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ORTUNITY : 기회

#24

갈 만한 곳을 다 가보았다. 편의점, 카페, 찜질방. 대한민국에서 미성년자, 그것도 중1이 갈 수 있는 곳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다.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윤수 아빠라는 사람에게 가장 큰 의심이 들었다.

적당히 아이들에게 수소문을 하여 윤수의 집으로 찾아갔다. 하루종일 윤수만을 찾아다닌 내가 결정한 마지막 목적지였다.

띵동-

"누구세요."

대문 넘어 투박한 남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수 아빠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쉬고,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

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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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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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안녕하세요.

뉴스 속 모자이크로만 보던 윤수 아빠의 얼굴.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윤수 아빠의 얼굴이 너무나 평범했다는거다.

아니 어떻게 보면 호감상이었다. 깔끔한 머리, 정갈된 옷. 감히 아동 학대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꾸벅 인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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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윤수 친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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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걱정이 되어서 와봤어요.

"......"

"윤수 집 나갔다."

아들이 지금 행방불명인 상태인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가 있지. 나는 지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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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요?

"나야 모르지. 경찰들이 조사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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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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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전정국입니다.

전정국이라는 단어에, 귀찮해하던 윤수 아빠의 표정이 바뀌었다. 호기심, 분노. 그 중간쯤의 표정이었다.

"윤수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 공부를 엄청 잘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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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중1한테 공부 잘하고 못하고가 어디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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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윤수는 분명 S대 갈거에요. 제가 장담해요.

"......그래. 그럼 들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기만 했다. 저렇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뒤에서는 윤수를 미친듯이 때린다니,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더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윤수를 찾아야만 했다. 어쩌면 그게 내가 과거로 온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새벽이 될 때까지 온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놀이터도 가보았고, 지하철역도 가봤다. 물론 윤수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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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진짜 어디간거야.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몸도 마음도 지쳐 오늘은 그만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는 윤수가 책상에 앉아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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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아무도 없는 새벽의 길을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저 멀리 익숙한 형체가 보였다. 160이 조금 넘는 듯한 키, 구부정한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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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윤수야...!

나는 곧바로 윤수에게 달려갔다. 며칠 째 씻지도 못하고 노숙을 한 듯 윤수의 몸에서는 악취가 풍겨왔고, 옷도 꼬질꼬질 해져 알아볼 수 없을정도가 되었다.

윤수는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제야 열 네살 같은 모습이었다.

공부, 시험 점수 하나에 목숨을 거는 악착같은 아이가 아닌, 어리광도 부릴 줄 알고 울 줄도 아는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윤수를 세게 안았다. 너무 안아주고 싶었는데, 이제야 안아줘서 미안했다. 윤수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정말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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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내가 미안해, 너무 늦게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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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늦게 안아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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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힘내라고 말 못해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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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너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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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말 못해준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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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냥 내가 다 미안해 윤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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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우리 아빠가 내 아빠가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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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친아빠가 아니래. 나 고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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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그래서 맨날 그렇게 때렸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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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사랑해서 그런거라고 말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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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그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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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그냥 1등 못하는 내가 거슬렸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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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나... 나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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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내가 1등만 하면 아빠가 행복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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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그래서 공부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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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내 아빠가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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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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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나 정말 어떡해 정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