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은 언제나 너였다.

08 | 친구따위 이젠 없어.

내가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행복해 하는 둘 사이에 내가 계속 끼어있는거라면?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빠지면 난 영원히 지옥에만 있을것 같았다. 그가 없는 내 삶은 상상해 본적 없으니까.

이지안. image

이지안.

주현아, 미안한데 나도 포기 못하겠다. 여태 모든걸 다 포기하면서 살았으니까 이번엔 한번만 욕심내볼래.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래서 오늘 영화 보러 가자고?

왜 그렇게 행복해하는거야. 난 이렇게 망가져가는데. 또 하나의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다. 과연, 나는 정말 김태형이라는 사람을 원하는것일까 아니면 그가 그저 주연이라는 이유로 마음이 갔던것일까.

짝사랑만 해봤지만 어디선가 들어봤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행복해하면 나도 행복한거라고. 하지만, 난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해하는 둘의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그들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했다.

내 우선순위는 그가 아닌 나였다. 모든 상황 속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건 내 마음이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어.. 왔어?

이지안. image

이지안.

응.. 너희 사귄다며 축하해.

김태형. image

김태형.

응? 뭐야 어떻게 알았어?

이지안. image

이지안.

반 들어오다가 들었어. 그리고 김태형 네 표정보면 다 티나 좋아죽네 죽어.

이지안. image

이지안.

아 그리고 배주현, 미안한 표정 짓지마. 내가 사과해야할 일이고 네 잘못 하나도 없으니까.

배주현. image

배주현.

오늘 화내서 미안. 화나서 아무말이나 뱉었어..

이지안. image

이지안.

야 우리가 무슨 사인데 이런일 가지고 깨지냐~

미안해 하는 너, 행복해보이는 태형이. 그 상황속에서 웃을 수 없고 화낼수도 없는 나. 너무나 싫었다. 내 마음을 주현이도 알아보는데 왜 태형이만 몰라주는걸까. 과연 알아챈다해도 날 봐주긴할까?

김태형. image

김태형.

이제야 좀 살겠다. 여자 둘이서 싸우면 나 너무 무섭다?

이지안. image

이지안.

그러기엔 너 너무 웃고있었어 김태형.

김태형. image

김태형.

이런건 좀 넘어가주지.

배주현. image

배주현.

우리 오늘 학교 끝나고 영화보러 가기로 했는데 갈거지?

이지안. image

이지안.

커플 사이에 끼기 싫으니까 너희끼리 갔다와. 나 어차피 과제도 밀려서 못가.

김태형. image

김태형.

에이 우리가 사귄다 해도 우리 셋은 계속 함께야. 알지?

이지안. image

이지안.

당연하지. 너희 둘 나 버리면 진짜 용서 안할거야.

지금이라도 눈물이 흐를것 같았지만 웃었다. 최대한 밝게. 정말 그들의 친구인것처럼. 과거엔 친구였어도 지금 이 시간부터 나아겐 친구따윈 없다. 친구란 존재는 나에게 불행만 줬으니까.

[주현시점]

왜 그녀는 나에게 화를 내지 않았을까. 홧김에 내뱉어버린 고백이긴 했다.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던 지안이가 너무 미웠고 더이상 태형이를 향한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그에게 고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태형이에게 속상함을 털어놓던 도중, 문 뒤에 서있는 지안이를 봤다. 그때 순간적으로 태형이에게 사귀자는 말이 튀어나왔다.

배주현. image

배주현.

태형아, 나랑 사귈래?

치사한짓이었다. 그 말의 의도엔 내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지안이에 대한 미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말을 하고 잠시 후회했지만 나도 더이상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좋았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무슨 생각해? 영화 재미없었어?

영화가 끝이나고 영화관 주변 카페에 와서 얘기를 하던 도중, 생각이 많아보였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어보는 그에 나의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을 생각했기 때문일까 마음 한구석이 너무나 불안했다.

배주현. image

배주현.

태형아, 넌 왜 내가 좋아?

김태형. image

김태형.

왜 좋은지는 모르겠어. 어느 순간부터 그냥 너만 보였어 아무것도 신경이 안쓰이고 오직 너만 신경쓰였어.

배주현. image

배주현.

만약에 나 말고 널 오랫동안 좋아하는 사람이 네 앞에 나타나면 어떨것 같아?

김태형. image

김태형.

흠.. 모르는 사람이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중에 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좀 놀라긴 하겠다.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먼저 손을 내민 지안이덕에 우리의 사이가 전처럼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괜찮아졌는데 그녀가 그렇게 빨리 태형이에 대한 마음을 접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우리의 사이는 틀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주현. image

배주현.

지안이가 널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면 넌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