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심장이 죽는다고 말했다.
06 | 살고싶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나…

너를 더는 보지 못한다는 것은 두려웠다.

[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_ 드라마 내용 中 ]

한동안 아무런 말도 오고 가지 않는 적막한 병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두 사람의 숨소리뿐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색한 공기만이 흐르던 가운데에서 그런 적막을 먼저 깬 건 그녀의 주치의였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담당 주치의
한 수아씨, 방금 말씀하신거 진심입니까?


한 수아
네, 진심이예요.

담당 주치의
…그건 아직 임상 실험단계에 있는 약물입니다.

담당 주치의
아직 합법적으로 통과가 된 물품이 아니구요.

담당 주치의
그렇기에 환자 본인에게 리스크가 매우 크고..-

의사가 그녀의 선택을 말리는 듯 말을 길게 이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의사의 말을 끊고는 대답했다.


한 수아
선생님, 그 정도는 저도 잘 알고있어요-.


한 수아
그러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담당 주치의
그걸 잘 아시는 분이 대체 왜-..!!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렇게 말했다는 그녀의 대답에 의사는 언성을 높이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아무리 자신의 환자가 살 수 있는 확률이 있다고 해도 어느 의사가 그것을 쉽사리 권유하겠는가..?

그리고, 자신의 환자가 그 희박한 확률에 본인의 목숨을 도박으로 걸고서라도 불안정한 약물을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세상에 그 어떤 의사가 말리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환자인 그녀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더니 의사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수아
쌤, 저 처음에는 제가 죽는다길래..


한 수아
정말 남들이랑은 다르게 진짜로 덤덤하게 제 운명을 받아들이려고 했는데요-…


한 수아
그 사람. 내 하나뿐인 남자친구-.


한 수아
우리 정국이가 우는 모습을 보는데…


한 수아
그 모습을 보니까 한 순간에 무너지는거 있죠?

그녀는 이내 꾹 참고 있던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흘리며 말했고, 이런 그녀를 바라보는 의사의 마음을 편치 못했다.

지금 자신이 무어라고 말한들 지금의 그녀에게 위로가 되진 못할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한 수아
정말,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한 수아
근데, 제가 죽고나면 혼자 아파하고 있을 정국이..


한 수아
그 사람이 그렇게 슬퍼하고 있을 모습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한 수아
저 정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아요-..

그녀는 결국 소리 내어 엉엉 울면서 그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내었다.

이 순간 의사는 자신의 눈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고 있는 그녀가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두 손으로 눈을 비비적거리며 눈물을 닦아내고는 의사의 앞에 무릎을 꿇어 보였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란 의사는 안절부절못해 하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담당 주치의
한 수아 환자분..!

담당 주치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담당 주치의
얼른 일어나세요!


한 수아
선생님, 제발요..-


한 수아
저 좀 도와주세요.. 네??

담당 주치의
한 수아 환자분..-


한 수아
제발…저 살고싶어요-.


한 수아
살 수만 있다면 임상실험이든.. 허가되지 않은 약물이든 다 상관없어요..!


한 수아
부작용이 생기든.. 몸에 이상이 와도 상관없어요..!


한 수아
그러니까…-


한 수아
제가 그 사람 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한 수아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제발-…


한 수아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한 수아
전 그 사람 혼자 두고 죽고싶지 않아요..-

의사의 다리를 붙잡은 채 그녀는 울부짖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고..

이 순간 자신에게 매달려 눈물만 쏟아내고 있는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사랑이란 것 앞에서 이토록 나약해질 수 있단 말인가..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나..- 사랑하는 이가 홀로 남겨져 슬퍼하고 있을 것이 두려워 살고 싶어 한다니…

이보다 더 아이러니 한 일이 또 있을까..?

때때로 신은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시지만 그와 동시에 시련 또한 같이 던져주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한동안 병실에는 그녀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전 정국
…-

그렇게 한참을 숨죽인 채 문밖에서 그 둘의 대화내용을 듣기만 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병실 안에서는 그녀의 울음소리 만이 들려왔다.

울부짖고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있으니 내 두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이런 그녀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그녀의 눈물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그녀의 앞에서 뭐든 다 해주겠다고 그렇게 큰 소리치며 말해왔던 나인데-..

정작 지금의 나는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그것을 깨닫게 되자 이런 내 자신이 너무나도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20XX년 6월.

하늘이 너무도 파랗고 맑던 어느 날.

내 [심장]이 살고싶다며 눈물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