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밤의 끝자락 (정한 시점)



정한
"…내가 각오하랬지, 이서연."

어두움 속 그저 상가의 불빛만으로 향해 서로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두서없이 흔들렸고,

그 말이 나오고 나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숨을 고르고, 마지막까지 갈등했던 내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된다고, 지금 아니면 도저히 이 터질것 같은 마음을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마음이 부풀어버렸는지

둥실거리며 떠오르는 풍선보다 더 높게 날아갈 것같만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볼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내게로 당겼다.

이서연
"...아!"

그녀의 몸은 나에게 더 가까이 들어왔고

입술이 닿는 순간,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역시나 그녀 또한 살짝 놀란 기색이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받아들여줬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이건 단순한 키스가 아니었다.

그동안 누르고, 덮어두고, 감춰왔던 마음.

한 없이 키스하고 안고 내거라고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사랑을 응원하던 사람에서, 그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으로..

나는 더 이상 그녀의 친구,동료,선배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였다.

이서연
"...으웁...선..."

그녀의 손이 허우적대는 걸 느끼자 본능적으로 내 손으로 그 손을 덮었다.

잠시만— 이 순간만큼은. 멈추지 말라고, 내 마음이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정한
"하아..."

…조금 오래 키스했던 것 같다. 천천히 입술을 떼고, 눈을 맞췄다.

그녀는 숨이 차올라 얼굴이 붉게 달아있었고, 나는 온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울렁였다.

그녀가 내게 “귀엽다”라고 웃으며 장난치던 그 순간부터

사실, 이미 나는 무너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정한
“정말....이렇게 될 줄 몰랐어 나도. 네가 나한텐 그냥 ‘후배’가 아니게 된 거.”

조용한 밤공기 속, 내 말은 또렷하게 울렸다. 서연은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서연
"....저도 이럴 줄..."

도망치지 않았다. 피하지 않았다.


정한
“…그리고 오늘, 너 다치고, 내가 널 치료해주고...


정한
그 순간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또 실감했어.”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온기를 느끼고, 심장을 다시 다잡았다.


정한
“그러니까 각오하랬던 거야. 내가 이제, 너한테 진심으로 다가갈 거거든.”

그 말과 함께, 나는 서연의 손등에 살짝 입을 맞췄다.

장난도 아니고, 충동도 아니었다. 이건 선언이었다.

재미를 넘어선 호기심. 그 감정은 애초에 떠나보낸지 오래였다.

널 좋아한다고, 이 마음에 더는 변명 없이 다가서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