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운명
04ㅣ알코올에 미쳐버린 나에게 다가와준 유일한 당신.


태형은 바로 여주를 엎고는 석진이네 정신과로 뛰었다. 여주의 회사와 정신과는 걸어서 10분이었지만 죽어라 뛴 태형 덕에 5분만에 도착하였다.


김태형
혀, 형…!!


김석진
뭐야?


김석진
어? 신유혜?


김태형
유혜, 유혜가… 쓰러졌어.


김석진
뭐? 왜?


김태형
회사 가는데, 약을 안 챙겨갔나 봐… 그래서 내가 우울증 약 주라고 해서 챙겨간 거고.


김석진
일단 알겠어… 병실로 옮길게.


신유혜
아…


김태형
유혜야…!!


신유혜
어…


김태형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고?


신유혜
푸흡… 나 괜찮아.


김태형
갑자기 그렇게 쓰러져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신유혜
그랬어?


김태형
아, 참… 석진이 형 불러올게.


신유혜
응.


김석진
어휴, 이 바보야!


김석진
누가 약을 놓고 가래, 그것도 회사 가는데.


신유혜
치… 나도 몰랐어요!


김태형
유혜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마, 좀 까먹을 수도 있지.


김석진
참… 쌍으로 난리네.


김석진
여튼 너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진 거니까 좀 쉬어.


신유혜
네.


김석진
아, 그리고 김태형 너는 나 좀 보자.


김태형
응, 유혜야 나 잠시만 석진 형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


신유혜
응, 빨리 와.


김태형
왜 불렀어?


김석진
너, 불안한 건 좀 어때?


김석진
계속 불안해? 글… 아직도 쓰기 힘들어?


김태형
아니, 글 쓰는 게 좋아.


김석진
어? 뭐… 뭐라고?


김석진
내가 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김태형
아니, 정확하게 들었어.


김태형
나 이제 글 쓰는 게 좋아, 즐겁고.


김석진
그래… 좋긴 하다만,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


김태형
유혜가 그러더라, 너무 압박감 가지지 말라고.


김태형
내가 글 쓰는 게 좋아서 작가가 된 건데, 왜 힘들어 하냐고.


김태형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나만 즐겁게 쓰면 되는 거라고.


김태형
그 말 듣고 알겠더라,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갈 길을 가면 된다는 걸.


김석진
유혜가… 그런 말을 했어?


김태형
응, 나도 놀랐어.


김태형
분명히 유혜는 우울증 환자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는지.


김석진
다 컸네, 유혜나 너나.


김태형
응?


김석진
유혜 좋아하지?


김태형
어…?


김석진
나는 너희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김석진
너희 둘 다 사람을 믿지 않는데, 이렇게 빨리 친해질 수가 없어 좋아하지 않는다면.


김석진
좋아하지? 유혜.


김태형
응, 그런 것 같아.


김석진
힘내라, 유혜도 너한테 아예 마음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으니까.


김석진
이 형은, 너 응원한다?


김태형
고마워.


김석진
그래, 이제 병원에서는 안 보는 거다?


김태형
응.


신유혜
무슨 얘기… 하다가 왔어?


김태형
어? 뭐… 그냥,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신유혜
에이, 겨우 그거 물어보려고 태형 오빠를 끌고 가다니.


신유혜
그러고 보니 나도 궁금하다, 요즘 글 쓰는 건 어때?


김태형
좋아, 글 쓰는 게 즐거워.


신유혜
진짜?


김태형
응, 다 네 덕분이야.


신유혜
내가 한 몫 하긴 했지?


신유혜
안 좋은 반응들은 신경 쓰지 말고, 슬럼프 오면 혼자 힘들게 버티지 말고 쉬어.


김태형
그래, 우리 유혜 말 들어야지.


김태형
음… 이거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신유혜
응, 뭔데?


김태형
너… 아까 스트레스 받아서 쓰러졌다고 했잖아.


김태형
갑자기… 왜 쓰러진 거야?


김태형
단지 약이 없어서 그랬던 거야?


신유혜
전에… 내가 말 했었지? 회사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신유혜
유시아, 최보린 사원이 그 중에서 가장 심하거든.


신유혜
그 둘 때문이야, 내가 쓰러진 거.


김태형
너희 회사… 찾아가도 돼?


신유혜
어? 외부인 출입 가능하긴 한데…


김태형
나, 다녀올 테니까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신유혜
진짜 찾아가려고…?


김태형
어, 너 건들인 애들 죽이러 가야지.


신유혜
살벌하네…

A1
어? 누구세요?

A2
못 보던 얼굴인데… 잘생겼네.


김태형
유시아 사원이랑 최보린 사원, 어디 있는지 아세요?

A1
제가 유시아고, 옆에 있는 분이 최보린 씨인데.

A2
무슨 일이세요?


김태형
아~ 이 두 분이시구나?


김태형
잠깐 저 좀 따라와 보실래요?

A2
아, 네!

A1
무슨 일이길래 안 쓰는 창고까지…?


김태형
무슨 일이길래?


김태형
지금 그딴 말이 나오시나?

A2
네?


김태형
너희 둘 때문에, 유혜가 쓰러졌잖아요.

A1
아, 혹시 유혜 씨가 말한 남자친구가… 그쪽이신가?

A2
에이 설마, 이렇게 잘생기신 분이?


김태형
너희 때문에 유혜가 스트레스 받았다고, 알아?

