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ORTUNITY : 기회
#21




전정국
하아-...



김태형
땅 꺼지겠네.


김태형
너 요즘 무슨 일 있냐?


김태형
공부도 잘 안 하고... 생각 많아 보이고...



전정국
그냥.


전정국
미래를 안 다는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네.



김태형
갑자기 또 뭔 소리.


김태형
진짜 뭔 일 있어?



전정국
아니야, 아무것도.


김태형
......




전정국
어머니가 앤비회사에서 일하신다고?


김여주
응... 뭐 이렇게 놀라...?


앤비회사. 현숙이 이모가 일하시던 회사다.

그렇게 알아내고 싶었던 여주가 이곳으로 일찍 전학을 온 이유에 대해 알게 된 것이었다.

원래 과거에는 현숙이 이모가 죽지 않았으니 앤비회사에 일자리도 생기지 않았을거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 일자리가 생겨 여기로 이사온거겠지.

그런데 내가 과거를 바꾸고 나서는...

현숙이 이모가 죽었고, 자연스레 앤비회사의 일자리에 생겼다. 거기에 여주 어머니가 취직하셔서 일찍 전학을 오게 된거고.


아주 사소한 거에도 과거는 쉼없이 바뀐다. 며칠 전까지, 아니 몇 시간전까지만 해도 윤수를 살려보려 머리를 굴린 나를 보며 또 다시 반성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살인자가 되어 자살하는 것도, 모두 윤수의 운명인거다.

내가 함부로 건드려서는 절대 안된다.


투둑투둑-,



전정국
아이... 비 오네.


전정국
중간고사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기말고사냐.


전정국
대한민국 중딩 생활 각박하다, 각박해.


초저녁이었는데도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밖은 이미 깜깜한지 오래였다. 날씨에 기분이 좌지우지 되는 걸 막으려 씻으려는 찰나, 나밖에 없는 조용한 집에 띵동-, 하고 초인종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전정국
누구세요?


'......'



전정국
......? 뭐야.


띵동-,


누구냐는 말에 아무런 대답은 없고 계속해서 초인종만 눌러댔다. 화가 난 나는 언성을 높인 채 문을 벌컥 열었고,



고윤수
......


문 앞에는 윤수가 서 있었다.

우산을 쓰고 오지 않은 듯 흠뻑 젖어 옷에서는 빗물 뚝뚝하고 떨어지고 있었고, 벌겋게 충혈 된 눈 주변에는 눈물인지 비인지도 모를 물들이 있었다.



전정국
윤수야...!


전정국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고윤수
......


고윤수
어떻게 했어.


전정국
...ㅁ, 뭐가...



고윤수
수행평가도 만점, 중간고사도 만점...


고윤수
학교에서는 맨날 천날 놀고만 있는 주제에...


고윤수
어떻게 했냐고.


스물 일곱 살을 먹은 나인데도, 윤수의 눈빛을 보고 소름이 끼쳐 몸이 굳었다.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만 같은 위협감, 그 감정 하나가 짧은 새에 나를 지배했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