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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9.

그 뒤, 민윤기의 지시를 따라 창고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꽤나 익숙한 듯 능숙하게 창고 안의 물건들을 다뤘고 김석진 저 사람도 딱히 나서지 않았다. 나 역시 모든게 낯설기에 잠자코 따랐다.

모래더미에선 몇 시신의 다리와 팔, 손목 등이 몇 개 더 나왔고 부패한 시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마치 얼려놓은 듯 창백하고 체온 없는 모형과도 같았다. 그와중에 이것도 적응이 된 내 눈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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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저 포대자루들은 맨 마지막에 불태우고, 아이스 박스는 아마 좀 무거울거야. 나랑 석진이 형이 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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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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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호석이 남준이는 저 사람들 몸 수색해서 뭐라도 나올거 없나 뒤져보고, 여주랑 정국이는 아까 다 못 봤던 사무실도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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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지민이랑 태형이는 혹시 우리가 못 본 거 있는지 이 창고 안에 더 수색해줘. 우린 아이스 박스 좀 처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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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별 군말없이 각자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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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형, 이거 끝에 잡고 안 쏟아지게 조심해요. 떨어트리면 안에 있는 거 다 새어나가서 큰일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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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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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저쪽 구석으로 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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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네. 넓어서 처리하기 좋네요.

두 사람은 아이스 박스를 들고 창고 구석의 외진 곳으로 향했다.

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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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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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많이도 모았네.

아이스 박스에서 나온건 다름아닌 "장기들". 부패하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스 박스를 쓴다. 피범벅이 된 얼음들과 빨간색 물체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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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이것도 전부 태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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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물기가 있어서 쉽게 불이 안 붙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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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대충 난도질 해놓죠, 못 쓰게만 만들어도 충분하니까. 뒷처리는 간부들이 와서 보면 알아서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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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 그렇네. 굳이 우리가 치울 필요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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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럼 칼 가져올게요. 마침 저기 있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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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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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윤기야.

석진은 반대편을 향해 돌아서던 윤기의 손목을 탁- 잡았다.

잠시 망설이다 머뭇거리며 윤기를 붙잡은 석진의 손이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예상치 못 한 상황에 윤기는 왜 그러냐며 되물었고, 이내 석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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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까... 그 남자가 정국이에 대해서 말했던 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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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무슨 일인데? 뭐라고 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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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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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

"전정국 저 새X..."

"범죄자야. 사람 패서 깜방 다녀온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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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전정국이? 사람을?

"...어때? 꽤 흥미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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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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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시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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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나도 사실인지 아닌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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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전정국 쟤 얘기도 들어봐야 뭐라도 짐작이 갈 텐데, 지금 분위기론 얘기해 줄 리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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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사람을 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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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윤기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석진도 생각이 많아진 듯 그 이후로 말이 없었다.

전정국과 이 조직,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어떻게 해서 이렇게까지 지독하게도 얽혀 버린 걸까?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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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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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사무실에 이상한게 하나 있는데, 혹시 알고 있는건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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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 알았어.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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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갑작스레 소리없이 다가온 정국에 너무 놀란티를 내버렸나, 정국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어색하게 걸어가는 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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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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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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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까 그 새X가 뭐라고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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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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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까 우리 훈련장에서 그 새X 잡았을때. 무슨 말 없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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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

윤기는 고민에 빠졌다. 이걸 모른 척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모른 척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찝찝할거고, 그렇다고 말해버리면 전정국이 무슨 말을, 무슨 반응을 보일지도 알 수 없는데. 그렇다고 전정국이 범죄자라는 이야기도 확실한지 아닌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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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윤기가 머뭇거리며 입술을 깨물고 있을때, 눈치 챘다는 듯 피식- 헛웃음을 내지은 정국이 먼저 선수를 쳤다. 예상이나 하고 있었다는 듯 덤덤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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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얘기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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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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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라고 그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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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사람 팼던거 알고 있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