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운명
完. 05ㅣ운명처럼 다시 만난 우리



한세리
엄마, 나 학교 다녀올게요.

엄마
그래, 잘 다녀와.


한세리
아빠는… 요?

엄마
어?


한세리
아빠는, 어디 계세요?

엄마
아빠 일 가셨어, 얼른 학교 다녀와.


한세리
아… 네.


전정국
세리야!


한세리
왔어?


전정국
으응, 근데 오늘은 왜 또 저기압이야?


전정국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래?


한세리
그런 거 아니야…


전정국
그러면 뭔데?


한세리
그냥… 요즘 아빠가 안 보이셔서.


전정국
그게 무슨 뜻이야?


한세리
내가 처음 왔을 때는, 엄마랑 아빠랑 사이 되게 좋아 보이셨거든?


한세리
근데 요즘 아빠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엄청 늦으시고, 엄마한테… 좀 소홀 해지셨달까?


전정국
빼박 권태기네.


한세리
권태기?


전정국
응, 딱 봐도 아버님이 어머님 질리신 것 같은데?


한세리
이혼까지… 갈 수도 있어?


전정국
음… 정도가 지나치면?


한세리
이혼 하시면… 어떡해?


전정국
에이, 권태기는 극복할 수 있어.


전정국
연인 사이도 아니고, 부부 사이인데… 이혼 까지는 안 가지 않을까?


전정국
더군다나 너도 있고.


한세리
그런가…


전정국
그러니까 걱정 하지마, 맨날 울상이야 맨날.


한세리
알겠다고~


한세리
어? 아빠!


한세리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네요?

아빠
어, 그래 세리야.

아빠
학교 잘 다녀왔어?


한세리
네!


한세리
아, 혹시… 지금 할 일 있으세요?

아빠
아니, 할 일은 없는데.


한세리
그럼 저랑 잠깐 얘기 좀 해요, 엄마는 들으면 안 되는 얘기예요.

아빠
뭐… 그래.

아빠
무슨 얘기길래 방 까지 와서…

아빠
왜 엄마가 들으면 안 되는 건지 들어나 보자.


한세리
아빠, 요즘… 엄마 어떠세요?

아빠
그게… 무슨 질문일까?


한세리
아빠… 요즘 엄마한테 권태기 오신 것 같아요.

아빠
…


한세리
맞죠?

아빠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네.


한세리
엄마… 질려요?

아빠
할 말이 없구나.


한세리
연애할 때는… 권태기 왔었어요?

아빠
많이 왔었지, 싸우기도 엄청 싸우고.


한세리
그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아빠
그냥, 권태기가 왔을 때는 질려서 헤어지고 다른 여자 만나고 싶다가도…

아빠
상대가 이별을 고하면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고, 이 여자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제서야.

아빠
참, 이기적이지?


한세리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더 권태기가 많이 오고 심하게 왔어요?

아빠
내가 훨씬 많이 왔었지, 너희 엄마는 권태기… 거의 안 왔었어.


한세리
엄마가… 아빠를 훨씬 좋아하신다는 거네요?

아빠
그런… 셈이지.


한세리
일단, 알겠어요.

세리는 연애 중에도 권태기가 많이 왔었고, 그걸 전부 극복했다는 말에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세리의 착각이었다. 세리 아빠는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게 되었고, 그 선을 넘은 걸 세리 엄마가 알게 되었다.

엄마
세리는, 엄마 아빠가 이혼 한다고 하면… 엄마한테 올 거지?


한세리
엄마랑 아빠… 이혼해요?

엄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만약에, 만약에 이혼 한다면.


한세리
거짓말, 이혼… 하는 거죠…?

엄마
응… 그렇게 됐네…


한세리
대체 왜요? 고작 권태기 때문에?

엄마
너희 아빠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서 그래…


한세리
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세리는 마음을 좀 정리할 겸 공원으로 향했고, 마침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정국을 마주쳤다. 정국을 보자마자 세리는 눈물이 터져나왔고, 정국은 잠시 당황하더니 벤치로 가 세리를 진정시켰다.


