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은 언제나 너였다.
09 | 지안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김태형.
지안이? 갑자기?


김태형.
원래 너가 이렇게 장난이 많았던가? 오늘따라 장난에 진지하네.

내 물음에 진지하게 답해주다 지안이가 나오자 웃으며 장난이냐는듯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두어번 툭 쳤다. 태형이가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준 지안이에게는 별 큰 관심이 없구나 싶어 조금의 안도감을 느꼈다.


배주현.
그냥! 우리도 친구였다가 사귄거잖아. 그만큼 친한게 지안이니까 물어본거지~

여기서 더 진지해지면 태형이가 의심을 할것만 같았다. 이미 조금은 설마.. 하고 지안이가 자신에게 취한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김태형.
그렇지? 그래 어쩐지, 지안이가 그럴리가 없잖아.

곧 눈을 휘어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그리고 눈은 금방 되돌아왔지만 입꼬리는 유지한 채, 아니 웃음을 띄는것처럼만 보이게 입꼬리를 좀 내린 채 옷맵시를 정리했다. 아마 혹시라도 설마하는 마음에 생각이 잠깐 빠진거겠지.


배주현.
우리 이제 슬슬 집에 갈까?


김태형.
응, 그래.

태형이도 내 말에 생각할게 생겼는지 집에 출발하자는 내 말에 장난으로라도 더 있자는 말 하나 없이 웃으며 일어났다. 계속 웃고 있는 태형이를 보면 정말 무슨 생각중인지 잘 모르겠다. 태형이가 날 좋아한다는걸 눈치챘다는게 신기할정도로.

그렇게 일어나 태형이와의 대화가 조금 긴장이 됐는지 입술을 계속 먹고있던 바람에 조금 지워진 틴트를 다시 바르고 카페를 나왔다.


김태형.
집 데려다 줄까?


배주현.
오.. 김태형 연애 좀 해봤나봐?


김태형.
아니.. 그냥 좀 위험할까봐


배주현.
아직 초저녁이거든요. 그냥 나랑 계속 있고싶은건가?


김태형.
맞아. 넌 싫어?

김태형 훅 들어온다. 사실 싫지는 않았다. 나도 태형이를 좋아했고 의도치않게 전해진 진심이었지만 같이 있게 되면 꼐속 불안해져 표정관리를 못할까봐 그에게 오늘은 집에 들어가자 말했다.


배주현.
싫을리가 없지. 근데 학교 끝나고 노는거니까 피곤할까봐!


배주현.
먼저 집 들어가고 다음번에 데려다줘. 어때? 아니며 다음엔 내가 데려다줄까?


김태형.
아니.. 내가 데려다 줄게.

태형이랑 사귀는게 이렇게 좋고 지안이와도 최악의 상황은 면한것 같아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분명 지안이가 태형이를 이렇게 금방 잊었을리가 없을텐데. 내가 예민한걸까.



김태형.
너 저쪽이지? 조심히 들어가고 다음번엔 내가 데려다줄게.


배주현.
조심히 들어가.


김태형.
너도.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더니 금방 뒤를 돌아 천천히 걸어갔다. 태형이와 헤어지자마자 한숨이 푹 나왔다. 나 혼자만 모두가 좋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것만 같아서.

그렇게 별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집에 와서도 편히 쉬지는 못했다. 지안이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지안이가 혹여 화를 내면 어떻게 해야할지. 근데 만약 정말 태형이를 포기한거라면 신경쓰지 않고 지내도 괜찮은건지.


배주현.
하.. 몰라 그냥 잘까. 지금 자면 금방 아침일텐데..


[지안시점]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주현이가 태형이와 사귄다는걸 알고 너무 충격을 먹어 밤이 지나간줄도 몰랐다. 커플 사이에 껴 학교 가기는 너무 싫은 나머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일찍 학교로 출발해버렸다.


이지안.
배주현. 그래도 그렇지.. 먼저 고백을 해서 사귀냐 내가 좋아하는 애인걸 알면서..

정말 포기를 할 수는 없었다. 태형이가 주현이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해도.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한테도 못주겠다 그게 배주현이라면 더더욱.


이지안.
근데 솔직히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말해놓고 고백하는건 진짜 아니잖아.. 그걸 김태형은 또 받아주고, 그렇게 배주현이 좋나?

아무도없이 혼자 텅텅 빈 교실에서 주절주절 혼잣말을 하니 한풀이하기 딱 좋았다. 넓어서 그런가 내 목소리가 좀 울리는것 같기도 하고.. 넓고 텅 빈 교실은 내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기 딱 좋았다.


이지안.
미쳐버리겠네..


김태형.
어, 뭐야. 이지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배주현.
그러게, 연락도 없더니.


이지안.
그러는 너희는 왜 이렇게 일찍 온건데?

입 밖으로 저 둘이 커플이라서 같이 가자는 연락을 안받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딱봐도 서로 아침부터 연락해서 일찍 온거겠지. 평소엔 이 시간대면 절대 교실에 있을리가 없거든.


배주현.
내가 오늘 태형이 모닝콜 해줬어. 너무 일찍 일어나버려서 그냥 해봤지 뭐.. 다들 한다길래

주현이가 말할때마다 주현이만 쳐다보고 주현이가 웃으면 자기도 좋다고 웃고, 모닝콜 해줬다는 말에 또 설렜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꼴보기 싫어 그 자리를 벅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염장질 하지 말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이지안.
염장질 적당히 좀. 안그래도 조용해서 겁나 잘들리네.


배주현.
목소리 아침이라 그런가 더 저음이던데 완전 놀랐잖아 나.

커플이라고 아주 그냥 웃으며 붉어진 태형이 볼을 꼬집었다. 여태 태형이 좋아한다는거 숨기고, 상처주고, 심지어 다른 사람이 좋다고까지 했는데도 결국 승자는 배주현이라는게 죽어도 싫었다.


이지안.
근데 너 완전 이상형이라던 그 선배는 어떻게 된거야? 태형이도 알고 있을거 아니야. 네가 그 선배 좋아했던거.


이지안.
아 아니면 현재진형일수도 있나? 그거 태형이 알고나서 고백한거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