던탓에 지안이가 태형이를 좋아하는것, 태형이가 날 좋아하는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것을 알아버린 난 많은걸 견뎌내야했다.

내 마음보다는 친구들의 마음이 언제나 먼저였으니까. 나를 나로 봐주는 고마운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태형이를 좋아한다는건 중요치 않았다.

나에겐 진정한 친구들이 필요했다. 사랑보단 친구였고, 나만 모르는척, 좋아하지 않는척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배주현.
박지민선배. 완벽한 내 이상형을 만났어 대박이지?

입꼬리를 최대한 올렸다. 지안이의 말에 동공이 흔들리고 생각이 많아진 그를 보며 웃을 수 밖에 없던 날 그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번 연기가 제일 힘든 순간이겠지. 내가 좋아하는 그의 앞에서 웃으며 그에게 상처를 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