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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4.


풀썩-


김여주
...하...

수상한 남자를 뒤로한 채 0709호에 들어온 나는 옷만 갈아입고 씻을 새도 없이 침대에 늘어졌다. 정말 구름이라도 되는 듯 푹신하기 그지없는 침대에 빨려들어가 영영 나오기 싫었다.


김여주
아... 자면 안되는데...

02:18 PM
시계를 확인해 보니 아직 2시 18분, 잠을 자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간.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시차는 12시간이기에 난 결국 잠을 이기지 못 했고, 이내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어느새 방에는 새근새근 잠을 자는 나의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러다 몇 시간 쯤 지났을까-


삐- 삐- 삐--


김여주
흐억...!!

방 안 가득 울려퍼지는 웬 사이렌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조금만 잔다는게 대충 몇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김여주
으... 얼마나 잔거야...

05:22 PM

김여주
미친... 3시간이나 잤어...?

시계를 확인해 보니 이미 저녁때가 가까워져 오는 시간. 시차 적응이 안 된 탓인가 아직도 비몽사몽한 정신에 뺨을 챱챱 때리며 애써 잠을 깨보려 했다.


김여주
그나저나 이 사이렌 소리는 뭐야...

그러고보니 깨어날 때부터 요란하게 울려대는 이 사이렌... 비상상황 대비 매뉴얼에도 없었던 것 같은데 대체 뭐지?

치직- 치지직-


김석진
"김여주, 들려?"

탁자 위에 놓아두었던 무전기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석진이었다.


김여주
"이 사이렌 소리는 뭐지? 무슨 일이야?"


김석진
"건물 내에 침입자 발생이야."

...침입자...?


김석진
"보안요원들이 발견해서 포박해놨어. 신원 확인 중이니까 4층 사격 훈련장 1실로 와."


김여주
"아, 응."

뚝-


김여주
...

정말... 스펙타클한 내 인생...



대충 머리만 올려묶은 뒤 빠르게 훈련장에 도착했다. 넓고 광활한 훈련장의 중앙에 밧줄로 포박된 남자와 보안요원, 팀원들까지 대 여섯 명이 있었고 몇 명은 아직 안 온듯 했다.

그와중에 나만 옷 갈아입었네... 전부 아까와 같은 정장 차림이라 너무 편한 듯한 후드와 묶음 머리 차림에 괜히 뻘쭘해졌다.


김여주
큼... 늦어서 미안합니다.


정호석
아직 다 안 왔는데 뭐.


김여주
하하...


김여주
...어, 잠시만.

"..."

포박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익숙한 듯한 츄리닝과 슬리퍼, 검정 모자에 검정 마스크 차림...


김여주
...아...!!!


박지민
뭐야, 왜 그래?


김여주
...이 사람,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김석진
뭐? 넌 그걸 왜 얘기 안 했어?!


김여주
침입자인줄 알았나 누가? 직원인 줄 알았지!!


김석진
넌 이렇게 띨빵한 직원 본 적 있냐?!!


김여주
푸흡...! 띨빵? ㅋㅋㅋㅋ

아, 먼저 웃으면 지는건데. 그래도 내 실수는 맞으니 대충 넘어가자- 하는 마인드로 굽어들어가며 김석진에게 다시 물었다.


김여주
됐고, 그래서 이 사람 어떻게 할건데?


김석진
몰라. 전정국을 찾았다고 하던데 그것부터 알아보지 뭐.


김여주
...전정국을? 왜?


김석진
나도 몰라. 불렀으니까 오겠지.


김여주
...

기절한건지 잠든건지 바닥에서 미동도 않는 이 남자와 전정국, 둘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잠시 후, 모든 팀원이 모였고 전정국은 나와 마찬가지로 잠을 자다 온 듯 머리를 탈탈 털며 부스스하게 나타났다. 정장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머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남자는 그때까지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전정국
어으... 뭐예요? 이 사람은?

정국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직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듯 한 눈치였다.


김남준
너 몰라? 누군지?


전정국
네? 제가 어떻게 알아요. 누군데요?


김남준
모르겠어. 끌려오면서 널 찾았다고 하던데.


전정국
저를요? 왜...?


김태형
얼굴이라도 봐. 아는 사람 아니야?

옆에 있던 태형이 남준을 거들었고, 아직도 의아한 전정국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마스크와 모자를 벗겼다. 주변에 있던 우리들 역시 그의 얼굴을 보았고, 확실히 건물 내에서 본 적 없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전정국
...무, 무슨...

그 와중, 정국은 남자의 얼굴을 보더니 적잖이 당황한 듯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있었다. 놀란건지 두려운건지 모를 처음보는 저 표정이 왠지 불안하게 느껴졌다.


정호석
뭔데, 왜 그러고 있는데?


전정국
...


전정국
이 새X... 이거 봐라..


김여주
...?

나지막히 읊은 그의 작은 욕 한 마디, 그리고 뒤이어 정국의 커다란 손이 남자의 뺨을 순식간에 돌아가게 만들었다.


짜악-!!

"으...!! 뭐야!!!!"


전정국
...넌 뭔데, 새X야.


"왜 여기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