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과거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Ep 63. 어느날, 과거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한데로, 여러번 입술로 되뇌인데로 그대로 입에서 나와주면 좋으련만...

참 야속하게도 뭔 말을 하려고만 하면 굳어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술 덕에 피차 어색한채로,

아니, 조금의 어색함과 민망함, 그리고 무언가 속에서 울컹거리는걸 억누르는 죄책감이 되려 어울어진...


그런 대화속에 계속 하루는 지나갔다.




그럼에도 우습게 대화는 되었는지, 그 순간에도 그리운 목소리에 한 번,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에 한 번,

너무 달아서 도리어 쓴 물을 삼켜내야했지만,



서로에겐 그것조차 감지덕지인지라




한때 우리를 희망으로 내몰았던 이 전화가 어느센가부터 두려워지기 시작했을 때쯤,


그저 닿기만 바랐던 나날들이 이젠 울리는 전화벨소리가 머릿속에 오버랩되어 웅웅거릴때쯤,


수화기 넘어 간간히 전해지는 너의 한숨들이 그저, ..아무일 아니기를, 더욱이 내 일이 아니기를

.....그런 미운 소원들을 하나 둘 썩혀갈때쯤.



도여주/23
– 민윤기, 너 막 그런 에너지드링크 많이 먹지 마


도여주/23
– 그렇게 막 쓰다 몸 버린다니까?



민윤기/19
– 1일 1커피 하시는분이 말이 많네..ㅎ,


민윤기/19
– 야... 나는, 이거라도 먹고 공부를 해야지


도여주/23
– 젊을때 몸 상하면 돌이킬수 없다잖아


민윤기/19
– ㅎ, ...죽은 몸은 되돌릴 수 있고?


도여주/23
– ..어?



민윤기/19
– 아니, 당연히 되돌려야지. 응..


도여주/23
.......



민윤기/19
– 도여주, 걱정하지마. 아, 그냥 농담한거야


도여주/23
– 알아ㅋㅋ 농담인거. 농담으로 알아들었어.


민윤기/19
– 응...ㅎㅎ, 내가 ..살아서, 만약에 너 보면



민윤기/19
– ....되게 반가운데, 되게 이질적일것도 같고, ...너가 아닐것같다고 느낄수도... 있을것같아


도여주/23
– 왜? ...뭐 내가 얼굴이 바뀌기라도 할까ㅋㅋㅋ


민윤기/19
– 그냥.. 내가 기억하는건 16살의 도여준데, 같은 사람인건 맞아도 너는 24살일거고.. 음, 나도


민윤기/19
– 그 나이일테고, 응



도여주/23
– .......



도여주/23
– 우리, 바로 알아볼꺼야 몇년을 통화했는데, 그러니까 말도 잘 통할거고ㅋㅋㅋ


도여주/23
– 아.... 그때는 3분 이런거 없겠지? 이게 은근히 열받게 하거든


민윤기/19
– 3분마다 시계 쳐다보는거 아니야?ㅋㅋㅋㅋㅋ


도여주/23
– ㅋㅋㅋㅋㄱㅋ아.. 그럴수도,


도여주/23
......


시간이 되면 속절없이 끊어지는 전화에 이제는 적응할만큼 적응한걸까,

어느정도 끝날 시간이 다가오면 짜놓기라도 한 듯 말을 줄인다.


그 사이에 끊어진 전화는 덜 아쉽기도, 그만큼 씁쓸하기도 해서 더욱이 휴대폰을 덮어버리게 만든다.


하나 다행인것은,

...그래도 우리는, 아니 우리의 관계만큼은 절대 끊어지지 않으리란 확신이라도 있다는 점.




_회사,

_회사, 구내식당




공다예/23
아아아아, 그래서


공다예/23
남친이랑은 잘 사귀고 있어?


도여주/23
...응..?


손경하/23
아 왜!! 학생때부터 친구였대매


도여주/23
어... 내가 그 얘기를,,


공다예/23
끄덕끄덕)) 술먹으면서 했지


손경하/23
두달... 좀 됐나, 무튼



손경하/23
야, 우리 다 대학 포기하고 취업한 사람들인데 유일한 엘리트 니는 대학생활 했을거아냐


공다예/23
여주 남친은 고딩때 만났다 그랬거든!!


도여주/23
초딩이야 ..아,


공다예/23
초딩이였어?!


손경하/23
뭐야뭐야! 이정도면 완전... 소꿉친구....



도여주/23
.....


도여주/23
....ㅎㅎ,


오늘따라 반찬이 참... 안집히네,

저 앙큼한 친구들의 입에 뭘 좀 넣어주고 싶긴 한데....


어젯밤까지만 해도 가슴을 은근히 찌르던 그 관계가 이리 달큼한 로멘스로 둔갑한 이야길 듣고 있자니

퍽 감회가 새롭다.



도여주/23
...... 야야야, 밥먹어, 점심시간 다 지나겠다


손경하/23
먹고 있어, 거 참


공다예/23
여주야.. 대학은,, 어떠니....


공다예/23
..좋은곳이야...?



도여주/23
......


도여주/23
...김과장님같은분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음...



도여주/23
아, 저기 옆부서, 오팀장님같은사람만 한 천 몇명...?


공다예/23
.......


손경하/23
.....



도여주/23
ㅋㅋㅋㅋ환상을 버리렴


공다예/23
쩝....



공다예/23
근데 너, 요즘따라 안색이 안좋다


공다예/23
특히 이번주엔 더, 다크서클이 는 기분이야


도여주/23
...아,



도여주/23
중얼)) 피차 예민해서 그런가..


손경하/23
응..?


도여주/23
아... 어, 걔가 요즘 공부를 해ㅅ....


손경하/23
남친이 공부해..? 아, 뭐 시험


도여주/23
어..


공다예/23
아, 학생이구나!


도여주/23
.....? ㅇ,아니...?!


손경하/23
...?



공다예/23
아, 대학생.. 아니시면.....


도여주/23
.......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한것같다. ...아 진짜 왜이러지.?




도여주/23
...그으으.. 어, 어 그 공무원 시험준비.!


도여주/23
걔가 그래서 요즘 좀 예민해


손경하/23
아아, 바쁘시겠다ㅜㅠ 우리나이에 공무원.. 쉽진 않은데,


도여주/23
.....ㅎㅎ,,



공다예/23
근데, 알거야. 서로 예민한거. 너도 알고 있으니까


도여주/23
...응?



공다예/23
아니 뭐.. 서로 예민해도, 그런거 안들키려고 노력하는게 사실, ...눈치채긴 제일 쉬운거니까.


공다예/23
..그래서 그분도, 알고있을거라고. 서로가 노력하는거.


도여주/23
.......



도여주/23
...내 노력을..



미처 한번도 생각치 못한 부분을 바늘로 쿡 찔린 느낌이였다.


처음엔 숨이 멎을것같았고, 뒤이어 찌르르한 아픔이 진동처럼 퍼졌다. 그래.

딱 그랬다 내 마음이. ...우습게도,





...

..

.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