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이렇게 좋아도 되는걸까

이서연

“...우와, 예쁘다~"

서연의 목소리는 살짝 들뜬 숨결처럼 흘러나왔다.

도심의 불빛이 아래로 펼쳐진 밤. 그 위로 잔잔한 바람이 스쳐가며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정한과 서연, 둘은 근처 전망대 위에 나란히 서 있었다.

늦은 밤이라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

한적하고 고요한 이 공간은 오히려 둘에게 더 깊은 낭만이 되어주었다.

말 없이 야경을 바라보던 둘. 정한이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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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후배님."

이서연

“네?”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정한은 눈을 야경에 둔 채, 말없이 숨을 들이마셨다.

잠시 망설이다가—

마치 오래 품어온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듯,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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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진짜, 많이 좋아해요. 후배님.”

그 말에 서연은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한 박자 놓친 듯 멈추고, 곧이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야경보다 더 눈부신 고백.

이미 울리던 심장소리는 귓가를 울리는 북소리처럼 크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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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나랑 연애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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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사귀어 줄 거죠?”

정한은 멀리 두었던 시선을 천천히 그녀에게로 옮겼다.

그 눈빛이, 조용히 서연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서연은 그를 마주하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도망치듯 고개를 돌려 앞을 보려 했지만, 결국 부끄러움에 힘이 풀려 벽 쪽 바닥에 푹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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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어어! 괜찮아? 발목 삔 데 또 아파?”

정한은 깜짝 놀라 급히 서연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에 닿았다.

정한 image

정한

"괜찮아...?"

서연은 고개를 들지 못하다가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작게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겨우 마주한 순간, 서로의 눈과 눈이 너무 가까웠다.

이서연

“…!!!”

숨이 또 막혀왔다. 정한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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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얼굴 엄청 빨개요, 후배님 풉...”

이서연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당황한 서연은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변명했고, 정한은 그런 그녀의 손을 슬쩍 잡아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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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또 넘어질라. 가만히 있어요.”

이서연

“…저, 저 좀 그렇게 보지 마세요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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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그렇게 보는 게… 어떤 건데요?”

정한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말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서연은 으… 하고 울상을 짓더니 갑자기 그의 뺨에 빠르게 뽀뽀를 하고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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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 ..."

정한은 순간 멍해진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다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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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아이~ 같이 가요, 후배님~!!"

그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는 서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서연은 빠르게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그를 돌아보았다.

이서연

“...선배님.”

작게 숨을 고른 그녀가 말했다.

이서연

“...저도 많이 좋아해요. 저랑... 오래 사귀어주세요.”

정한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멀지 않은 거리.

하지만 그 말은 눈빛보다 더 가까이 가슴에 닿았다.

숨이 길게 나왔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조용히, 깊게 되뇌었다.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정한이 그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그건 사랑에 대한 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