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고통 전달 (박지민)



유정
- 마마님, 마마님… 여보거라! 게 아무도 없느냐!

세자의 수 때문에, 몇 궁인들을 빼고는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다.


000
- …유정.


유정
- 마마님! 아직 살아 계신 것이지요! 부디 버티시옵소서, 버텨 주시옵소서,


000
- 살려주십시오, 유정….

00의 손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숨을 거두었다.


유정
- 마마님, 마마님! 부디 끝이라고만 말하지 말아주시옵소서!


000
아.


김유정
내가 저 쓰레기같은 새끼 때문에!


000
전생과 현생의 기억과 감정은 연동되나 봐요? 이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걸 보면…


김유정
그건 아니야. 고통은 연동되긴 하지만, 그냥 누가 봐도 쟤가 쓰레기잖아.

어? 그럼 김태형은 뭐야?


김유정
그리고 쟤 때문에 니가 한 번 더 죽을 뻔했다고!


박지민
야, 말은 똑바로 해. 죽이려고 안 했어.


김유정
개소리 하네.

유정 언니가 박지민을 쏘아봤다. 그리고선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김유정
00아, 너 지금 완전 갓 맞다 돌아온 상인 건 알아?

나는 그제서야 몸을 살폈다. 여기 저기 찍어진 둥그런 자국하며, 다리는 부목으로 덧대어져 있어 움직이기만 해도 찌릿거리는 고통이 밀려왔다.

입었던 교복은 만신창이에, 고의처럼 있는 힘껏 튿어진 소매 단추. 나는 패싸움이라도 하고 온 듯한 모습이었다.


000
몰랐어요.


김유정
당연히 몰랐겠지, 언니라고 불러. 말도 편하게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 언니가 웃었다.


김유정
좋아, 착하네. 000.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우리는 반 쯤 여기 갇혀 있거든. 박지민이 문을 열 생각을 안 해서.


박지민
하.

박지민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박지민을 마구 쏘아보았다. 있는 힘껏.


박지민
아가, 그러다가 눈 다치는 수가 있다. 나만 바라보는 건 좋지만 그런 눈빛은 사양이야.

뭐야, 자기 정체 다 까발려졌다고 태도 바꾸는 것 좀 봐!

감정이 조오금 연동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쓰레기같은데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전생에도 뭐, 아예 안 사랑해서 약혼한 건 아니었으니.


김유정
문이나 열어.


박지민
못 연다니까, 정호석이 오기 전까진.


김유정
내가 믿을만한 사람 하나 불러놨어. 00아. 저 새끼만 친구 있는 거 아니잖어?

유정 언니가 내게 속삭이고는 헤싯 웃는다. 나도 웃어주었다.


김유정
그러니까 조금만.


전정국
선배!


김유정
왔네.

쾅, 문이 세게 걷어차지는 소리가 났다.

쾅, 손잡이가 튿어지는 소리가 났다.

쾅, 먼지가 한가득 우리에게로 들어왔다.



정호석
박지민!


박지민
일찍도 들어온다, 홋. 앞에 전정국 오는 거 못 봤어?

홋? 애칭인가? 그 때, 전정국이 박지민의 어깨를 밀쳤다.


전정국
왜 나대, 박지민.



박지민
지랄. 강전 와서 참아주고 있는데, 자꾸 깝쳐. 너.

강전? 저 새끼도 못지 않은 쓰레기였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정 언니가 내 손을 꼭 잡는다.


김유정
지금 김태형 아마 죽어가고 있을 거야. 도와주러 가야지. 공주님.


000
언니는? 아니, 수지, 배수지는? 어떻게 됐어?

유정 언니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리고서는 박지민을 가리킨다.


김유정
쟤가 너를 들쳐매고 나오는 걸 주변을 돌던 내가 봤어. 서울의 딱 이 부분만 지목해 주더라고, 내 친구가.

친구? 나는 궁금증이 돌았지만 말이 끝난 이후 물어보기로 했다.


김유정
그래서 일단 내가 널 받쳐 들고, 박지민한테 욕을 했는데 쟤가 갑자기 배수지가 있는 공터 쪽으로 뛰어가더니. 그 다음은 나도 모르겠어. 쟤가 알아.


000
박지민, 배수지를 어쨌어?


박지민
그 년?

박지민은 마치 '차 한 잔 할래?' 라고 묻는 억양으로 말했다.


박지민
밟아 죽였어.


정호석
뭐라고?


000
응?

순식간에 창고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들 지민에게 되물었고, 화가 났는지 귀찮은지 지민은 계속 말했다.


박지민
밟아 죽였다니까.


