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ORTUNITY : 기회
#28




김여주
뭐…?


김여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김태형
……..


김태형
헤어지자고.


김태형
여기까지만 하자, 우리.


김여주
너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말해.


김여주
우리가 지금 몇 년을 만났는데…!


김여주
너는 헤어지자는 말이 그렇게 쉬워?


김태형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우울하게 살거야.


김태형
몇 년이 지나도, 아니 어쩌면 평생.


김태형
전정국이 행복해지기 전까지,


김태형
나는 우울할거야.


김여주
……


김여주
너 진짜 이상해.


김태형
응, 미안.


김여주
헤어지자는 말 취소해.


김여주
지금이라도 취소하면, 봐줄게.



김태형
아니.


김태형
여기까지만 하는 게 맞는거야.


김태형
그게 여주 너한테도 좋을거야.


김여주
…야.


김태형
고마웠어.


김태형
미안하고.


김태형
너무 갑작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데,


김태형
나는 계속 생각해왔던거야.


김태형
미안해.


김여주
여기서 가면 너 나랑 진짜 끝이야.


김여주
죽을 때까지 네 얼굴 안봐.



김태형
……



김태형
나 먼저 갈게.


뒤를 보지 않고 앞으로 빠르게 걸었다. 여주에게만큼은 불행을 주고 싶지 않았다. 전정국도 분명 그걸 원할거니까.

전정국으로 인한 주변의 불행은,

나 하나로 충분해야한다.

틀어지기 시작한 전정국의 운명속에,

피해볼 사람은 나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딸랑-



전정국
어서오세ㅇ,



전정국
어? 여주야ㅎ



김여주
……


전정국
무슨 일 있었어?


전정국
표정이 안 좋은데.


전정국
나 알바하는 데는 어쩐일이야ㅋㅋㅋ


김여주
너 태형이한테 무슨 말 했어?


김여주
네가 뭔가 태형이 힘들게해?


전정국
뭐라고…?



김여주
네가 뭔데,


김여주
나랑 태형이랑 헤어지게 만들어.


전정국
…….



전정국
헤어졌어…?


전정국
나 때문에…?


김여주
…….


김여주
몰라, 다 짜증나.



김여주
내 인생에서 너만 없었으면,


김여주
아니다. 태형이 인생에서 너만 없었으면,


김여주
우리는 안헤어졌을거야.


전정국
…….




전정국
미안해.


전정국
나도…


전정국
나도 너희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전정국
잘 안되네.


전정국
미안ㅎ



김여주
……


김여주
이렇게 모진 말들을 하는데 미안하다는 소리가 또 나오냐?


김여주
진짜 어이없어…


김여주
너도 화도 내고 짜증도 내.


김여주
“내가 뭘했다고 갑자기 와서 지랄이야!” 이렇게 소리도 지르라고.



전정국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나는 네 마음 다 알아.


전정국
그래서 짜증 안 내는거야.


전정국
네 진심 아니까.


김여주
……



김여주
너 진짜 무슨 비밀 있는 건 아니지..?


김여주
큰 병 걸렸다거나, 뭐 그런거 아니지? 어?


김여주
김태형이 몇 달째 이상한 말 해서,


김여주
너 자꾸 곧 죽을것처럼 이야기해서…!


김여주
사실 나도 진짜 무슨 일 생길까봐 불안해 죽겠다고.


전정국
김태형 과민 반응하는거야.


전정국
여주 네가 이해해.


전정국
태형이가 헤어지자고 했구나.


김여주
응..


전정국
내가 태형이랑 전화 통화 해볼게.


전정국
너무 걱정마.


김여주
……



김여주
아까 되도 않는 짜증내서 미안해…


김여주
자꾸 네 앞에서는 어려져.


김여주
투정도 막 부리게 돼.


김여주
미안해, 아까는 진짜 내 생각만 하고 욱해서…


김여주
지금 제일 힘든건 너일텐데.


전정국
나 안힘들어 ㅋㅋㅋㅋ


전정국
괜찮아.


괜찮다고 웃으며 말하는 정국이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는 것만 같았다.



전정국
시간 늦었는데 못 데려다 줘서 미안하네.


김여주
10시 밖에 안됐거든.


김여주
나 갈게.


전정국
응ㅎ 들어가.


그 날따라 유난히 정국이의 눈이 촉촉해보여서,

아까 내 생각만하고 저질렀던 모진 말들이 너무 미안해서,

도울 일이라도 없을까라는 생각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김여주
…오히려 내가 다시 가면 짐만 되려나.


김여주
아니다, 쓰레기 버리는 건 기깔나게 잘하니까.


김여주
뭐라도 도와줘야ㅈ,



전정국
“야, 너나 말 조심해.”


전정국
“여주가 뭔 일 있냐고 나한테 묻더라.”



편의점에 다 와가는데, 편의점 앞 골목에서 정국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정국
“안 죽는다고. 최소 2020년까지는 산다니까 임마.”



김여주
……?


김여주
저게 무슨 말이야…


2020년이라니. 지금은 2010년인데, 10년은 지나서의 일을 벌써부터 이야기하고 있는 정국이 이상해 나는 귀를 기울였다.



전정국
“운명, 과거. 다 바꿀 수 있어.”


전정국
“2020년 내가 원래 죽어야만하는 그 날에도,”


전정국
“너랑 같이 있어줄게.”


전정국
“진짜 안죽는다고, 내가 약속해.”


전정국
“그러니까 여주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전정국
“헤어지자는 개소리 말고.”



김여주
저게 무슨…


운명, 과거를 바꿀 수 있다니. 2020년에 죽어야만 하는 그 날은 도대체 또 뭔지.

정국이가 태형이와 통화하는 그 순간동안에 나는 그들의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전정국
“죽기 전 내 여자친구이자 나를 지옥에서 꺼내준 사람은 여주였지만,”


전정국
“지금은 너한테 여주가 그런 존재잖아.”


전정국
“나는 여주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잘 지내는 것만 봐도 만족해.”


전정국
“아니, 지금 같이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전정국
“그러니까 태형이 너 나 신경쓰지마.”


전정국
“여주가 내 여자친구였던건 그때고, 지금은 네 여자친구잖아.”


툭-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려버렸다.

도통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전정국
…여주야…


오히려 무서워졌다. 절대 알면 안되는 비밀을 알아버린 것 같았으니까.



김여주
야…


김여주
너…


김여주
너 뭐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