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운명
02ㅣ운명처럼 다시 만난 우리


세리의 친아빠는 폭력과 욕설을 일삼는 사람이었고, 세리의 친엄마는 클럽이나 술집에 놀러다니는 걸 좋아하고 매일 그렇게 노는 사람이었다. 그런 부모 사이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가정폭력을 당하며 살아왔을 수밖에.

3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맞아오던 세리. 그렇게 맞고만 살아오던 도중, 세리의 생일 날 세리의 친아빠가 세리의 방으로 들어와 세리는 또 맞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세리의 친아빠는 세리의 짐을 하나도 빠짐 없이 챙기고는 세리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갔다.


한세리
아빠…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친아빠
알 필요 없어, 시끄러우니까 좀 닥치고 있어.


한세리
네…

그렇게 오래 달려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보육원. 아직 많이 어렸던 세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그 곳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세리가 그 곳을 쳐다보고 있을 때 세리의 친아빠는 세리의 짐들이 담긴 캐리어와 가방을 바닥에 던져놓고는 혼자 차에 타 문을 잠궜다.


한세리
어…? 아빠…!


한세리
나 두고 어디 가는 거예요…? 여기 어디인데요…?

친아빠
너는 이제부터 우리 딸 아니야.

친아빠
이제부터 저기서 살아, 꼴도 보기 싫으니까.


한세리
아빠…!!

세리는 그 꿈을 꾸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났고, 일어나자마자 그 기억이 생생히 떠올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세리는 또 버려질까, 또 맞을까, 또 욕을 들을까 무서워졌다.

그렇게 밤을 새웠고, 개학 날이 찾아왔다. 원래 가려던 보육원과 가까운 중학교가 아닌 입양아도 꽤 많고 모두 평등하다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한세리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잠시만, 엄마가 데려다 줄게!


한세리
네? 아니에요… 안 그러셔도 돼요.

엄마
엄마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그래, 응?


한세리
그럼… 부탁 드릴게요.

세리는 부모님의 차로 학교까지 편하게 등교할 수 있었다. 등교 시간은 8시 30분까지지만 8시 10분에 학교에 도착한 세리, 아직 20분 전인데도 학교는 아이들로 붐볐다.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비싼 외제차를 타고 온 세리가 내리니 세리에게 시선이 몰릴 수밖에. 세리는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엄마에게 인사를 드린 후 내려 바로 반으로 갔다.


한세리
내 자리… 여기네.


전정국
안녕…?


한세리
어? 어어… 안녕.


전정국
이름이 뭐야?


한세리
한세리.


전정국
그래? 나는 전정국, 친하게 지내자!


한세리
그래.


전정국
어? 너 아까 그 외제차 타고 온 걔 맞지?


한세리
어… 나 알아?


전정국
등교 첫 날부터 엄청 비싼 외제차를 끌고 오는데, 모르겠어?


한세리
그런가…


전정국
음… 집 어디야?


전정국
방향 같으면 오늘 하교 같이 하자!


한세리
우리 집 주소… 모르는데.


전정국
어?


한세리
우리 집 주소 모른다고, 어디인지.


전정국
왜?


한세리
어제 왔거든, 보육원에서.


전정국
아… 미안.


한세리
괜찮아.


전정국
그럼, 전화번호는?


한세리
핸드폰 없어, 물론 전화번호도 없고.


전정국
뭐라고…? 그럼 뭐하고 살아…?


한세리
공부나… 독서?


전정국
안 심심해…?


한세리
응, 재미있어.


전정국
뭐, 뭐가 재미있다고?


한세리
공부도 재미있고, 독서도!


전정국
공부… 벌레구나.


한세리
공부 벌레라니, 너는 공부의 재미를 모르는구나?


전정국
설마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전정국
그냥 의무감 가지고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한세리
우리 집 주소는 잘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하교 같이 하자!


전정국
그래, 좋아.

세리와 정국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하굣길에는 꼭 세리의 엄마가 세리를 데려왔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세리도 휴대폰이 생겼고, 정국과 거의 매일 연락을 하며 지냈다.


한세리
PM 11:39ㅣ나 이제 잘래.


전정국
그래, 잘 자.ㅣPM 11:40


전정국
또 악몽 꾸고 무섭다고 나한테 전화 하지 말고.ㅣPM 11:40


한세리
PM 11:40ㅣ안 하거든요?


전정국
그래, 하지 마라.ㅣPM 11:40


한세리
PM 11:40ㅣ어쨌든 나 잘 거니까 연락 그만.


한세리
PM 11:41ㅣ내일 아침에 봐!


전정국
그래.ㅣPM 11:41


한세리
진짜 전정국이랑 얘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니까.

세리는 금방 잠에 들었고, 또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부모님이 나오는 게 아닌 보육원에서의 기억을 꿈으로 꾼 것이다. 세리가 6살 때의 기억이었다.


한세리
정국아! 우리 오늘은 뭐하고 놀까?!


전정국
세리야…


한세리
어? 정국이 울어?


전정국
…


한세리
왜 울어…? 으응…?


전정국
나아… 이제 너랑 못 만난대…


한세리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전정국
나아… 입양 간대…


한세리
…


한세리
조, 좋은 거지…!


한세리
너두 엄마 있었으면 좋겠다구 나한테 맨날 그랬잖아!


전정국
그래두우… 너랑 못 만난다구…


한세리
나중에 우리 꼬옥 만날 거야, 약속!


전정국
으응… 약속!


전정국
그리구… 이거.


한세리
으응…? 이게 뭐야?

정국이가 세리에게 준 것은 다름아닌 작은 곰돌이 인형 열쇠고리. 세리는 그것을 받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정국은 다른 색깔의 열쇠고리를 보여주며 자신과 커플이라고 그걸 보며 자기를 잊지 말라고 말하였다.


전정국
이거 보면서어… 나 잊으면 안 돼…!


한세리
당연하지! 내가 너를 왜 잊어?


한세리
고마워, 평생 간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