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운명

02ㅣ알코올에 미쳐버린 나에게 다가와준 유일한 당신.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그 말은 아직도 유효해요.

팀장님

유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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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네, 팀장님.

팀장님

이것 좀 해줄래요? 내가 지금 좀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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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그럼요, 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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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제가 해드릴게요.

팀장님

고마워, 유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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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네.

마케팅 팀에서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난 대리였죠. 다른 동료분들도 저를 좋아하는 눈치였어요, 제가 일을 잘하고 시키는 것도 다 하니까요. 근데 그건 다 제 착각이었어요.

A1

보린 씨, 솔직히 요즘 신 대리 님… 좀 별로지 않아요?

A2

뭐야, 시아 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A2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A2

자기가 일을 잘 하는 걸 아는 건지 뭔지 매일 나서기만 하고.

A1

맞아, 이번에 엄청 중요한 프로젝트도 신 대리 님이 맡았다면서요?

A2

그 프로젝트 원래 채아 씨가 하려고 했는데 신 대리 님이 뺏었다잖아요~

A1

헐, 진짜요?

A2

네, 가끔 보면 진짜 여우 같다니까요?

A1

이제 가요, 팀장 님이 어디 갔다가 이제 오냐고 또 뭐라고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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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저는 그 말들을 다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다른 분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거든요. 나는 진짜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거예요. 거기서 눈물밖에 안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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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나는,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데.

물론 그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 일을 계기로 노골적으로 저한테만 일을 계속 주고 저만 시켜먹고.. 괴롭히더라고요. 그거에 대해 트라우마가 남아서 우울증에 걸렸어요.

근데 그 후로 술을 좀 마시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알코올에 미친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알코올 아니면 의지할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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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의지할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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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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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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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어… 그,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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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쪽도 나 위로해주고, 내가 그쪽 얘기도 들어줬는데… 우리 술 친구 하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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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술 친구라…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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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 내 번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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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도 번호 줬으니까 그쪽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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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흠… 내 번호 비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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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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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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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름…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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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유혜요, 신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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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그쪽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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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는, 김태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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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나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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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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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뭐야… 나보다 오빠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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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오빠라… 그거 참 듣기 좋은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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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푸흡, 그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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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요, 나는 진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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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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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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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나, 우울증 진짜 심한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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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이 시간만 되면 술 먹고 울고 있을 시간인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눈물보다 웃음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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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랑 같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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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그럴…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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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 거라면 기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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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도 그쪽이랑 있으면 글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불안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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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솔직히 석진 선생님 빼고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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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그 선생님이랑 만나서 얘기 해도 우울증 얘기만 해서 별로… 좋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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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도, 그 형은 좋은데 우울한 얘기만 해서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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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우리 공통점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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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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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근데, 그 회사 때문에 우울증이 온 거면… 회사를 그만 두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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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나도 그만 두고 싶죠, 근데 그만 두면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가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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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회사에 취직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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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게 문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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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그러면 오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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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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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오빠는… 왜 그렇게 부담감을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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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싫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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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작가가 된 이유, 오빠가 글 쓰는 기 좋아서 된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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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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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그럼 그냥 즐겁게 쓰면 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오빠는 오빠만 즐겁게 쓰면 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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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오빠가 불안증이 생기고 스트레스 받으려고 그 일 시작한 거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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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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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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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오빠가 좋아서 작가가 된 건데, 왜 오빠가 그 부담감을 다 견뎌내고 힘들어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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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가장 중요한 건, 오빠 자신이에요.

여주의 말을 들은 태형은 왜인지 모르게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툭 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하지만 태형은 그 눈물을 꾹꾹 참으며 울려고 하지 않았다. 그걸 본 여주는 태형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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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혜

울고 싶으면 울어요, 아무도 뭐라고 안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