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뷔] 너밖에 안보여

32화 <태형>

아침부터 비가 왔다.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별로였다.

눈썹을 찌푸리고 창밖을 보는데 머리를 헝클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에,

살짝 미소지으며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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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갔다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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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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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누구 닮아서 이렇게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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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몰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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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피곤해?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자 정국이는 피식 웃더니, 나를 한번 안아 주고는 일어났다.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허리를 더 굽히고, 턱을 의자 위로 올렸다.

진짜 왜 피곤하지.

비 오는 풍경을 한참이나 눈에 담았다.

어차피 달리 할 일도 없었기에.

학교 다니고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알았을까.

심심해 중학교 내용을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우리의 형편으로는.

검정고시를 볼 수밖에. 그것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힘을 주고 밖을 보다 뒤로 드러누웠다.

졸리다.

***

한참 자다가 깨 보니 정국이가 올 시간이다.

마중이라도 나가 볼까 하는 생각에, 우산을 들고 문을 열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 고등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심심해 정국이와 같은 교복을 찾다가,

우산 하나를 나눠쓴 남녀가 걸어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 둘, 잘 어울린다. 정국이랑 같은 교복이네.

그 생각을 한 다음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남자는 정국이였다.

분명히 맞았다. 아침에 분명히 우산을 챙겨 갔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얘진 머릿속에서도, 나는 방금 정국이와 저 여학생이 잘 어울렸다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닐 거라고 생각해 봐도 분명히 우산을 들고 간 정국이였기에,

도저히 다르게 생각할 수가 없다.

다시 집까지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창백해진 얼굴로 침대 위에 앉은 채였다.

머리가 아팠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문 열리는 소리가 차례로 났다.

정국이가 올 때까지, 나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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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태형아.

그 달콤한 목소리에, 나는 눈물을 삼키며 정국이의 옷자락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혀가 얽히고, 등을 끌어안는 손길이 느껴졌음에도 머릿속에는 아까 일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제발. 제발 오해라고 해 줘. 제발 나를 떠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