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김소정] 꼭두각시와 배우

우리는 꼭두각시이다.

부모님이 하라하는대로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는 그런 꼭두각시이다.

꼭두각시.

자신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반항 또한 되지 않는다.

반항하면 우린 망가진다.

처참히, 무참히 쓰러지고 만다.

그래, 우린 꼭두각시 인형.

그저 어른들이, 부모님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그런 꼭두각시 인형.

우리는 감정을 잃어버린다.

생각을 잊어버린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우린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어른들이 원하는 세상.

그것이 어른들이 원하는 행동.

우리는 그저 어른들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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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하아....

우린,

아픔을 피해 가지 못한다.

고통을 피해 가지 못한다.

상처를 피해 가지 못한다.

슬픔을 피해 가지 못한다.

괴로움을 피해 가지 못한다.

외로움을 피해 가지 못한다.

무관심을 피해 가지 못한다.

눈물을 피해 가지 못한다.

우린,

괜찮음을 피해 간다.

행복함을 피해 간다.

즐거움을 피해 간다.

기쁨을 피해 간다.

애정을 피해 간다.

우정을 피해 간다.

사랑을 피해 간다.

웃음을 피해 간다.

미소를 피해 간다.

우린 좋은 것을 가지지 못한다.

우린 항상 아파야 하고,

항상 힘들어해야 하며,

항상 울어야 한다.

우린 즐겁거나 기쁘면 안 되고,

행복해서도 안 되며,

항상 웃으면 안 된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오는 건,

무시와 질타, 그리고 무관심 뿐이니까...

우린 좋은 것을 얻고 싶다는 생각 또한 하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반항이라는 것을 선택하고,

반항을 실행하는 순간 망가지기 때문이다.

우린 짜증이 나든, 화가 나든, 참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하루라도 더 살아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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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하아.....

꼭두각시의 삶은 참 어렵다.

휴식도 없이 어른들이 설정해 놓은대로만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간다.

그럼에도 우린 움직여야 한다.

우린 그들이 만든 드라마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니까,

그들이 만든 드라마의 주인공이니까.

우린 그들이 짜 주는대로만 해야 한다.

완벽한 드라마가 완성되고 나면,

그들은 기뻐할테니까.

아무도 없는 깜깜한 공간,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우린 그곳에 갇혀 한참을 있어야 한다.

그들이 새로운 스토리를 쓰고, 그 스토리를 우리에게 알려 줄 때까지.

우린 또다시 깜깜한 그 공간에서 방치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학생' 이라는 직업을 가진 아이들이 연기해야 하는 이야기이다.

우린 최고의 배우가 되어야 한다.

그들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꼭두각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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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그들이 바라는 우리의 진짜 모습이다.

[김소정] 꼭두각시와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