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주 환자, 내껍니다.

03. 미안해,

촉-

입을 뗀 후 그녀가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뜨자, 모두는 기적이라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녀와 날 제외한 모두는 눈치 보듯 조용히 병실 문을 닫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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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박... 지민? "

눈을 찡그리며 내 명찰을 보고 조심스레 이름을 읽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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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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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감사.. 합니다. "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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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몇 살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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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열.. 일곱이요. "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는 내 시선을 자꾸만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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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 그래, 쉬어라. " ( 침대에서 일어서며 )

반포기 상태로 한숨을 하아- 내쉬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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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조, 조금 이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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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죠? "

내 가운을 붙잡으며 그녀가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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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아니! 그, 그게, 아무래도 병원 밥은 맛이 없어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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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알아, 병원 밥 맛 없는 거. 8시에 메인으로 나와, 밥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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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이왕이면 뭐 먹고싶은지도 미리 생각해서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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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꼬맹아. "

여주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고는 병실을 나섰다.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숙이는 여주가 마냥 귀엽기만 했다.

08:2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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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아저씨 왜 안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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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시계를 힐끗 보며) 8시까지.. 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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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빨리빨리 진행해! 과다출혈이야! "

그녀와의 약속도 잊은 채로,

내 앞에서 사라져가는 생명을 외면할 수가 없다는 핑계로,

한 명의 환자의 위태로운 목숨줄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녀가 상처받을 거란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한 채로.

- 수술 끝 -

11:5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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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박점순 할머님 보호자분? "

" 네, 네! 수술은.. 잘.. 된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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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네, 초기증상이라 염증제거만 해서 곧 깨어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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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그럼,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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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하아.. 빨리 가서 쉬어야겠다. (마스크를 벗으며)

그 순간, 까먹었던 것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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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아, 전여주 !!! "

후다닥 메인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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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하아, 하, 여주야! 전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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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 많이 늦었네요,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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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미안해. 밥은? 안 먹고 계속 기다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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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 네. 아저씨 일찍 올 줄 알았는데. 약속시간보다 4시간이나 늦어서 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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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설명도 안해주고, 나만 기다리게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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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오늘 저녁 못 사주신 건 신경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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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주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은 안 오셔도 돼요. "

탁-탁

슬리퍼를 신은 채 병실로 뛰어가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지금 시간이 몇시길래..

11: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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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민

" 미친. 박지민 미친새끼. 수술 빠져야 된다고 얘기할걸.. "

막심한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그녀는 날 믿지 않겠다고 했으니, 뭐라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내일,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생각만 하다, 잠이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