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ORTUNITY : 기회
#26




김태형
헤어질거야.


김태형
그게 맞는 것 같아.



전정국
갑자기 뭔 개소리래.


전정국
헤어져? 누구랑?


김태형
작년부터 계속 생각해 오던거야.


김태형
애초부터 내가 끼어든거였잖아.


김태형
이기심 하나로 네 미래를 망칠 수는 없지.


김태형
그리고... 이제 나도 진짜 공부해야하고.


김태형
여주도, 너도.


전정국
참 나, 꼬맹이가 어른스러운 척 하기는.


전정국
네가 여주랑 결혼할 것 같냐?


전정국
고딩 때 사귀는 걸 가지고 뭘 그렇게...


김태형
너야말로 다 이해하는 대인배인 척 하지마.


김태형
너도 네 인생 살아야지.


김태형
나 배려하지마.


김태형
나랑 여주랑 이대로 계속 사귀어서 성인 때까지 사귀면 어쩌려고?


김태형
20대 너한테 전부는 여주였잖아, 과거에는.


전정국
......



전정국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전정국
나는 너보고 헤어지라고 말 안하고 싶은데.


전정국
그리고 또,


전정국
여주가 너랑 헤어진다 해도 나한테 온다는 확신도 없고.


전정국
무엇보다 여기에서 본 여주는 중 1때부터의 모습이었잖아.


전정국
이성적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전정국
그냥 지켜주고 싶어.


전정국
옆에 있어주고 싶고.


전정국
그러니까, 내 생각 한다고 헤어질 생각 하지마.


전정국
이건 내가 대인배인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거니까.


전정국
너는 여주 여자로 좋잖아. 미친듯이 좋잖아.


전정국
그러면 사귀어.


전정국
나 때문에 헤어지고 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김태형
...나 요즘 기분 이상해.


김태형
두려워.


전정국
뭐가, 또 ㅋㅋㅋㅋ


김태형
네가 지금으로부터 딱 10년뒤에 죽잖아.


김태형
그거 자체가 너무 짜증나.


전정국
바꾸면 돼지.


전정국
아니 이미 어쩌면 너무 많은 게 이미 바뀌었을 지도 몰라.



전정국
엄마 없이 아빠한테 방치 되면서 살아왔던 내가,


전정국
엄마랑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전정국
친구 한 명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던 내가,


전정국
친구가 두 명이나 생겼잖아.


전정국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려고.


전정국
굳이 내가 살아왔던 과거의 흐름대로 내 삶을 끼워 맞추고 싶지 않아.



김태형
......



김태형
죽지마.


김태형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


김태형
알겠지?


전정국
오늘 유독 애기가 됐다, 너.


전정국
꿈에서라도 내가 죽었어?



김태형
몰라, 아무튼 약속해.




김태형
절대 죽지 않겠다고.



전정국
......


전정국
알았어, 약속.


전정국
약속 지킬게. 됐지?ㅋㅋ



김태형
......


드르륵-


"야! 여기서 힐파크 사는 사람!"


태형이와 이야기를 마치고 교실에 올라와 5교시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 옆 반애가 다급하게 우리반 문을 열며 소리쳤다.


힐파크 사는 애들은 왜? 아이들은 무슨 일인지 갸우뚱 거리며 수군거렸다.


"어? 나 힐파크 사는데. 정국아, 너도 힐파크잖아."


전정국
응. 근데 그건 왜...


"야! 니네 몇 동이야?"

"지금 난리났어. 누가 101동에 불 지르고 튀었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왜, 왜 하필 101동인걸까.



전정국
ㄴ, 나... 나... 101동인데...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거렸고, 그새 기사를 찾아보며 얼른 가보라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수많은 아파트들 중에 왜 우리 아파트일까.

평생을 주택과 반지하를 오가며 살아왔던 우리 둘의 첫 번째 아파트에 왜 하필 불이 난걸까.


우리 엄마는 왜 하필 그 시간에,


집에 있었던걸까.

"서울 연화동에서 끔찍한 방화 사건에 벌어졌습니다. 범인은 오랫동안 사회에 대해 반감을 가져오다 술에 취한 채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전정국
ㅇ, 엄마...


전정국
엄마! 엄마, ㅇ, 엄마...


전정국
ㅈ, 저 들어가야해요. 엄마가 안에 있어요.


"지금 들어가시면 위험합니다!"


전정국
이거 놔 X발, 우리 엄마가 왜...

왜 하필,


우리 엄마의 구조가 제일 늦었던걸까.

열 일곱, 봄이 다가와 벚꽃이 예쁘게 피기 시작하던 그때.

엄마와 벚꽃 구경을 가자며 계획을 세우던 그 시점에,


하필, 하필이라는 이유로


나는 엄마를 또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