A1
그게 왜 저희 때문…!


김태형
입 닥쳐, 그건 너희가 더 잘 알지 않나?


김태형
너희가 괴롭혔다며, 유혜.

A1
저, 저희가 언제요…!


김태형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김태형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가서 여주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

A2
뭐라… 사과요? 그것도… 무릎 꿇고?

A1
저는 못해요.


김태형
못한다라… 죽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A1
…

A2
…


김태형
당장 가서 사과하라고.

A2
그냥… 사과 해요, 시아 씨.

A1
뭐라고요? 제가 왜 걔 하나 때문에 자존심을 굽혀야 돼요?


김태형
뭐라고? 죽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구나, 그냥.


김태형
그런 거면 진작 말 하지 그랬어.

A1
죄송합니다.


김태형
나한테 사과 하지 말고 유혜한테 사과 하라고.


김태형
진심으로, 정성을 다 해서 사과해.


김태형
유혜는… 너희 둘 때문에 씻지 못할 상처를 입었어.


김태형
그것 때문에 우울증으로 정신과도 다닌다고, 알아?

A2
…


김태형
사과 하려면 따라와.


신유혜
어? 오빠 왔…

시아와 보린을 본 유혜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졌고, 손까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남은 것이겠지. 태형은 유혜에게 싱긋 예쁜 웃음을 지어주고는 둘에게 말했다.


김태형
꿇어.

태형의 한 마디에 그 둘은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었고, 유혜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당황해 벙쪄있었다. 그런 상황에 먼저 입을 뗀 건 다름 아닌 최보린이었다.

A2
유혜 대리 님, 죄송… 해요.

A1
저도… 죄송합니다.


신유혜
이게… 갑자기 무슨.


김태형
내가 진심으로 사과 하라고 했어, 무릎 꿇고.

태형은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의 눈빛으로 유혜를 쳐다보았고, 유혜는 그런 태형이 귀여웠는지 태형을 보고 싱긋 웃어보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태형은 그런 유혜의 행동에 순식간에 귀가 빨개졌다.


신유혜
아, 그리고 거기 둘 일어나요.

A1
네?

A2
…


신유혜
나는, 우울증에 걸리고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신유혜
당신들 때문에.


신유혜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열심히 한 것 밖에 없는데… 이상한 헛소문 때문에 순식간에 왕따가 됐죠.


신유혜
들었어요, 그 헛소문 당신들이 낸 거라는 거.

A1
…

A2
정말, 정말 죄송해요…


신유혜
나한테 죄송할 필요도 없고 사과할 필요도 없어요.


신유혜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놓고, 용서를 바라는 건 아닐 거라 믿어요.


신유혜
만약 용서를 바라고 이 짓을 하고 있는 거라면… 당신들은 진짜 이기적인 거야.


신유혜
나는 사과를 받을 생각도, 용서할 생각도 없으니 나가봐요.


신유혜
진짜… 꼴도 보기 싫어.

유혜의 말에 시아와 보린은 병실에서 나갔다. 태형은 아직까지 귀가 빨개진 상태로 유혜가 자기 머리를 쓰다듬었다며 혼자 중얼 거리고 있었고, 금새 표정이 풀어진 유혜는 태형에게 다가갔다.


신유혜
혼자 뭐라고 중얼 거리고 있어?


김태형
깜짝이야…!


신유혜
뭐야, 귀 엄청 빨개.


김태형
아니거든…!


신유혜
아, 설마… 아까 내가 머리 쓰다듬어서 그런 거야?


김태형
그런 거 아니야…!


신유혜
귀엽네, 오빠.


김태형
그렇게 웃지마.


신유혜
응? 왜~


김태형
설레.


신유혜
어?


김태형
설렌다고.


신유혜
아… 귀여워 죽겠다.


김태형
으응?


신유혜
분명히 내가 어린데, 왜 이렇게 오빠가 동생 같지?


김태형
치…


신유혜
귀여운 동생 같아.


김태형
귀여운 거 말고 멋진 거 하고 싶은데.


신유혜
왜, 나는 귀여운 게 더 좋은데.


김태형
그래? 그럼 귀여워야겠다.


김태형
아, 맞아.


신유혜
응?


김태형
너, 아까 그 둘한테 남자친구 있다고 했다며.


신유혜
아… 내가 그랬었지.


김태형
누구야?


신유혜
누구일 것 같아?


김태형
나야 모르지.


신유혜
근데 왜 내 남자친구 얘기 하니까 정색해?


김태형
진짜… 남자친구 있는 거야? 전에 없다고 했잖아.


신유혜
음… 뭐.


김태형
…


신유혜
왜 이렇게 표정이 무서워… 표정 좀 풀어.


김태형
남자친구, 누구야?


신유혜
남자친구? 없는데.


김태형
으응?


신유혜
내가 남자친구 있었으면 이렇게 오빠랑 있지 않았겠지.


김태형
뭐야… 그럼 그 남자친구라고 했던 사람은 누구야?


신유혜
바보, 그거 오빠잖아.


김태형
어?


신유혜
오빠라고, 내가 남자친구라고 했던 사람.


김태형
…


신유혜
오빠 귀 엄청 빨개, 또 설렜어?


김태형
그래… 설렜다, 뭐!


신유혜
왜 설렜는데~


김태형
딱 보면 모르냐… 좋아하니까 설레지.


신유혜
어?


김태형
좋아한다고, 신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