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그날 밤


그날 밤. 시원한 바람이 슬며시 스쳐가는 조용한 공원,

서연과 정한은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잎사귀 그림자가 흔들리고 서늘한 공기 속에도 그 둘은 묘하게 따뜻했다.

서연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이서연
“...오늘도,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정한은 작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몸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깊이 그의 품에 들어왔다.


정한
“나도 그랬어.”

짧은 대답이었지만, 온기와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서연은 ‘헤헤...’하고 작게 웃었다.


정한
“그나저나, 이서연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많이 늘었네?”

이서연
“...앗...!”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연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더 깊게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머리카락이 살랑이며 정한의 턱 아래를 간질였고 정한은 웃으며 그녀의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정한
“사랑해. 이서연.”

그 말에 서연의 몸이 살짝 움찔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붉게 물든 얼굴. 그리고 정한의 눈동자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

정한은 그 눈을 조용히 바라보다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살짝, 그러나 확실하게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서연은 숨을 고르듯 속삭였다.

이서연
“...선배, 자꾸 반칙...”

정한은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한
“그러게. 어떡하냐, 자꾸 너랑 있으면... 반칙하게 되는데.”

말끝이 살짝 떨릴 만큼, 진심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시간이 흐르던 중— 정한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희미한 그림자. 그리고 어딘가 서늘하게 느껴지는 시선 같은 무언가.


정한
“...?”

그는 눈을 좁히며 뒤쪽을 바라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 그림자도, 카메라도, 인기척도.


정한
‘...기분 탓인가. 아니면... 진짜?’

서늘한 감각에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았지만 서연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서연
“왜 그래요?”

서연이 물었다.


정한
“응, 아냐. 벌레 있는 것 같아서.”

이서연
“...버, 벌레요?!”

서연은 순식간에 정한에게 더 들러붙었다. 정한은 작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한
“장난이야~ 걱정 마. 나타나면 내가 다 잡아줄게.”

이서연
“으아~ 진짜 뭐예요...!”

서연이 장난처럼 툭툭 치자, 정한은 웃으며 팔을 더 감싸 안았다.

그렇게 둘만의 밤은 깊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