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그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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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음, 결국에 그렇게 됐다 이거지? 어쩐지 윤정한 이상하다 했어...”

회사 근처. 조용하고 칸막이가 높게 쳐진 식당의 안쪽.

스케줄을 마친 후 모인 세 사람.

정한과 서연이 나란히 앉았고, 마주 본 자리에는 승철이 앉아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한참을 조용히 있더니—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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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아니, 풉.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내가 소개를 시켜줄 걸 그랬나?”

서연은 당황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고, 승철은 고개를 저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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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야, 서연이. 너는 나 좋아한다더니, 이건 또 뭐냐?”

이서연

“아, 그게… 그땐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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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됐어, 농담이야. 으이구, 풋.”

승철은 가볍게 웃더니, 익숙한 듯 손을 뻗어 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그 순간— 정한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팔을 뻗어 서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단단히 끌어당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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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안돼. 이제 그거 하지마.”

짧고 단정한 말. 하지만 말 끝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서연은 정한의 팔 안에서 순간 숨을 멈췄고, 승철은 정한의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뭔가를 이해한 듯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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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아오, 진짜. 풋.”

고개를 돌린 승철은 서연을 다시 바라보며 살짝 진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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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그래. 나 좋아하느라 고생했다. 이젠 진짜 행복해라, 서연아. 큭큭.”

서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이서연

“네... 고마워요, 오빠.”

그 말에 정한이 옆에서 얕게 웃으며 팔을 천천히 풀었고,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조용히 한 입 떠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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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이거 좀 괜찮은데?"

그가 묻자, 서연도 같이 수저를 들었다.

정한은 어느새 서연이 먹기 좋은 반찬들을 골라 작게 덜어주기 시작했다.

서연은 그런 정한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승철에게 입을 열었다.

이서연

“…오빠.그래도 나 오빠 좋아한 시간이 진짜 길었는데, 그 시간동안 그냥 슬프지만은 않았어요.”

정한이 숟가락을 멈추고, 시선을 살짝 서연 쪽으로 돌렸다.

이서연

“혼자 좋아하면서, 나름 행복하기도 했고… 지금 돌아보면, 그 감정이 참… 소중했던 것 같아요.”

잠시 말을 멈췄던 서연은, 정한을 한번 조용히 바라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서연

“…하지만 지금은 정말, 오빠에 대한 마음은 편하게 정리됐고—

이서연

정한 선배님…정말 많이 좋아해요. 진심으로, 잘 만나보고 싶어요.”

정한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감쌌다. 승철은 뭔가 흐뭇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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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그래. 에휴, 난 다 먹었으니까 간다.니네 잘 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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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이 분위기에서 뭐 더 앉아있기도 좀 그러네.”

일어나려던 그는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 정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한마디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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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어쩌면 내가 큐피트 역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정한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서연도 작게 인사를 건넸다.

식당엔 다시 둘만 남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정한이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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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고마워, 서연아. 그렇게 말해줘서.”

서연은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정한은 그녀의 손을 조용히 잡고, 조금 더 다정한 눈빛을 담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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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우리 뭐 할까? 며칠 만에 보는 거잖아.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

서연은 숨죽여 웃더니, 작은 장난처럼 말한다.

이서연

“풉, 내일도 스케줄 있잖아요. 일찍 들어가야죠.”

정한은 잠시 투덜거리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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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뭐어… 조금만 더 있자. 웅…?”

장난스러운 말투.서연은 결국 그 말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눈동자 안에서 이제야 피어난 봄이 포근하게, 제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