전정국
좀… 진정이 됐어?


한세리
으응… 고마워.


전정국
이번에는 무슨 일인데?


한세리
결국… 엄마랑 아빠랑 이혼 하신대.


전정국
뭐? 왜, 권태기 때문에?


한세리
아빠가…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어버리셨대.


전정국
그, 그럼… 너는…?


한세리
엄마가 나한테 물어봤어, 이혼하면 엄마한테 올 거냐고…


한세리
나는, 엄마랑 아빠를 만나서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한세리
왜,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한세리
이제서야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한세리
행복해지려고 할 때 쯤에 다시 불행이 찾아오고, 대체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건데?


한세리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데…!!

정국은 아무 말 없이 우는 세리를 꼬옥 안아준 후 세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세리는 정국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고, 정국은 그런 세리를 보며 가슴이 욱신 거리며 아파왔다.


전정국
이제 좀… 괜찮아졌어?


한세리
응… 고마워.


전정국
얼른 집 가서 부모님이랑 얘기해 봐.


전정국
어떻게 할 건지 결정 나면 나한테 바로 연락 주고.


한세리
응… 알겠어.


전정국
그리고, 울지마.


한세리
어?


전정국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가봐.

결국 세리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게 되었고, 아빠 명의로 된 집이기에 세리는 엄마와 함께 다른 곳에서 살게 되었다. 이혼 하고 엄마와 세리 둘이 살게 된 후 일주일 정도는 집 분위기가 우울하고 매일 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세리
엄마…

엄마
어…?


한세리
오늘 주말이고… 엄마 우울 하시니까, 우리 둘이 데이트 하러 갈까요…?

엄마
어… 그럴까? 엄마가 요즘 세리한테 신경을 별로 못 써줬지… 미안해.


한세리
괜찮아요, 엄마도 힘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계시다는 거 알고 있어요.

엄마
그럼… 엄마랑 오랜만에 시내 가서 쇼핑이나 할까?


한세리
좋아요.

세리와 세리 엄마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 처럼 우울함은 싹 날려버리고 즐겁게 쇼핑하며 놀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고, 세리는 전까지만 해도 좋았던 정국이 계속 자기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정국
세리야! 이거 먹을래?


전정국
너 어릴 때부터 이거 엄청 좋아했잖아~


한세리
어? 아… 아니야, 괜찮아.


전정국
으응? 내가 너 생각해서 샀는데… 안 먹을 거야?


한세리
아… 고마워.


전정국
응, 맛있게 먹어!

그런 정국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진 세리는 정국을 따로 불러 얘기를 하자고 했고, 정국은 착각해 기대를 하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런 정국을 보며 마음이 미어지는 세리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국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을 것 같았기에.


전정국
왜 불렀어?


한세리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한세리
너, 나 좋아해?


전정국
어?


한세리
나… 좋아하냐고.


전정국
응, 좋아해.


한세리
…


전정국
왜? 내가 여기서 고백하면 받아줄 거야?


한세리
미안한데… 너 이러는 거, 부담스러워.


전정국
어…?


한세리
나를 좋아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너가 나에게 쏟는 관심들도 부담스러워.


한세리
예전부터 그렇게 친했는데, 어제까지도 친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말 해서 미안해.


한세리
하지만, 이게 내 진심이야.


전정국
정말… 이야?


한세리
응.


전정국
미안해… 부담스럽게해서.


한세리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우리 이제, 모르는 사이로 지내자.


전정국
뭐라고? 내가…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한세리
아니, 제대로 들었어.


전정국
모, 모르는 사이로 지낼 필요까지는 없잖아…!


전정국
내가 진짜 너 부담스럽게 안 할게, 응?


전정국
그냥… 그냥 친구로라도 지내줘, 장난이라고 해줘 제발…


한세리
미안…


전정국
…

세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정국의 곁을 떠났다. 정국은 그 자리에 서서 계속 눈물만 흘렸고, 세리는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나올 뻔 했지만 애써 무시하며 집으로 갔다.

그 후로 세리는 전학을 가게 되었고, 또 다시 정국과 세리는 만나지 못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