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은 언제나 너였다.
05 | 열등감



김태형.
아.. 축하해.

내 한마디와 내 작은 행동 하나에도 뒤바뀌는 태형이의 표정은 말로 이룰 수 없이 비참하게 변해갔다. 지안이 또한 태형이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하나, 나로 인해 바뀌는 표정들을 보며 쉽게 입을 떼긴 힘든 것 같았다.


배주현.
응, 고마워! 너희 둘 다 나 도와줄거지?


이지안.
당연하지..! 우리가 괜히 친군가.


김태형.
응.. 도와줄게.

이내 급히 입을 뗀 지안이와 태형이의 눈치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내게 상처를 받은 태형이의 표정과 그런 태형이의 반응에 비참해져만 가는 지안이를 보고 있긴 차마 힘들었다.


배주현.
그,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이지안.
어.. 그래 다녀와

누가 봐도 어색하게 나갔는데, 아무도 내게 말을 안 꺼내는걸 보니 충격을 심하게 받은것 같았다. 도대체 뭘 어떤식으로 행동해야하는지, 땅이 꺼질만큼 한숨만 푹 쉬며 교실을 빠져나왔다.



[지안 시점]

주현이가 우리의 시선에서 없어졌다. 태형이가 교실에서 나가는 주현이를 제대로 본 거 같지도 않았는데, 주현이가 시선에서 사라지자 태형이의 표정은 급격히 더 안좋아졌다. 내가 생각보다, 태형이가 주현이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얕본 것 같다.


이지안.
괜찮아..?


김태형.
알고 있었구나 넌..


이지안.
같이 한참을 다녔는데 모를리가 없지..

같이 한참을 다니건 안다니건 내 시선은 언제나 너였으니 적어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너의 반응 하나하나에 내 기분이 달라지는데, 그걸 모를리가 없잖아.


김태형.
주현이.. 눈치 챘을까?


이지안.
글쎄, 그렇게 티 나진 않았어.

그래도 누군가 알아주니 답답한게 조금이나마 풀렸는지 계속 머물거리던 말문을 금방 텄다.


김태형.
그럼 너 혹시 주현이가 좋아한다는 선배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이지안.
아니.. 아무것도 몰라.

그저 딱 배주현의 이상형이라는것만 빼면 말이야. 태형이에겐 미안했지만 도와주긴 싫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해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건 맞는 말이지만 내 딴에선 어떻게 보면 상처 받은 당사자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얘기나 다름없으니까.


김태형.
그렇구나.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이지안.
아.. 응

고개를 푹 숙이더니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리고 웃으며 돌아오는 주현이와 마주치더니 잠시 멈칫한것 같았지만 금방 그는 빠르게 그녀를 지나쳤다.


배주현.
뭐야, 김태형 쟤 표정이 왜그래?


이지안.
모르지 나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과 말투로 사람 몇을 죽이는건지. 자기 때문이란걸 조금도 모르는걸까? 그런 주현이가 점점 아니꼽게 보인다, 그녀의 잘못이 아닌걸 알면서도, 그녀가 다른 사람 좋아하는걸 나 자신이 좋아하고 있음에도.


배주현.
뭐 안좋은 일 있는건가?


이지안.
아 모른다고.

결국, 주현이에게 화풀이를 해버렸다. 쌓이고 쌓인 열등감을 이성으로 붙잡긴 어려웠고, 뒤늦게 후회를 하며 복잡해진 머리속은 풀 수 없이 꼬인 상태가 되었다.


배주현.
야.. 뭘 화를 내고 그러냐? 사람 무안하게.

아무래도 우리 셋은 좋은 인연은 아니었나보다. 꼬일대로 꼬여버린 이 상황을 그 누가 움직여 해결하려 해도 해결이 될 일도 아니었다. 이젠 그 누가 먼저를 포기하나의 문제다. 아무리 해도 부질 없는 짓들, 이젠 지겨워지려한다.


배주현.
너 무슨일 있는거야?


이지안.
아, 쌤 왔다.

새삼스레 무슨, 너흰 영원히 모르겠지. 나 혼자 불안해하고, 혼자 좋아라 날뛰고 이렇게 들어낸게 처음일 뿐이지. 언제나 나에겐 해결하지 못한 불투명하기만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언제나 느끼고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지안.
하.. 진짜 왜 그러냐 이지안.

수업은 시작 됐고,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쪽지가 책상 위에 있었다. 아무도 못 보게 꾹 접어놓은듯한 쪽지를 펼쳐 글씨를 확인하니 주현이었다.


배주현.
‘지안아, 내가 뭐 잘못했어? 그런거라면 말해줘 사과할게, 다 고칠게..’

참 미련하기도 하지. 이정도면 자기도 화낼만도 한데 자기 잘못이 있나 물어보는 주현이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화를 내줬으면 했다.


이지안.
이러면 난 뭐가 되는데.. 안그래도 미쳐버리겠는데.

따지고 보면 주현이는 잘못없다, 그래서 그녀가 더욱 더 싫었다. 차라리 나에게 화를 내줬으면 싶었다 이 상황을 꺠속 지켜보자니 착한 주인공을 시기질투하는 내가 악녀같아보여서.

쪽지 빈곳에 답장을 쓰려 볼펜을 들었지만, 이내 볼펜을 내려놓았다. 딱히 그 물음에 뭐라 답을 할 수도 없는 터라. 그렇게 주현이의 쪽지를 꾸겨 책상 서랍 속으로 넣어버렸다.


이지안.
몰라, 될대로 되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