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호위무사
€ 당신은 나만의 호위무사


..가.....라...마...

어두운 방에 환하게 빛나는 촛불만을 의지한 채, 책 한권을 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타닥타닥. 나무가 조금씩 타는 소리가 나며, 탄 냄새가 내 방을 뒤덮었다.

이여주
" ..이건 도대체 어떻게 읽으라는 뜻이냐.. "

짜증난 마음에 혀를 끓끓 차며, 복잡한 단어들로 가득 찬 책을 방석 위로 다시 던져 버렸다

벌컥!

경이
" 누, 누나!! 얼른 나와!! 도망 가야 돼!! "

이여주
" ...그게 무슨 소리야? "

내가 질문을 했지만, 답할 시간은 없다는 듯이 내 손목을 잡고 무작정 마당으로 뛰어 나갔다.

경이
" 얼른 담을 넘어. 시간이 없다니까 "

나를 커다랗고 높은 담 앞으로 데리고 가더니, 엄마가 나오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며 내 등을 떠밀었다.

이여주
" ..ㅇ..어...나 담 못 넘어! "

경이
" ...그럼 내가 먼저 올라가서 잡아 줄게! "

경이는 나보다 더 작은 몸으로 한발 한발 담을 넘더니, 순식간에 집 밖을 빠져 나갔다.

경이
" 자, 얼른 "

내게 손을 뻗어 주었다. 하지만 워낙 높았던지라 손이 닿을리도 없었고,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경이
" 누나! 빨리! 곧 있음 세자저하께서 도착하셔! 누나 진짜 그 아저씨랑 결혼 하고 싶어?! "

세자저와의 결혼이라는 말에 내 눈이 번뜩 떠졌다.

이여주
" ..뭐? 결혼? "

경이
" 내가 심심해서 꽃 구경 하면서 놀다가 들었어! 자, 빨리! "

혼란스러운 마음과 함께 덜덜 떨리는 다리를 담 위로 올렸다.

차가운 밤 공기에 감각이 사라진 손으로 다른 한 쪽을 겨우 잡고 몸을 위로 세게 밀었다.

이여주
" 읏-차...그, 근데 정말로 나 세자저하랑 결혼 하기로 한 거야? -, ..ㅎ..헉...헉...그런 말,, 못 들었는데 "

담을 넘으며 말을 하려고 하니까 숨이 딸렸다. 그래도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바삐 움직이는 입을 멈추는 것은 내겐 어려운 일이었다.

경이
" 진짜라니까! 그 늙은 아저씨랑 누나가 어떻게 결혼을 해!! "

경이의 말을 들으며 한발 한발 더 높게 움직었다.

이여주
" 헉...헉,..그..그렇긴 하지, 어떻게 내가 그 분이랑, "

미끌-

순식간이었다.

경이
" ㅇ..어! 누나!! "

이여주
" 으으아!!!! "

경이의 말에만 집중하다, 결국 발을 헛딧어, 미끌어지고 말았다.

다가올 통증을 생각하니 눈물이 조금씩 먼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슈욱.

몸이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정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세게 꽉 눈을 감고 있었는데,

포옥.

딱딱한 돌 바닥이 아닌, 포근하고 코 끝을 자극하는 향기가 나는 무언가에 살며시 떨어졌다.

이여주
" ..ㅇ..으? "

한쪽 눈을 천천히 뜨자, 내 위로 어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나를 품에 꼭 안은 채로.


박지민
"...... "

달빛에 서서히 비춰지는 그의 눈빛은 매혹적이었다.

끝도 없이 일렁이는 오로라처럼 칠흑 같은 눈동자가 고작 그 몇분동안 나를 힘 없게 모조리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두근 두근.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눈빛이었다.

이여주
" ..가..감사합니다.."

어떨결한 표정으로 나를 지탱하고 있었단 팔을 살며시 바닥으로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이
" 누나!!!! 괜찮아?!! "

경이가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나에게 달려와 흙이 조금 묻은 내 긴 치마를 쳐다 봤다.

이여주
" ..응...이..이 분 덕분에... "

경이는 한껏 걱정스러웠던 표정을 좀 풀고 내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고개을 푹 숙이고 감사의 말을 건냈다.

경이
" ..저희 누나 살려주셔서 감사 드려요....다, 다시는 이런 무모한 짓 안 할게요.. "

감사한 마음 뿐만 아니라, 자기가 잘 못 한 것에 대한 사과도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역시 내 동생.

그저 뿌듯한 마음으로 경이에게서 눈을 때지 못 하고 있었을까,

히이잉-!

집 밖으로 말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자, 나와 경이의 표정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경이
" ...세..세자저하께서 오셨나 보다.... "

우리가 너무 늦어 버렸다. 이미, 나의 남편이 될 분은 이 자리에 도착했다.

이대감
" 아이고, 오셨습니까? 저희 딸을 금방 불러 오죠 "

곧 이어, 아빠의 목소리가 적날하게 들려 왔다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도저히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처음 보는 아저씨와 고작 18살 밖에 안 된 내가 어떻게 결혼을 해.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애써 숨겨 보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자꾸만 툭툭 튀어 나와, 더 이상의 표정 관리는 할 수가 없었다.


박지민
" 괜찮느냐 "

순간 들리는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 무릎 쪽으로 가있는 시선, 아. 상처 때문인가.

이여주
" ...아..상..처가 나있네.."

획. 자연스럽게 다시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려 버렸다.

일을 더 꼬이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박지민
" 괜찮느냐 물었다 "

심장이 이리저리 날뛰었다.

황급히 옷자락을 움켜쥐며, 놀란 내 심장을 달랬다. 이러면 안 돼

이여주
" ...괜..찮습니다...걱정 하지 마십시오 "

어느새 눈물로 촉촉해진 눈가를 비비고, 더 이상 그를 보지 않게 아예 몸을 경이 쪽으로 틀었다

이대감
" 아! 저기 있네요! 여주야! 이리로 와보렴 "

정말 이 결혼,


박지민
"...... "

하기 싫다.

너무 싫다.

이여주
" ..네. 아버, 지.. "

터덜, 터덜. 힘 없이 세자저하를 향해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 봤다.

뒤에는 경이가 보였고,

옆에는, 오늘 나를 구해주신 분이 계셨다.

아직 이름도 못 물어 보고, 감사의 인사도 재대로 하지 못 했는데.

이렇게 처참히 끝나는 구나.

" 괜찮느냐 "

그의 따뜻했던 말 한마디가 아직도 내 마음속을 계속 울리게 했다.

€ 그는 나의 호위무사 같은 존재였다


작가
안녕하세요! 공백BLanK입니다

이번처럼 때론 필력이 많이 딸리고, 스토리가 막 이리저리 튀어 나갈 수도 있어요ㅠ(?) 이해 많이 많이 해주시고 조언 같은 거 자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8ㅁ8

((처음이라 더 이상합니다..제 첫 경험이라..

그럼 구독, 평점, 댓글 하나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음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