000
배수지를?

지민이 나를 보더니 생긋 웃었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아이같은 웃음처럼.



박지민
수지를.

조용히 도롯가를 걸었다. 현재의 인원은 유정 언니와 나, 박지민과 정호석, 민윤기와 전정국이었다.

나눈 2인조씩, 딱 그렇게 줄을 지어서 김태형의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정국
여기, 사거리에서 오른쪽이야.

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유정 언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000
그 알려줬다는 친구라는 게 누구야?


김유정
으응, 미나토자키.


정호석
어라? 한국인이 아니야?


김유정
응. 일본 교환학생인데, 전생에도 일본인으로 태어나 우리나라에 규수로 왔었어. 늘 한국인인 체 하며 돌아다니다가, 공주님 가마 쪽에서 쉬고 있던 나랑 친해졌었던 친구야.

유정 언니가 조금 멋쩍게 웃었다. 내가 다시 물었다.


000
그 사람은 우리의 주소를 어떻게 알고 있었는데?


박지민
「수정지체반월기壽程知締返越器」를 썼겠지. 보나마나야.


000
수정지 뭐?

박지민이 내 질문에 내 곁으로 다가와 나를 유정 언니에게서 빼앗아(?)갔다. 딱 행동 보니 빼앗는 느낌이 났다.

조심히 나에게 오더니만, 유정 언니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밀어내고 내 어깨를 감싸안는다.

그리고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버린다. 새끼야, 내 보폭도 배려 좀 해 줄래.


박지민
「수정지체반월기」, 아가. 기억을 담고 시간을 넘나들기 위해서 목숨을 내어 주는 그릇이라는 뜻이야. 이해 못 하겠지?


000
…무시하니?


박지민
응. 아가는 어디까지나 아가니까. 간단하게 말해, 넋을 바쳐 전생으로 가서 그 전생의 기억들을 보고, 또 그들에게서 상처 입고 감정을 받을 수 있는, 정말로 전생으로 「갈」 수 있는 게 바로 수정지체반월기야. 줄여서 수월기. 이해했지, 아가?

이 새끼는 뭘 자꾸 아가아가거려! 내가 전생에 니 애기라도 했!


지민
- 연모하느니, …아가.

아. 나는 쪽팔림에 있는 힘껏 빈정댔다.


000
넌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니가 해 보기라도 했어?


박지민
그래서 연모, 아니 사랑하잖아. 아가를.

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얘가 우리의 전생을 보이게 하고, 그걸로 고통받게 하고, 그걸로 배수지를 양껏 짓밟았던 애였다고? 세상에.


000
너 때문이구나? 너 때문에 배수지가,


박지민
니가 아는 배수지는 죽었어.


000
…뭐?

박지민이 차가워진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런 박지민을 올려다본다.


박지민
죽었다고. 그 질투의 화신, 이제 안 돌아올 거야.


000
배수지를 죽였어?


박지민
설마, 난 깨끗한 사람이잖아. 내 옷엔 피 안 묻혀. 특히 그런 악질 년이 든 피는 더욱. 더러워. 더러워.

박지민이 생각만으로도 싫다는 듯 몸을 떨었다.


박지민
하지만 그 애가 가진 변형된 수월기를 부쉈어. 이제 그 전의 수지는 죽었을 거야, 안심해도 좋아.


000
변형된, 이라는 건 뭐야?


박지민
아예 그 전생이 현생에 들어가게 되어버린 거야. 그 혼 그대로.

박지민은 다른 질문을 하려는 내 입을 막아버렸다. 무슨 질문인지 알아차린 것일까.

나는 그럼에도 꿋꿋이 얘기했다.


000
네가 가진 수월기는 뭔데?

박지민이 웃었다. 그러나 쌀쌀하게, 내가 알던 그가 아닌 듯 웃었다.


박지민
아가. 깊이 들어갈수록 다치게 될 거야.

나는 한숨을 쉬었다.


태형
- …소저, 싫다 밝히었습니다. 자꾸 아버님을 꼬시어 저와 결혼하려 하시읍데.


수지
- 어찌 그러시죠? 소첩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태형
- 소첩이라니, 말 가리십시오.


수지
- 언젠가는 그대의 넋이 소첩의 소유가 될 것이옵니다.


배수지
아!

배수지는 엎어져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저의 옷을 살폈다.


배수지
세에상에 미친, 박지민 이 개새끼!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독자님소스 여러분...ㅠㅠ

그래도 늦은 만큼 많은 양을 담아보려고 노력했답니다! 삼천 자! 예이!

독자 여러분의 애칭을 정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