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심장이 죽는다고 말했다.
07 | 불안과 예민함


나쁜 생각이란…

마치 머리 위를 스치는 새와 같아서

막아낼 도리가 없다-.

_[마틴 루터 킹]

수아가 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 시작한지 벌써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날 담당 주치의와 대화 이후. 수아에게 임상실험 약물은 위험하다고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몇 번이고 말해봤었지만…


한 수아
… 정국아-.


한 수아
미안한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할거면 나가줘.


전 정국
수아야, 어머님이랑 이렇게 얘기하는건..


전 정국
다 너가 걱정되서 하는 말인걸 알잖ㅇ..-


한 수아
날 걱정하면!!


한 수아
그냥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게 해줘..


전 정국
… 한수아-..


한 수아
지금의 난 살 수만 있다면.. 이 한 줄기 얇은 실 같은 희망이라도 기대고 싶은 심정이니까..

그렇게 그녀를 설득시키는 것은 포기했다. 아니 설득시키지 않았다고 말하는게 맞을까?

수아처럼 나 역시. 그녀가 살 수 있을거란 그 한 줄기 희망에 기대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우리의 그 간절한 바람이 이제야 이루어지려고 하는 걸까?

아직 임상실험에 있다는 그 약물이 잘 맞아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듯

수아는 아주 작지만 나날이 갈 수록 상태가 좋아져가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니 나도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담당 주치의
한수아씨, 오늘 몸은 어떠세요?


한 수아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담당 주치의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담당 주치의
검사 결과도 미약하지만 호전되고있는게 수치상으로도 보이고 있으니…


한 수아
조금만 더 있으면 퇴원할 수 있겠네, 그쵸?!


전 정국
한 수아, 그런 말 들었다고 다 나은게 아니야-.


한 수아
치, 그치만…-

어느새 주치의가 앞에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수아와 나는 서로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를 의사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더니 그는 나와 수아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담당 주치의
그럼 저는 내일 회진때 다시 뵙도록하죠-.


전 정국
감사합니다 선생님-.

담당 주치의
아뇨,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담당 주치의
아, 한수아 환자분-.


한 수아
네-?

담당 주치의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다면 바로 말해야 된다는거 아시죠?


한 수아
네네, 알고 있어요.

담당 주치의
아무리 작은거라도 바로 말해야합니다?


한 수아
어휴.. 쌤, 귀에 딱지 앉겠어요-.

수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으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담당 주치의
환자분 그렇게 말하시곤 저번에도 말 안하셔서 일주일 뒤에 검진 후 제가 차트를 보고 나서야 알았던거..

담당 주치의
그건 기억하시죠-?

주치의의 말에 수아는 창문을 바라보며 시선을 피했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연신 한숨을 내쉬며 의사는 내게 말했다.

담당 주치의
혹시라도 문제생기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전 정국
네, 걱정마세요-.

그렇게 의사가 병실을 나가고 난 후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문쪽을 힐끔하고 바라보더니 의사가 나간 것을 확인하는 듯 했다.

그리곤 편하게 앉아서 한숨을 내뱉었다.


한 수아
하여튼..- 저 쌤은 잔소리가 너무 많아-.

그런 수아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어 보였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 정국
왜, 이제 좀 나아지는 것 같으니까 병실이 지겨운가보지?


한 수아
어, 완-전 지겨워…


한 수아
그래도 이정도 회복력이면 첫 눈 내리는건 병원에서 환자복이 아닌..


한 수아
밖에서 예쁜 사복을 입고 볼 수 있겠지?!


전 정국
그래, 그때 나랑 같이보자-.


한 수아
아, 상상만해도 너무 행복해-..

수아는 나를 바라보며 어린아이 마냥 웃어 보였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런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러웠기에 나는 수아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전 정국
순간 네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였어-.


한 수아
으으.. 하여튼-.


한 수아
오글거리는 멘트는 한결 같다니까?


전 정국
그래, 네가 오글거리다 못해 오징어처럼 오그라 들 때까지 계속 할거야-.

그렇게 서로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던 중..-

드르륵-.

한 수아 어머니
수아야, 엄마왔어-.


한 수아
으응 엄마, 왔어?


전 정국
어머니, 오셨어요?

한 수아 어머니
정국아,내가 없는 시간동안 매번 우리 수아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맙구나..


전 정국
아뇨, 당연히 그래야죠..-

한 수아 어머니
그래도.. 알바까지 해서 병원비를 보태주는 건 네 나이에는 쉽지 않은 일인걸 잘 알고있어..-

병원에서의 입원치료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점점 늘어나는 병원비는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어머님은 홀로 수아를 키우고 계셨기에 그 부담은 더욱 커져가기만 했다.

그렇기에 저번 달부터는 홀로 감당하시기 어려운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어머님 혼자 짐을 지게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수아의 병원비를 보태기로 결정했다.


한 수아
나 때문에 고생이 많네-..


한 수아
우리 엄마도 내 남자친구도..

수아는 두손으로 이불을 꽉 쥐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표정을 싸악 굳혔고 천천히 입을 떼곤 말했다.


전 정국
… 한 수아-.


전 정국
그런식으로 말하면 나 화낸다고 했지..?

내 말에 그녀는 애써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한 수아
에이-.. 알겠어 미안해..!


전 정국
…미안하면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마-.


한 수아
알겠어, 안그럴게요-.


한 수아
자기, 얼른 알바가야지! 이러다가 늦겠다.


전 정국
그래, 다녀올게-..

그렇게 병실 문을 열고 복도를 천천히 걸어 나가는데 뒤에서 수아가 나를 불러세웠다.


한 수아
정국아-!


전 정국
응, 수아야 왜-?

그녀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수아
… 사랑해-!


전 정국
…-

왜일까…?


전 정국
응, 나도 사랑해 수아야-..

언제나 내게 달콤하게만 들려왔던 너의 사랑한다는 그 말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불안하게 들리는 걸까..?

나를 사랑한다며 말하는 너의 그 입술이..

너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이..

난 뭐가 그리도 불안하게만 보이는 걸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안함은.. 기분 탓이겠지?

그래, 깊게 생각하지마 전정국..-

그럴거야, 기분탓이야.

아마도 내가..-

많이 예민해진 탓일 거야…

그러나 그 불안함과 예민함은..

하루종일 내 머리속을 휘집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