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재) 이제 아프지 않을 거야, 아가
(시즌2) 3화▪외계인의 주량



그렇게 태형이는 처음으로 알코올을 마셨다.



손여주
"어때요?"


김태형
"괜찮은데?"


손여주
"맛은 매운 맛이랑 달콤한 맛 밖에 못 느끼신다고 하셨죠?"


김태형
"어. 이건 무슨 맛이야?"


손여주
"그건 쓴 맛이에요"


김태형
"쓴 맛이란 거 궁금하긴 하군"


손여주
"맛있는 거 아니니까, 차라리 모르시는 게 더 좋은 거예요"


손여주
인상을 찌뿌림-] ((쓴 맛을 상상함


김태형
"네 표정을 보니, 확실히 맛있는 건 아닌가 보네"


손여주
"어유, 말도 마세요. 속상한 일이나, 기쁜 일만 아니면 전 입에도 안 되요"


김태형
"왜?"


손여주
"그야,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그냥 취하고 싶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기분이 좋으니까 마시는 거구요"


손여주
"살짝 알딸딸해지면 기분 좋거든요"


김태형
"알딸딸 한다는 건 그 문어처럼 흐물거리는 상태가 되기 전이야?"


손여주
"네. 완전 취하지 않고 살짝 취기가 올라오는 건 기분 좋거든요"


김태형
"근데, 슬플 때 왜 이걸 마시는지 궁금해"


손여주
"슬프면 마음이 아프잖아요"


김태형
"어. 나도 느껴봐서 알아. 너무 아프더라"


손여주
"그렇게 마셔서 취하면 그나마 덜 아프니까, 마시는 거에요"



손여주
주륵-]


어... 왜 눈물이 나지...?


도대체 왜 눈에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아픈데, 왜 아픈지 모르겠다.



손여주
"ㅎ,하아..."


김태형
"여주야, 왜 그래?"


손여주
"몰라요.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파요..."


설마... 기억은 못하지만, 그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아픈 건가?


내가 처음 여주를 만났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었다.


나중에 지현이한테서 들은 사실로는 여주가 사고가 나고 내가 기억을 지우기 전에 여주를 찾아왔었던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여주를 두고 바람을 폈었다고 했다.


포옥-]


외계인이랑 포옹을 하면 진정 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었다.


토닥토닥-]



김태형
"괜찮아.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


손여주
"하아..."


여주의 호흡은 곧 정상으로 돌아왔고, 태형이는 여주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손여주
"저 괜찮으니까,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아요"


김태형
"그런 눈빛?"


손여주
"걱정 안 해도 된다고요"


김태형
"ㅎㅎ 알았어. 그럼 난 마시던 거 마저 마신다"


손여주
"넵! 오늘은 제가 아저씨 책임지겠습니다"


든든한 여주 덕분에 마음 놓고 한 잔, 두 잔씩 마시면서 어느새 마지막 잔만을 남겨 놓은 태형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의외로 아저씨는 전혀 취하지 않으셨고 멀쩡해도 너무 이상하게 멀쩡했다.



김태형
"자, 이것만 마시고 가자"


손여주
"근데 진짜 괜찮은 거 맞죠...?"


김태형
"나 그 드라마 속 사람들처럼 문어처럼 흐물 거리지 않아. 아주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 맞겠지...?



김태형
"어허, 괜찮다니까"


괜찮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한 뒤, 마지막 잔을 원샷했다.



김태형
"자, 다 마셨으니까. 가자"


쿵-]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아저씨는 식탁에 머리를 박고는 쓰러졌다.



손여주
"어,어...? 아저씨...!"



김태형
"흐으... 여...쭈야..."


이런... 취기가 올라오지 않고 그냥 바로 쓰러지셨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