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지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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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생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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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간단하게 정리해서 얘기해줄게!

사나 언니가 목을 가다듬고는 내게 랩하듯이 빠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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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공주로 태어나서 궁에서 잘 살다가 네가 열 아홉 살 되던 해에 태형이랑 사랑에 빠져서 정인이 되었는데 스무 살에 약혼을 하게 되어서 스물 한 살에 바람 피우던 걸 들키고 스물 셋에 살해당하게 되는 운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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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요.

내가 흐음, 하고 생각을 하던 도중에 문에 누군가가 물건을 집어던지는 거 같은 소리가 났다,

크고 둔탁한 소리라서, 순간적으로 누가 집 앞에 몸을 부딪혔나 싶어 뛰쳐나갔다.

박지민과 배수지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미친, 나쁜 놈들끼리 싸우고 그러는 건가?

배수지나 박지민이나 머리를 잔뜩 헝크려트리고선 씨익거리고 있었다.

그 때, 박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박지민은 숨을 고르더니, 수지를 마구 노려보았고 배수지는 인과응보를 외치며 집 안으로 박지민을 던지듯이 밀어넣었다.

배수지도 숨을 고르더니 목을 긁적였다.

전생 수지의 모습이 사라진 배수지는 그냥 흔한 여고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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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아니, 이 새끼가 전생에서 나를 죽였나 봐. 배에 흉터 자국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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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가, 쟤 진짜 왜 저래.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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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아 진짜 참다 참다!

배수지는 박지민을 노려보았고, 사나 언니가 갑자기 박지민의 손을 가리켰다.

붕대로 칭칭 감겨있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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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어디 다쳤어, 밧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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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암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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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 봐.

내가 재촉하자 박지민이 나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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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가, 걱정돼?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설레긴 했지만,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쟤랑 나랑 무슨 상관이람. 지금 사귀는 건 김태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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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아니, 빨리 풀어 봐.

박지민은 손에 감긴 붕대를 풀었다.

징그러운 검은 피가 묻어나온 손은, 정갈하게 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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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으!

유정 언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피를 별로 안 좋아하나 보다. 뭐, 피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전생과 현생의 직업 특성 같은 건 크게 연관이 없는 건가?

내가 박지민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배수지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대신 여기는 피를 보고서 그러는 게 아니라, 박지민의 얼굴을 보면서.

그리고는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욕들이 내 귀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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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이 씨발, 개 좆같은 새끼가 니가 뭔데 수지 영혼을 내 안에 넣고 지랄이야. 어?

사나 언니는 공포에 눈을 크게 뜨고, 유정 언니는 나와 사나 언니의 귀를 막으려는 데 애썼다.

언니, 괜찮아요… 이미 다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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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저, 그, 배수지. 진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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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아, 김유정.

유정 언니의 말에 배수, 수지 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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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000, 너 라이벌 하나 더 생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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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김태형한테 반한 애가 그 이수지 말고 하나 더 있나 보더라고. 골치 아프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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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굳이 왜 하필이면 김태형을 만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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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누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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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부새여, 무수리야. 걔한테 반했던.

수지 언니는 억울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박지민의 머리끄덩이 한 줌을 잡고 있었다.

저 정도면 빠지겠다 싶어서 내가 진정시키려고 손을 뻗어, 수지 언니의 손을 떼어내 주었다.

박지민이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박지민이 싸움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배수지가 세계 서열 영 위에 등극하는 싸움꾼인 건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확실한 건 진짜 오지게 쳐맞았다는 것이다.

진짜 내가 박지민을 걱정하는 날이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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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가….

곧 죽을 거 같은 눈으로 나를 가만 바라보던 박지민이 수지 언니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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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래서, 무수리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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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이 새끼는 곧 죽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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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아니, 아, 저기, 진정하세요.

이대로 가만 있단 둘이 대판 싸움이 날 거 같단 생각에 일단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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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무수리, 부새여라는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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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걔가 아마 세자한테 깝치다가 참수형 당했던 애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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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뭐, 그래봐야 목 뒤에 상처가 났을 테니 찾기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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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아무튼 걔가 좀 중요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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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걔 별로 안 특별하고 엄청 평범한 그냥 무수리였는데 어떻게 알았어?

수지 언니가 유정 언니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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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그러게. 그럼 넌 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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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응?

유정 언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음 순간, 방의 문이 열리고 누가 봐도 갓 일어난 듯이 게슴츠레한 눈의 김태형이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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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00아아.

그리고 나를 뒤에서 꼭 껴안으며 테이블에 사나 언니의 새 피리를 올려두고, 나를 방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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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응?

굉장히 따뜻하네, 방금 일어나서 그런가.

박지민은 생각보다 별 생각이 없는 듯 보였고, 사나 언니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수지 언니의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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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꽁냥질은 들어가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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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실시간으로 토 하는 거 지켜보고 싶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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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00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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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왜.

얼굴이 훅 붉어졌다. 더워서라고 생각하고 싶긴 한데, 뭐 아닐 수도 있고.

지금은, 음, 끌어안았다는 표현은 좀 별로니까 붙어 있다고 하자.

침대 속에서 붙어 있다.

…아씨, 더 이상하잖아!

얘가 많이 피곤한지 나를 안아들고, 아니 들어올려서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원래 일진들은 사귄 지 얼마 안 돼도 막 같은 침대에서 자고…

그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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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박지민 밟아버리구 나면 뭐 할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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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딱히 데이트 같은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별 생각이 안 드는데.

학교를 휘어잡고 흔들던 김태형은 생각보다 그냥 흔한 소년이었다.

그리 큰 사람도, 작은 사람도 아닌. 다정한 사람.

목소리가 달달하게 귀에 들어오니까 기분이 좋았다.

아니, 설레느라고 멘트가 이상한 걸 눈치 못 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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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 밟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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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그러지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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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밟는… 그건 좀 참자. 그, 아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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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무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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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면 나랑 박지민이랑 최종적으로 똑같은 인간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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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000, 똑똑해.

김태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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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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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00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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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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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같이 전생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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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밖에 애들 다 있는데 여기서 자자고?

내가 놀란 바람에 뒤로 돌아보려고 하자, 김태형이 내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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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잘 자요,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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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아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남자친구긴 해.

나는 뛰는 가슴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잠에 들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