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고통 전달 (김석진)



김석진
태형아.

조용한 침실에는 석진의 곧은 목소리만 울렸다. 침대에 가만 누운 태형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김석진
곧 애들이 올 거 같아.


김태형
그걸 어떻게 알아.

석진이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태형이 일어나 앉아, 석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김태형
더럽게 눈치는 또 빨라, 무서워 죽겠어. 김석진… 칼날이 나한테 오는 날엔 어떻게 될 지 두려워.

석진이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기 위해 걸어가다 불쑥 태형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김석진
걱정하지 말아. 니가 나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 한, 너에게 등을 돌리는 일도 없을 테니.


000
…김태형?


민윤기
야, 또 어디 틀어박혔냐. 김태형.


김석진
네 공주님이 여기에 있잖아, 태형아?


석진은 어떤 속을 가졌는지 모를 눈빛으로 태형을 보며 웃었다.

태형은 조용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자신을 바라보고 선 친구들의 얼굴을 조용히 훑어보았다.



김태형
…좋아, 고마워.

태형은 큰 소파에 홀로 앉아 앉아 있는 다른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속으로는 계속 괜찮다고 말하며, 지민을 가만 노려보았다.


김태형
박지민.


박지민
왜?

나는 무서움에 살짝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유정 언니나 정호석은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운지 가만히 있는 신호등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도 살짝 고개를 들어 최대한 유정 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김유정
최대한 멀리 도망쳤어야지.


전정국
어떡해요, 박지민이 아직도 미쳐 있을 줄은 몰랐죠.


김태형
왜 000을 죽이고도, 지금도 나한테… 지랄이야.


민윤기
알고 있었냐? 왜 안 말해줬어.


박지민
아직 공주님의 손이 그리우니까.

시발, 헷갈려.


박지민
아직도 어제 헤어진 것 마냥 그리우니까, 그리고 니가 왜 참견이야.

박지민이 피식 웃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박지민
결국 혼인하지도 못 한 게.

비웃는 듯한 미소에 김태형의 표정이 격하게 일그러졌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김태형
강제였잖아.


박지민
그래서? 어쨌든 000이 선택한 건 나야. 강제건 말건.


김태형
그걸 넌 선택이라고 하나 보지? 네가 손을 끌어간 거 아닌가?


박지민
그럼 데리고 뛰쳐나갔어야지. 니가 할 수 있는 게 거기까지란 걸 왜 아직도 이해를 못 하지?


김태형
그건…

김태형이 고개를 떨군다. 박지민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꼬았다.

아니, 왜? 뭔데?


김태형
그건 000이 싫어했으니까.


000
내가?

나는 당황스러워서 내 손가락으로 나를 짚었다.

내가 아닌 내 앞의 박지민과 유정 언니가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나보다 훨씬 먼저 꿈이 전생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니, 알 수밖에 없지.


박지민
응, 넌 김태형이 함께 궐을 나가자고 청했는데도 굳건히 나와 함께 있겠다고 말했어.


김유정
정확히 중심부만 말하자면 나는 태형을 참으로 연모하지만, 세자의 옆에 있어야 한다고 했지.


000
어어.

김태형이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눈에 전생에서처럼 태형의 상이 맺혔다.


김태형
내가 그렇게 물어봤거든.


김태형
함께 궐을 나가지 않으시겠사옵니까, 라고.


000
…아.

기억났다. 갓 세자가 나와 약혼을 시작하였을 때.


태형
- 저하, 저하… 부디 소인과 함께 이 궐을 나가십시다. 지금이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옵니다.


000
- 안 된다.


태형
- 저하!


000
- 태형아. 나는 세자의 곁을 지켜야 한다. 이는 어쩔 수 없다.


태형
- …소인을, 연모하지 않으셨다고 봐도 되는 것이옵니까?

그러고선 뛰쳐나갔었다. 아하. 순간 내 몸이 소파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손등을 긁어 정신을 차렸다.


000
미안해, 김태형.


김태형
왜 지금 미안해해. 사과하지 마.


박지민
김태형한테 왜 굳이 사과를 해, 아가. 그럴 필요 없어. 네 탓 아니잖아.

아, 진짜. 단전에서 끌어모은 빡침으로 닥치라고 해 주고 싶다.

나는 화가 나서 앞머리를 조금 거칠게 정리했다. 김태형이 내 손을 잡았다, 조금 세게.


김태형
하지 마.


박지민
누굴 건드려?

이거 죽을 맛인데? 살려줘.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유정 언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민윤기와 전정국, 정호석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유정 언니가 나를 돕기 위해 내게 오려는 순간, 우리 사이에 앉아 있던 정호석이 손을 뻗어 언니를 막았다.

작게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유정
아니, 왜?



정호석
지금 쟤네를 도와주거나 개입하려고 하지 마.


정호석
하면 할 수록 000이 다치고, 도우면 도울수록 000이 힘들어지게 될 거야. 박지민은 걸리적거리는 것들도 집착에 이용하니까.

뭐야, 친구 아니었어?

다행히 내가 아닌 민윤기가 대신 답을 해 주었다.


민윤기
너 쟤랑 짜고 친 거 아니었냐?


정호석
아마도. 하지만 수군절도사는 공주님 아빠 소속이고, 공주님이 나한테 잘해줬으니까.


000
세상.

시발, 시발, 난 속으로 심하게 욕을 했다. 어느새 박지민과 김태형은 서로를 열심히, 아니 심히 격렬하게 노려보고 있다.

내가 뭔데 이 지랄이야? 왜 그래, 도대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