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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8.


*이번 화에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묘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 바랍니다.*




김석진
미친놈들이었네, 이거?


민윤기
...허...


박지민
미쳤네.


김남준
돌았네?

네 사람이 본 방 안의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숨겨진 공간은 사무실보다 훨씬 넓었고 사방으로 피가 튄 흔적들이 가득했으며, 무슨 일인지 한 쪽 벽면엔 도끼와 칼 등 각종 험악한 무기들이 가득했다. 그것들도 피가 잔뜩 묻어 찐득한 곰팡이들이 곳곳에 피어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벽에는 웬 아이스 박스들이 가득히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모래 포대기와 이미 한차례 흝뿌려진 모랫더미가 가득히 쌓여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모랫더미 사이사이로 언뜻 검붉은 빨간 색이 눈에 보이는 것도 같았고, 또 한 쪽 구석에는 대충 쌓아놓은 큰 박스와 뭔가 가득 든 포대기가 널려 있었다.

"크흑... 씨X..."

"저 새X들 잡아!!!!"


펑-!!

"크학... 뭐야!!! 어떤 새X야!!!"

순식간에 어디에서 터진지 모를 정체불명의 하얀 연기가 방을 에워쌌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찌할 줄 몰라 버둥거렸고, 밖에 있던 네 사람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금세 연기 사이를 파고들어 남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김태형
나이스 박지민!!

하얀 연기의 정체는 지민이 몰래 터트린 연막탄이었다.

석진, 윤기는 각자 한 명씩 맡아 육탄전을. 태형, 정국은 각각 잭나이프와 단검을. 여주는 권총을 들고 연기 속을 헤집고 다녔다. 어느새 방 안에는 뿜어져 나오는 피와 비명소리만이 가득했다.

"끄아아아악..."

지옥에서나 들려올 듯한 숨통이 끊어지는 소리.

그게 마지막이었다.


어느새 연기가 거의 걷혀지고, 서서히 감춰져있던 싸움 뒤 참혹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김석진
...후...


김태형
다 정리됐죠?

태형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슥- 둘러보고는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물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물론 나도 마찬가지, 아침에 봤던 깔끔한 모습은 어디가고 빨간색으로 물들여진 셔츠와 걷어붙인 팔에 자잘하게 난 상처로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김석진
어. 이 안의 인원은 대강 처리했어.

석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답했다. 옆에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멍투성이로 쓰러져 있는걸 보니 꽤나 애먹은 모양이다.


김석진
김여주, 일단 문부터 잠그고 오늘 일 안 본다고 바깥에 써붙여놔. 누가 들어오면 안되니까.


김여주
아, 응.


김석진
저쪽은 무기고니까 딱히 볼 필욘 없고, 이 아이스 박스들이랑 모래더미, 포대기만 보고 가자. 내 생각에 여기서 무슨 다른 일이 벌어진 건 확실해.


민윤기
...나, 예상가는 거 있는데 말해도 돼요?

잠자코 듣고만 있던 윤기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김석진
뭔데?


민윤기
아마 저 모래더미 안에 신체 부위들 있을거예요.




김남준
...네?


정호석
그게 무슨...!!

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대체 뭘 보고 거기까지 생각한거지?


민윤기
들어봐.

윤기는 모래더미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느리게 내딛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들 역시 그와 일정거리를 두고 섬뜩한 기분을 뒤로 한 채 말을 이었다.


민윤기
난 이런 놈들 많이 봐왔어.


민윤기
고리대금 일 한답시고 위장한 뒤 찾아온 손님들 장기 빼먹거나 납치하는 미친놈들.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포획하기 쉬우니까 여성만 대출 가능하다면서 함정을 파놓은거지.


민윤기
하지만 어떻게든 잡았다 해도 도중에 죽어버리거나 장기적출하고 남은 뒤 시체를 처리하지 못해서 걸리는게 다반사였는데,


민윤기
왜인 줄 알아?


김여주
...


민윤기
간단해. 시체는 어떻게든 부패하니까.


민윤기
땅에 묻어도 주위에 곰팡이가 피고 식물이 죽고, 바다에 던져도 팔 다리 하나쯤은 둥둥 떠오르지.


민윤기
그래서 부패와 악취를 유발하는 미생물과 병원균을 먼저 없애기 위한 작업이 뭘까?

"......"

정적만이 흘렀다. 윤기는 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더니 모래더미 속에 손을 쑥- 집어넣어 마치 몽둥이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민윤기
모래에 묻는거야.


...모래에 묻는다니... 그럼...


김여주
손에 들고 있는 그건... 설마...


민윤기
...어.


"다리. 사람 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