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레벨

에피소드 7.

문을 열자마자 확- 풍겨오는 담배 연기와 냄새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얼마나 많이 피워댔으면 매캐한 냄새에 기침이 절로 날 정도였다.

툭-

전정국 image

전정국

넌 저기 피해있어.

김여주 image

김여주

콜록... 으...?

여기 올 때까지 한마디도 않던 전정국이 나를 옆으로 툭- 밀치며 말했다. 정신이 없어진 나는 대꾸할 힘도 없이 담배 연기가 없는 벽에 밀착해 붙었다. 그제야 숨이 좀 쉬어질 것 같았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잠시만.

김여주 image

김여주

그러고 보니 넷은...?

아까 들어간다던 네 명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 잠입한건가...?

"쉿-"

김여주 image

김여주

읍...!!! 으읍!!

김태형 image

김태형

쉿, 나야.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렇게 힐끔힐끔 들여다보면 걸린다니까?

김태형은 사무실 안 쪽을 훔쳐보던 나를 뒤에서 잡아끌어 입을 막았다.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우읍..!! 으브븝!!!

김태형 image

김태형

조용히 말 해.

김태형은 그 말과 함께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탁- 풀었다. 그와 동시에 발버둥치던 나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꽤 우스운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얼굴이 화끈거려 괜히 적반하장으로 더 화를 냈다. 물론, 목소리를 낮추는 건 잊지 않았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놀랐잖아...!!! 납치해 가려는 줄 알았네!!

김태형 image

김태형

사무실 인원만 대충 봐도 열댓명이야. 걸리면 우리가 더 위험해져.

김태형 image

김태형

들어간 사람들도 만만하진 않은 사람들이니까 잠자코 지켜봐.

김여주 image

김여주

...

이 상황에서도 저렇게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어서라는 얘기일까?

한편, 잽싸게 사무실로 진입한 네 사람.

사무실 안에는 우락부락한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의자, 책상 등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있었다. 정상적인 대출소는 확실히 아닌 듯 했다.

"뭐야? 누구야?"

팔에 용 문신이 잔뜩 그려진 한 남자가 네 사람을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말을 할 때마다 담배 연기가 푹푹 쏟아져 나오는게 후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돈 빌려준다고 해서 왔는데요. 이 전단지보고.

"...허어~?"

김석진 image

김석진

...왜요, 문제 있나요?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석진을 위아래로 흝어보더니, 헛웃음인지 뭔지 모를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야, 이거 안 보여? 여성만 대출 가능하다고 쓰여있잖아."

김석진 image

김석진

예?

"하 참, 눈깔이 삐었나? 남자놈들은 대출 안된다고."

"귀찮게 하지말고 썩 꺼져."

김석진 image

김석진

...씁...

김남준 image

김남준

...

석진이 남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남준은 사무실 안의 CCTV를 모두 찍어 호석에게 전송했다. 다행히 석진에게 이목이 집중된 사람들은 남준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석진 역시 화려한 말빨로 그들을 거의 휘어잡다시피 하고 있었다. 지민, 윤기는 그런 그들을 그저 바라보며 때를 노리고 있었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그냥 나한테 맡겨 놓기만 해도 두 배는 불려드린다니까?

"ㅋㅋ... 지X, 내가 니 말을 어떻게 믿고? 뭐? 두 배?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김석진 image

김석진

나 잘 모르시나 봐?

"그래, 모른다. 누군데? 처맞기 전에 꺼지시든가 자기소개라도 해보시든가."

박지민 image

박지민

...저 형 뭘 어쩌려고 그러죠?

민윤기 image

민윤기

나도 몰라. 생각이 있겠지.

지민과 윤기가 석진의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긴 그럴것이 석진은 자신을 제외한 세 사람에게 어떻게 할 것이다- 라는 그 어떠한 계획이나 설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윤기 image

민윤기

저러다 확 핀트 나가버리는 건 아니겠지...

치직- 치지직-

정호석 image

정호석

"아아, 다들 들려요?"

몰래 차고 있던 무선 인이어에서 잠시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호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호석 image

정호석

"사무실 안쪽에 보면 정가운데 책상 있고, 그 옆에 3시 방향으로 책장 하나랑 커튼 하나있죠? 그 커튼 뒤로 문 손잡이 같은게 보이거든요?"

정호석 image

정호석

"많이 닳아있는데 가린거 보면 당당한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거기 한 번 확인해줘요. 들어갈 때 조심하고."

김남준 image

김남준

알았어. 다른 정보는?

정호석 image

정호석

"많이 낡은 방이란것 밖에는 아직 모르겠어. 하여튼 그 방만 살펴줘. 우린 타이밍보고 들어갈게."

김남준 image

김남준

오케이, 알았어.

"쥐X끼 마냥 뭘 그렇게 쫑알쫑알대? 확 그냥!!"

남자는 호석과 작게 대화하던 남준을 눈치챘는지, 남준에게 눈을 부라리며 손을 들어올려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윤기와 석진이 다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고, 석진은 능청스럽게 대화 아닌 대화를 다시 이어갔다. 이번엔 말 뿐만 아니라 긴 다리를 움직이며 사무실을 슬슬 흝어보며 걷기 시작했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잠시만,

박지민 image

박지민

저 형... 설마...!!

김석진 image

김석진

와~ 사무실 넓네? 뭐도 많고... 가구도 많고...

김석진 image

김석진

...이렇게 숨겨진 공간도 있고?

끼이이익-

박지민 image

박지민

형!! 안돼!!!

지민이 다급히 멀어지는 석진을 향해 손을 뻗었을땐, 이미 늦었다.

석진의 손은 이미 호석이 알려준 커튼 뒤의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고 있었다.

"야, 야!!! 저 새X 잡아!!!!"

김여주 image

김여주

뭐야...!!

김태형 image

김태형

야!!

김태형은 일어나려는 나의 손목을 잡아 다시 앉혔다. 대체 언제 지원이 온다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라는 거야...?!

김여주 image

김여주

지원 가야 하는거 아니야?! 인원 수도 우리보다 훨씬 많은데...!!!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직. 기다리고 있어봐.

김여주 image

김여주

무슨 소리야!!! 저러다 죽으면...!!

김태형 image

김태형

쉿, 우리가 지금 가만히 있어야 더 안전해. 여럿이 몰리면 더 피곤해져.

김여주 image

김여주

그래도!!!

김태형 image

김태형

...하...

김태형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답답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엔 얼굴까지 들이밀자 살짝 부담스러워졌다. 그럼에도 그는 안그래도 큰 눈을 깜빡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너 아까 내가 한 얘기를 뭘로 들은거야?

김여주 image

김여주

뭐...?

김태형 image

김태형

석진이형이 빽이 있어서가 아니라 조직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였냐고.

김태형 image

김태형

존X 세다고 했잖아.

김여주 image

김여주

...

"그 형은 강해."

"어쩌면 우리중에 제일."

퍽-!! 퍼억-!!!

"크아아악...!!!"

김석진 image

김석진

후...

순식간에 석진은 달려드는 남자들을 발차기 단 몇 번으로 날려보냈다. 그럼에도 본인은 몸에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작게 한숨을 돌리더니, 그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가려진 방을 제대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이야...

김석진 image

김석진

미친놈들이었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