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낯선 기류

새벽 세 시. 서연은 무사히 귀가해 샤워를 마친 뒤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머리맡에 둔 휴대폰 화면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메시지를 열었다.

정한 image

정한

[정한 선배님♥︎] <잘 들어갔어? 오늘도 최고였다. 꿈에서 봐요.>

서연은 그 메시지를 읽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이서연

“아아… 미쳤나 봐…”

그러다 문득 휴대폰 화면이 깜빡이며 진동했다.

이서연

“엇, 또 왔나?”

서연은 설레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화면에 뜬 건—

낯선 이름. [은호.]

서은호 image

서은호

<자?>

그 한 줄의 메시지가, 방금까지의 설렘을 그대로 잘라내버렸다.

이서연

“…뭐야…”

그녀는 휴대폰을 바라보다 잠시 멈칫했다.

읽지 않음 메시지는 그대로 미리보기 상태. 단순한 인사? 아니면, 정말... 그런 의도?

아직 대답도 못했는데, 다시 진동이 울렸다.

서은호 image

서은호

[은호] <그냥 생각나서 메시지했어. 혹시 지금 시간 돼? 전화 돼? 자려나?>

서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입꼬리는 내려갔고, 이마엔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이서연

“…진짜 연락을...”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는 휴대폰을 엎어두고 몸을 돌렸다.

베개 속으로 파묻히듯 웅크려진 그녀의 어깨는 작게 들썩이고 있었다.

이서연

“저러면... 불편해서 촬영장에서 어떻게 봐...”

입술을 깨물며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조용한 방 안.

그녀의 가슴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정한의 말과 그 위에 갑자기 올라탄 불쾌한 기분이 뒤엉켜 있었다.

설렘과 불편함.

두 감정이 동시에 심장을 끌어당기는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