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과거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Ep 62. 어느날, 과거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도여주/23
........


도여주/23
.....아,..


스윽

스윽—




어슴푸레하게 동이 트는 새벽

낯선 방에서 눈을 떴다.


뻐근한 고개를 돌려 방의 구조들을 살펴보니 어딘지 알 것 같으면서도

마치 알게하고싶지 않다는것처럼 따끔하게 울리는 두통이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방금까지 내가 덮고있던 이불에서는 마치, 장롱안에 있던걸 기꺼이 꺼낸것처럼 보송하지만 조금은 쿱쿱한,

희미하게 코끝을 건드리는 알코올향은 아마,, 어제의 내 잘못이였으리라 생각하며 이불을 걷었다.



도여주/23
...으, 아..


잔뜩 잠긴 목이 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춥게 잔것도 아닐텐데

아니면 어설프게 일찍 일어난 탓이려나,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붕 떠 머릿속을 부유하기 시작하는 단어들은 뒤죽박죽 섞여있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는 저 방문 밖으로 당당히 발을 내밀을 재량은 없다.

사람이 얼굴에 철판을 까는것도 그 때가 있지,


더듬더듬 푸르죽죽한 새벽빛이 들어오는 고요한 거실을 가로질렀다.




도여주/23
......


째깍째깍, 언제부터 이런 소리를 냈는지, 야속하게도 초면인 시계와 아침부터 아이컨택을 한 대가로

지금이 새벽 4시 38분이라는 사실과, 동이 트기 전 새벽이라는점. 그리고


끼이익

끼이익—



도여주/23
.......

윤기어머님
.....


이 집에서, 소리소문없이 내빼려고 했던 나의 노양심을 본의아니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마냥 내 꼴이 말이 아니여도 상황의 중요도는 구별할 수 있는 나이였기에 거기서 꽁무니를 보이는것만큼은 면했다.

신발장에서 이모를 마주하지 않은게 어찌나 다행이던지,




도여주/23
.......,


도여주/23
...아.. 어,제.... 아...



도여주/23
전화, 전화는... 어,떻게....

...잘 하셨,

........


뒷말은 양심껏 꿀떡 삼켰다. 이미 몇 시간 전 내 주제에 대해서는 뼈저리게 깨달았으니,

다만 이 상황에서 찔리는건 아직 거실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내 휴대폰.


이걸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아니면 여기다 둬야할지 머릿속에서 일종의 번뇌가 튀었다.



도여주/23
......

윤기어머님
잘잤어?


도여주/23
...네..? 아, ...네, 아..


윤기어머님
최대한 새 이불을 꺼내주긴 했는데 괜찮았을진 모르겠다. ...춥진 않았지.?


도여주/23
........


그리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까 들키기가 부끄러워지는 그녀는

오늘도 분에 넘치게 따뜻하다.




도여주/23
......

윤기어머님
어제 전화,


도여주/23
...


윤기어머님
꿈만같았어. ...정말,



도여주/23
..ㄱ,그래서... 이거, 이.. 휴대폰을..! 여기다 놓는게.... ...좋을것같아서요..

꼴사납게 말이 더듬거리며 튀어나갔다.


윤기어머님
........


윤기어머님
네껀데 뭘, ...아, 전화...

윤기어머님
..나는 괜찮아, 어제 전화 한번으로도 분에 넘치게 충분했어


윤기어머님
너 폰인데, 니가 잘 간수해야지


도여주/23
......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는 울고싶은 감정에 더 가까우려나?


쉬이 감당하기 힘든 현실앞에서 한발짝 물러난 그녀는 내게 복합적인 감정을 선사했다.

...이게 어른의 모습일까? 아니면 어른이 된 어머니의 모습일까


미처 대답하지 못하고 서있는 내게 그렇게 다가온 그녀는 한번 더,

분에 넘치도록 따뜻한 품을 내주었다.




윤기어머님
꿀물타줄게. 먹고 가,

윤기어머님
...여기서는 아마 푹 자긴 힘들것같으니까,.. 집에 가서 자고.


윤기어머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여주야. ...나는 생각보다 괜찮거든,


도여주/23
........


도여주/23
....






_한편,




민윤기/19
......


민윤기/19
....하아...


여기 또 녹아 끈덕지게 눌러붙은 사탕같은 낯을 하고 있는 누군가.

대충 잠이 안 와 입에 까넣은 사탕은 단내를 폴폴 풍기는데 왜 목구멍 안은 이렇게 쓴지 모르겠다.


...내가 계속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걸까?


누군가에겐 과거이지만 내게는 목전까지 다가온 현실이자 한번도 상상해본적 없었던 미래.

자꾸 지금의 나를 과거라 치부해 여기는 모순은 몇 년 전부터 나를 괴롭혔다.

때려고 해도 때지지 않는 녹아 비닐봉지에 끈덕지게 달라붙은 사탕처럼,


매 분, 매 시 붕 떠있는 기분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애매한 시간의 공간에 부유한체-


그렇게 여기고 싶진 않지만, 상황은 날 항상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그 미래의 사고에 매여있도록 종용한다.

그게 뭐길래 무너진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서,

결국 그걸 또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후회하고, 또 되풀이하는 모습이 울렁거려서,


...결국 목숨을 담보로 내놓은 대가인가 싶다가도 내 존재가 내게 소중한 이들에겐 잡고싶은 희망이라는 사실이 손을 내민다.

참으라고, 참아보라고. 그정도는


미련하게 그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해 꾸역꾸역 살아온게 몇년이다.

나는 그 몇년마저도 누군가에겐 그리움의 조각이 될것이란걸 너무나 잘 알아서,



민윤기/19
.......


민윤기/19
....하..


침대에 누운 체 한쪽팔을 올려 따가운 형광등 불빛을 가렸다.

뭐, 이 세상, 어차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거라며.



도여주가 숨기려는것,

..그게 뭔지 정확한 형태는 몰라도 결국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서 자기가 짊어지고 있다는거, 안다.

안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더 미치겠고,




민윤기/19
.......



끝까지 미련한 희망이지만, 걔는

내가 져주고 있다는걸 영원히 몰라줬으면 좋겠다.



아니, 조금은 알아줬으면—.




...

..

.





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다음화부터는 슬슬 스토리 진행속도를 높혀보지요..



작가
항상 강조드립니다. 작중 이해안가시거나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댓글이나 팬플매신저(친추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에 꼭 알려주세요!


작가
손팅부탁드립니다😚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