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44. 밤이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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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 안 피곤하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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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냥 우리 오늘 밤 새자.

"나 예뻐해 주세요_" _44화

05:58 AM

잠결에 조금 추워지길래,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렸는데 차가운 맨살이 어깨에 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순간적으로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게 도는 기분이길래, 잠이 달아난 채로 눈을 뜨면-

아직 해가 덜 뜬 터라 어두운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잠시, 눈을 뜨고 있는 태형 씨가….

잠깐만…. 눈을 왜 뜨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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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뭐예요, 일어났네...

내 목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제 눈가를 손가락으로 쓸더니 자세를 나에게로 트는 그.

이른 새벽부터 홀로 눈물을 훔친 건지, 그의 볼을 만져보니 촉촉했다. 그래서일까, 더 걱정이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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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무슨 일이에요, 무서운 꿈이라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나를 안아오는 그에, 입술이 다물어졌다. 그와 동시에 온몸으로 느껴지는 차가우면서도 보드라운 감촉.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침대 밑을 둘러보면, 옷가지 몇 개가 떨궈져 있다. …머지않아 떠오른 어젯밤의 기억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도 했고.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내가 얇은 옷이라도 걸치고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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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사라졌어. 꿈에서.

물기 젖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는 그. 곧이어 그는 내 가슴팍에 그의 얼굴을 묻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내 허리를 감싼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그런 그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등을 토닥여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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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괜찮아요, 다 꿈이잖아요.

그렇게 몇 분 동안 그의 등을 쓸어주고 있으면, 어느새 안정을 되찾은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물론 내게서 멀어지려는 생각은 없어 보였고.

식은땀에 젖은 머리칼을 살살 건드리면, 그제서야 내 어깨에서 고개를 떼어 날 바라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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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더 자요, 피곤하겠다.

날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더 자긴 싫고, 나랑 같이 있고는 싶다는 건가.

꿈 탓에 잠이 다 깨버렸는지, 아직까지 졸음이 묻어있는 그의 눈빛을 가만 보고 있자니 문득 아이 같기도 했다.

재워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

가볍게 입맞춤 한 번 해주고,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안기다시피 해서 그의 표정을 살피니_ 옅은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이 너무나도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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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이제 잘 수 있겠죠?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그는, 나를 더 꽉 껴안았다. 마치 내가 이제는 온전히 그의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처럼.

·

그렇게 우리는 밤새 그간 못다 한 사랑을 나눴고, 해가 뜰 때가 되어서야 서로의 품에 의지한 채 잠에 들고야 말았다.

많은 것들이 변한 1년이라는 시간 속에, 지치지 않고 서로를 찾아온 우리에겐 그조차 부족했겠지만.

11:38 AM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잠에 들어있던 두 사람. 그렇게 늦지 않은 시간에 눈을 떠, 체크아웃까지 마치곤 밖으로 나왔다.

깊게 숨 들이쉰 여주가 기지개를 켜면, 그 뒤에 서서 자연스레 여주 팔 잡아주는 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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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뭐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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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 스트레칭 시켜주기-.

앗, 이제 그만... 소심하게 여주가 외치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팔 내려주는 그. 여주의 옆에 서며 자연스레 손을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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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우리 이제 어디 갈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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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 집_

제 집이라는 소리에, 순간 경직된 여주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제 집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중에서도 굉장히 난장판인 상태의 거실을.

어떻게 되든 간에, 집은 안 된다 싶었던 여주가 입을 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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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집 말고…!

어느 때보다도 다급하게 외치는 여주에, 무언가 걸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던 태형은 다시금 물었다. 집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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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그으러니까, 그게… 사정이 좀….

또륵또륵, 태형이 한 번_ 바닥 한 번_ 번갈아 보던 여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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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정리가 좀 안 됐, 아니… 심하게 안 됐거든요….

태형 씨한테 차마 보여주지 못할....아, 진작에 청소 좀 할 걸. 급기야 말하다 말고 한숨만 푹푹 내쉬는 여주에 태형이 환하게 웃는다.

그의 눈에 뭔들 안 예뻐 보이겠는가...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자기가 다 치워줄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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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았어, 울지 마. 집 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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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헙. 진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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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말이야. 안 갈게-.

여주 머리 두 어번 쓰다듬어 준 태형은 여주의 어깨를 감싸며 제 쪽으로 가까이 하곤 말했다.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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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가고 싶은 곳이라…

사실 마땅히 생각 나는 곳이 없어요. 이 말을 꺼낸 자기 자신도 머쓱한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 여주. 이 와중에 제 시야에 들어온 카페를 보고선 눈이 반짝였다.

그런 여주의 시선을 따라간 태형은, 여주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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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카페 가서 천천히 생각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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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주

좋아요!

오랜만에 태형과 함께하는 데이트에, 들떠도 많이 들뜬 여주가 환한 미소 지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자기보다 작은 여주를 바라보고 있던 태형은,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이 틈을 타 제안 하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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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좋으면 뽀뽀.

못 말린다는 듯이 태형을 본 여주는, 못 이기는 척 발뒤꿈치 살짝 들어 수줍게 그의 볼에 입 맞춰주었다.

그런 여주 덕에, 좋아죽는 태형이었고.

하 춥다. 추워.