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ORTUNITY : 기회
#23



무더운 여름 방학이 금방 지나가고, 새로운 학기가 찾아왔다. 태형이와 여주는 생각보다 잘 사귀고 있었다. 일주일 지나서 헤어질 것 같더만, 몇 달을 한 쌍처럼 붙어다니는 중이었다.


"야... 너 윤수 소식 들었어?"

"어. 어떡하냐 진짜..."


반에 들어오자마자 내 귀에 '윤수'라는 이름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싶어 이야기하고 있는 애들에게 물어보려던 찰 나, 김태형이 들어왔다.



김태형
와! 전정국! 너 왜 키 컸냐?


전정국
그러는 너는 그대로다.


김태형
......


김태형
내 미래 키 190. 니 미래 키 170.


전정국
나 지금 170이 넘었는데.


김태형
......



전정국
아, 너 윤수에 대해 들은 거 있어?


전정국
들어오자마자 애들이 윤수 이야기만 하네.


전정국
맨날 1등으로 와서 공부하던 애가 보이지도 않고.


김태형
......


태형이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 정말 심각한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지, 나는 답답하다고 말하며 망설이는 태형이를 재촉했다.



김태형
윤수 실종 됐잖아.


전정국
뭐...?


김태형
나도 우리 엄마한테 들었어. 그것 때문에 학교 난리야.


김태형
소문 안좋아질까봐 덮으려고 하고 있다던데.


김태형
선생님들 다 쉬쉬하는 분위기인가봐. 학부모들도 그 이야기 꺼려하고.


전정국
......아니... ㅇ, 왜? 언제?


김태형
학원 간다 하고 안 돌아왔대.


김태형
이거보다 더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겠어.


전정국
경찰에 신고는 했대?


김태형
윤수 아빠가 했겠지.


김태형
아휴... 진짜 뭔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가 무섭다.



김태형
잠만. 전정국 너 뭐 바꾼 거 없지?


전정국
...없어. 이럴까봐 윤수한테 힘내라는 한 마디 못했는데.


김태형
건강히 돌아오길 빌어야지.


한 달전까지만 해도 맨 앞에 앉아있던 반 친구가 실종되었다는데, 학교의 분위기는 평소와 똑같았다.

담임선생님조차 윤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도 스물 일곱이나 먹은 성인이니, 어느정도 이해는 한다만 수사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건가 싶었다. 윤수 아빠가 워낙 미친놈이어야지.

하루종일 수업에 집중 할 수 없었다. 혹시 나의 작은 행동들로 윤수의 운명에 지장을 준 건 아닌가 죄책감도 들었다.

띵동댕동- 띵동댕동-



김태형
야, 피시방 갈래?


전정국
아니. 나 해야할 일 있어.


김태형
? 뭔데.


전정국
나 윤수 좀 찾으려고.


김태형
......뭐...?


김태형
경찰들이 찾고 있대잖아.


전정국
윤수 아빠 생각보다 훨씬 미친놈이야.


전정국
그런 아빠가 신고한 걸 내가 어떻게 믿어.


김태형
...과거 안바꾸기로 했잖아.



김태형
바꾸면 무슨 일 일어날지 모르잖아.


전정국
어쩌면 이미 바뀌었을지도 모르지.



전정국
몇 달전까지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밥 먹던 친구야.


전정국
비극적인 미래, 윤수 아빠의 끔찍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데


전정국
내가 어떻게 모르는 척 해.



전정국
최소한 윤수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라도 찾아야겠어.


전정국
나 혼자 할거야, 그러니까 말리지마.


김태형
ㅇ, 야.


김태형
너 지금 고작 열 네살이야. 어디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태형
좀 현실적으로 생각해.



전정국
그렇게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다가



전정국
윤수 죽게 내버려 두는 거, 나 안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